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염색 후 가려움…알레르기약 미리 먹는다고 해결될까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염색 후 가려움…알레르기약 미리 먹는다고 해결될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2.05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옻탈 때 먹는 약 좀 주세요.”

“안녕하세요. 어디 알레르기 생기셨어요?”

“아니, 내가 염색하려는데 염색만 하면 꼭 피부가 가렵고 빨갛게 덧나서요. 미용실에 얘기했더니 염색하기 전에 약국가서 옻타는 거 없애는 약을 먹고 오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아....아직 접촉성피부염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예방용으로 드신다고요?”

“그게 접촉성피부염이에요?”

“네. 미용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염색약은 대부분 독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요. 그게 두피를 자극해서 피부염증이 나타나는 거예요. 약을 드시고 염색하기보다는 염색약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요? 미용실에 옻 안 타는 염색약으로 해달라고 하세요.”

“에이, 그냥 알레르기약 먹고 염색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알레르기 완화제는 알레르기 증상을 잠깐 막는 것이지 치료제는 아니에요. 가장 최선은 알레르기 원인을 피하는 것이니까요.”

“뭐, 알겠으니까… 그냥 알레르기약 주세요.”

멋져 보이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특히 누구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어 하죠. 어찌 보면 백발은 노년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와 같아요. 솜털 같고 까맣던 신생아의 머리카락도 나이가 먹으면서 푸석해지고 백발로 변합니다.

황제내경에 여자는 35세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42세에 흰머리가 나며 남자는 40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48세에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며 이는 양기가 쇠약해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윤기 있고 풍성한 그리고 아름다운 색의 머리카락은 젊음과 건강의 상징이니(실제로는 유전적 요소도 크게 작용합니다) 이를 유지해주는 염색 관련 제품은 꾸준히 인기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2019년 화장품 산업 분석보고서1)에 의하면 2018년 두발 염모제 생산액은 1992억원으로 화장품 유형별 분류 6위에 해당하는 실적을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머리카락 염색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미용실을 방문한 성인 남녀 3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2) ‘염색이 필요하다’가 ‘필요 없다’ 응답보다 전 연령층에서 높은 분포를 보였습니다. 염색을 하는 이유는 주로 새치나 흰머리를 염색하거나 멋내기 위함이며 보통 2~3개월에 한 번은 염색을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염색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만큼 자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염색약은 어떻게 머리색을 바꿀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염색약은 화학 염모제입니다. 화학 염모제는 산화형 염모제와 식물성 염모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화형 염모제는 알칼리제, 염료, 산화방지제가 섞여 있는 1제와 과산화수소수인 2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보통 1제와 2제를 섞어서 머리에 바르고 30분 정도 방치해두면 염색이 됩니다.

원리는 알칼리제로 모발 외층을 열고 과산화수소수로 모발에 있는 멜라닌 색소를 감소시켜 탈색한 뒤 색을 띠는 화학물질(염료)를 침투시키는 것이죠. 문제는 바로 염색약 안에 들어 있는 염료가 두피에는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모발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정도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말했으며 두피가 건성이거나 복합성인 경우 부작용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작용의 증상도 가려움이 가장 많았지만 탈모, 두발손상도 약 20%나 됐고 안구통증, 시력손상도 11%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바로 염색약 속에 염료와 중금속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문제가 많이 되는 성분은 뛰어난 염색효과로 인해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파라페닐렌디아민(이하 PPD)성분입니다.

스웨덴에서는 PPD성분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게 돼 있고 뉴질랜드에서는 독성이라는 표시를 해야하며 스위스에서는 피부에 닿는 의류에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많은 염색약에 포함돼 있는 실정입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염색약 성분은 두피를 통해 흡수돼 전신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혈액 속 림프구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3) 또 염색 후 머리를 감고 흘러나온 PPD가 눈으로 들어가면 각막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실험결과도 있습니다.4) 이로 인해 각막염이 발생할 수도 있죠.

뿐만 아니라 안구가 PPD에 접촉된 후 수정체가 변화됐음이 관찰됐으며 그중 7%는 노안으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지속적인 PPD 안구 노출은 백내장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피부 독성5)이 있고 고농도 노출 시 천식, 신장기능저하,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최근에는 독성이 덜한 황산 톨루엔 2,5-디아민(TDS)를 대체해서 사용하는 제품들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 성분 역시 피부염, 결막염, 다래끼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염색한 뒤 가려움증이나 발진 등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옻 올랐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아마 옻을 만지면 알레르기 접촉성피부염이 일어난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염색 후 발생하는 알레르기는 옻과 전혀 상관없이 염료성분의 독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위 조사에서도 나왔듯이 개인의 두피상태나 체질적 요소에 따라 나타나는 경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 알레르기증상이 아닌 접촉성피부염이기 때문에 자칫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만 복용해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려움증은 없어져도 피부 염증 등은 그대로 진행돼 두피 습진이나 탈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만일 어떤 염색약을 사용하고 난 뒤 알레르기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그 성분을 정확하게 확인해야합니다. 화장품법 개정으로 염색약은 전성분을 표시하게 돼 있기 때문에 성분표를 자세히 보면 알레르기를 유발한 원인물질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염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부득이하게 해야한다면 해당 성분을 피해야합니다.

대표적으로 염료 성분 중 PPD는 가장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염색된다고 광고하는 제품, 거품 타입의 염색약은 PPD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되도록 크림타입의 염색약을 사용하세요.

화학 염모제에 알레르기가 쉽게 유발되는 두피라면 식물성 염모제인 헤나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헤나는 자극은 덜 해도 염색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부 불량 업자들은 헤나를 강조하면서 PPD 등 화학적 염료를 몰래 넣기도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화학성분 무첨가라고 광고한 헤나 제품 9개 중 1개에서 PPD가 검출됐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6) 헤나 제품이라고 해서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겠네요.

염색약을 가장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사용 전 피부에 48시간 패치 테스트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염색약을 이틀 전부터 미리 바르고 안전한지 확인한 뒤 염색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염색한 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제품과 성분을 확인한 뒤 다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가려움증과 발진이 유발되는 건 가벼운 알레르기가 아니라 피부 독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먹는다고 독성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예방 목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복용하지 말아주세요. 염색 후 가려움증이 생겼다면 병원을 방문해 두피상태를 꼭 확인해야합니다. 다음 번 염색할 때는 해당 제품을 꼭 피해주시고요.  

※ 참고자료

1) 2019 화장품산업 분석 보고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2019)

2) 미용실 고객의 염색과 염모제 인식 및 인체 부작용에 관한 조사 연구(2015)

3) 염모제 사용에 의한 인체 림프구의 DNA 손상 변화(2004)

4) 머리염색약의 para-phenylenediamine이 배양된 각막상피세포에 미치는 독성연구(2009)

5) 염모제 성분중 para-Phenylenediamine의 HaCaT 세포주에 대한 독성(2016)

6) ‘헤나 염모제, 염증 접촉성 알레르기 피부염 홍반 등 습진 유발 위험성 높아’ 뷰티경제 2020년 12월 22일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