항생제의 경고! 약은 많은데 쓸 약은 없다?
항생제의 경고! 약은 많은데 쓸 약은 없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1.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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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용에 다제내성균 등장
美선 연 280만명 고통받아
세계보건기구(WHO)는 슈퍼버그로 매년 70만명이 사망하고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전 세계인구 중 1000만명이 슈퍼버그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슈퍼버그로 매년 70만명이 사망하고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전 세계인구 중 1000만명이 슈퍼버그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40년대 영국의 알렌산더 플레밍이 항생제를 개발하면서 인류는 더 이상 세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항생제오남용으로 인해 박테리아 다제내성균, 일명 ‘슈퍼버그’가 등장했다.

항생제에 저항력이 있는 슈퍼버그는 전 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2019년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매년 280만명의 미국인이 슈퍼버그로 고통 받는다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유럽인구 중 3만3000명이 매년 슈퍼버그로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슈퍼버그로 매년 70만명이 사망, 2050년에는 세계인구 10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WHO가 공중보건위협으로 지정한 슈퍼버그는 ▲대장균 ▲폐렴구균 ▲표피포도구균 ▲녹농균 ▲아시네토박터균 ▲폐렴막대균 ▲황색 포도상구균 ▲임균 ▲장구균 등 총 12종에 달한다.

동물의 슈퍼버그도 심각하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와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동물과 사람 사이에 전염될 수 있는 캠프릴로박테리아, 살모넬로시스 등의 세균에 대한 항생제치료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세브란스 진단검사의학과 용동은 교수는 “항생제오남용이 확산되면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의 감염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며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제왕절개, 고관절교체, 암화학요법, 장기이식 등의 수술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항생제오남용은 매우 심각하다. 국내 항생제처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평균인 18.6DDD보다 약 1.6배 높은 29.8DDD이다. 또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패혈증, 폐렴 등 슈퍼버그로 고통 받는 환자가 9000여명에 달하며 이 중 40%인 3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유아 항생제처방건수 역시 OECD국가 중 1위이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박병주 교수팀에 따르면 국내 만2세 영유아 항생제처방은 3.41건으로 미국의 1.06건에 비해 약 3배, 노르웨이의 7.6배에 달했다. 만2세 이하 영유아가 항생제에 노출되면 ▲천식 ▲습진 ▲건초열 ▲알레르기 ▲셀리악병 ▲비만 ▲ADHD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돼도 국내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4년 이후 미국 FDA에서 승인된 항생제신약 13개 중 2개만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나마 시판되는 항생제도 보험급여체계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1차 치료제로 권고되는데도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항생제가 많다.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항암제내성은 개인이 아닌 사회공동체 문제인 만큼 공공재개념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며 “지금까지의 내성률변화추이를 보면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돼도 이에 대한 내성이 있을 수 있어 범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이 제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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