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남성형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국내상황은?
[특별기고] 남성형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국내상황은?
  • 울산의대 피부과 원종현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2.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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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원종현 교수
울산의대 피부과 원종현 교수

남성형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 즉 성분명 피나스테리드 복용 후 우울증에 대한 보고는 지난해 11월 미국의사협회지 피부과학저널 발표에 이어 최근에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피나스테리드 복용으로 인한 우울증에 대해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는 점, 혹시라도 기사내용이 잘못 전달돼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동료의료진의 관심 역시 매우 크다는 점으로 인해 대한모발학회 홍보이사로서 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외신보도내용을 살펴보면 발표된 논문과 관련해 ‘약제 복용으로 인해 우울증, 자살충동이 생길 수 있는지’와 ‘해당회사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했느냐’는 2가지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먼저 국내상황을 정리해 보면 피나스테리드 제품설명서에는 용법, 용량과 함께 소아 또는 여성에게 투여금지, 임부에 대한 경고, 우울증과 자살생각을 포함한 기분변형에 대한 내용이 사용상 주의사항으로 명확히 기술돼 있다. 따라서 해당제품의 부작용을 은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피나스테리드는 2000년 식약처 승인 이후 성인 남성형탈모증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약이다. 같은 성분의 보다 큰 용량이 전립선비대증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국내에서 피나스테리드 복용 후 보고된 이상반응 중 자살충동에 관련된 건수는 2016년까지 총 3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처방된 약제의 기간이나 양을 고려했을 때 심각하게 염려할 필요가 없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처방 받은 모든 사람들이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프로세스에 익숙해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약제는 일정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피나스테리드에 의해 발생하는 대부분의 부작용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역적인 부작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을 때 의사와 상의하고 복용을 중단하면 임상적으로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조사가 부작용을 숨겼다고 나온 외신보도는 일단 FDA가 경고문구를 제품설명서에 의무화하지 않았던 미국상황으로 국내는 이와 다르다. 미국 의사협회지 피부과학(JAMA 피부과학저널)에 발표된 우울증 관련 보고는 VigiBase라고 하는 전 세계 153개국의 약물과 연관된 부작용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베이스 분석결과를 기초로 발표됐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와 연관돼 356명이 자살과 연관된 부작용을, 2926명이 정신적 부작용을 보고했고 이를 분석해 ‘탈모치료를 위해 피나스테리드 1mg을 복용하는 젊은 남성은 자살과 연관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는 우울증, 자살과 관련된 부작용을 모으고 약제와의연관성을 분석해 보고한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약을 먹으면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약제와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것이 아니다. 우울증평가 시 대상환자들의 정신질환 유무나 개인별 성향, 직업이나 가정환경 등 다른 변수들이 고려되지 않고 약 복용 중 발생한 증상에 대해서만 단순 비교했다는 점에서 연구에 한계가 있고 논문의 연구자들도 피나스테리드가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며 다만 연관이 있다는 의미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현재 피나스테리드와 우울증 등 질환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같은 성분 5mg을 복용하는 전립선비대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약 1000명의 남성형탈모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탈모증환자들은 개인의 심리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탈모가 심하거나 오래되거나 빨리 시작됐거나 때로는 병원을 찾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질환 자체가 환자에게 주는 심리적 위축 및 우울감이 있을 수 있다. 

치료를 통해 탈모가 호전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정신건강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약제가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연구자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이는 다각적인 학문적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단편적으로 기사화된 편향적 정보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자료에 대한 평가와 명확한 인과관계에 대한 논리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남성형탈모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와 적절한 처방에 의해 치료될 수 있으며 치료에 대한 부작용 역시 의료진의 모니터링과 면담을 통해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당연히 의료진은 약제의 부작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처방 시 환자의 이익과 위험을 잘 고려해 처방해야한다.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또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오해 등으로 탈모치료를 하지 않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치료받는 것은 탈모를 악화시키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탈모치료제는 장기적으로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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