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有名無實) 복지정책] ①호스피스·완화의료, 병상수 부족…기다림에 멍드는 환자
[유명무실(有名無實) 복지정책] ①호스피스·완화의료, 병상수 부족…기다림에 멍드는 환자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1.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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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인구고령화’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9년 고령인구가 14.9%를 차지했고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67년에는 46.5%가 노인인구가 됩니다. 문제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중증질환자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호스피스·완화의료’인데 의료현장에서는 정작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중증환자들이 갈 곳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유럽완화의료협회(EAPC)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인구 100만명당 최소 50개의 병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호스피스 병상은 지난해 기준 인구100만명당 28개에 그치고 있다.
유럽완화의료협회(EAPC)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인구 100만명당 최소 50개의 병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호스피스 병상은 지난해 기준 인구100만명당 28개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는 2004년 ‘제1차 말기암환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 입원형 건강보험수가 시범사업과 2017년 연명의료결정법 등을 통해 이 서비스가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 등 3가지 형태로 구분됐으며 대상자가 ‘말기환자’로 확대됐다. 이때 말기환자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질환자 중 의료진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진단받은 환자를 말한다.

■병상부족, 말기암환자 기다리다 지친다

하지만 말기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원형의 경우 ‘병상수’ ‘전문인력’ 등 인프라문제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유럽완화의료협회(EAPC)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구 100만명 당 최소 50개 병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올해 1월 기준 86개 기관 1405개 병상에 그쳐 인구 100만명 당 병상 28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먼저 병상수를 더욱 확충하지 않으면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고 지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오주연 부연구위원은 “사실상 모든 장소에서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관련인프라, 서비스제공 및 이용, 사회인식, 의료와 복지연계 부족 등으로 아직 제대로 안착되지 못했다”며 “실제로 지방에서는 인력이 없어 운영을 못하는가 하면 서울‧경기지역에서는 대기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인력 태부족

현행법상 제약도 만만치 않다. 어떤 유형이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 1명 이상, 간호사 1명 이상, 사회복지사 1급 1명 이상을 배치해야한다. 이때 간호사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에 따라 총 60시간 7주에 걸쳐 ‘환자의 통증 및 증상관리’ ‘심리사회적 돌봄 등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해 배우고 실습해야한다.

또 시설기준은 1개 이상 상담실을 갖춰야하며 입원형과 자문형의 경우 임종실이 1개 이상 있어야한다. 이밖에도 입원형은 다양한 시설지정요건과 사무실, 이동차량을 구비해야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따라서 법령기준을 다소 완화하거나 기준충족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통해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포기하는 병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1월 16일 기준 호스피스·완화의료 시행을 중단한 기관은 총 19개다. 이 때문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고보조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2005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예산이 보건복지부의 ‘국가 암관리 민간지원사업의 보조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 2018년 기준 약 40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과연 이 금액으로 정부가 발표한 ‘호스피스·연명의료종합계획’의 목표인 호스피스이용률 30%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장 라정란 수녀는 “건강보험수가가 적용된 의료행위 이외의 서비스를 운영하기엔 경제적 여유가 없지만 많은 환자들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방문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호스피스는 ‘죽으로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그만두고 적극적인 돌봄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의료서비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립암센터에 의하면 말기암환자의 평균여명은 3~4개월 정도다. 하지만 이는 그저 예측일 뿐 누구도 남은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진정한 ‘웰다잉 제도’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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