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영화 ‘미나리’ 열풍…식품으로도 열광할 만한 이유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영화 ‘미나리’ 열풍…식품으로도 열광할 만한 이유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1.02.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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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미나리’와 관련된 기사가 연일 눈에 띈다. 다양한 영화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고 극찬한다. 영화 미나리의 제목은 우리가 아는 그 식물, 미나리가 맞다. 영화 주제도 당연히 미나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 미나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가족에 관한 영화로 악착같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그렸다. 그 모습을 여기저기 심어놓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에 비유했다고 한다. 미나리는 과거 시골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고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미나리는 한자어로 보통 근채(芹菜)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수근(水芹)이라고 기록돼 있다. 일단 물 수(水)자가 들어간 것을 보면 물에서 잘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근(芹)자를 보면 풀 초(艹) 변에 도끼 근(斤)자다. 왜 미나리를 의미하는 한자에 도끼의 의미가 포함됐을까.

과거 농지를 개척할 때는 나무를 베고 땅을 일궈야 해서 도끼가 필요했다. 따라서 도끼는 거친 땅에 꼭 필요한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런 거친 땅[斤]에도 잘 자라는 식물[艹]이 있었으니 바로 미나리[芹]였다. 

보통 물에 사는 것을 수근(水芹)이라고 하고 물기가 없는 곳에도 잘 살아서 밭에 사는 것을 한근(旱芹)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물에 사는 것을 물미나리, 밭에 사는 것을 돌미나리라고도 부른다. 어쨌든 미나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는다.

과거 선조들은 콩나물만큼이나 미나리도 많이 심어 먹었다. 식량이 궁핍했던 시절 자급자족하는 데 미나리만 한 것도 없었을 것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도랑의 끝자락 웅덩이에도 미나리밭이 많았다. 이것을 ‘미나리꽝(미나리밭)’이라고 부른다. 미나리꽝은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를 걸러내는 역할도 했다. 수질개선을 의도했는지를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미나리밭은 자연정화시설이었다. 

사실 미나리는 수질을 개선하는 효능과 함께 중금속을 흡착하는 성질 또한 뛰어나다. 미나리와 동일한 환경에서 자란 다른 식물과 비교해보면 미나리에 유독 중금속 함량이 높다. 특히 미나리 뿌리에 중금속 농도가 높다. 이것은 미나리가 땅속의 중금속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나리를 섭취할 때는 뿌리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서 버려야한다. 

미나리는 먹어서도 중금속을 해독한다. 이것은 풍부한 식이섬유와 관련이 있다. 미나리의 식이섬유는 다른 어떤 채소보다 단단하고 질기다. 때문에 장내에서도 중금속과 노폐물 등을 보다 쉽게 흡착해서 배출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만성변비에도 좋다. 

한의서에도 미나리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작용이 강하다고 했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준다는 의미다. 미나리의 성질은 차고 서늘하다. 따라서 평소 염증이 잘 생기거나 열이 많은 체질들에게 잘 맞는다. 술을 마시고 난 이후 나타나는 주독(酒毒)을 푸는 효과도 크다.

복요리를 할 때 미나리를 많이 넣는다. 맛도 좋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복어가 독성이 강한 생선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의 복어 편에는 ‘미나리와 같이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라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미나리는 복어독을 해독하는 능력은 없다. 아직까지 복어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약이나 식품은 없다. 미나리에 관한 대표적 오해 중 하나다.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미나리를 돌돌 말아서 구워 먹는 경우도 있다. 약간 느끼한 돼지고기를 향이 강하고 아삭거리는 미나리가 잘 잡아준다. 게다가 효능 측면에서도 좋은 궁합이다. 미나리뿐 아니라 돼지고기도 중금속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와 미나리를 함께 먹으면 만성기침에도 도움이 된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 도움이 될 만하다.

문제는 둘 다 기운이 서늘하기 때문에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속이 냉한 소음인들의 경우는 주의해야한다. 삼겹살 미나리구이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한다. 소음인이라면 미나리보다는 파채나 깻잎과 함께 먹으면 소화에 도움을 준다. 구운 마늘과 양파도 좋다. 방금 언급한 식재료들은 모두 기운이 따뜻한 것들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미나리의 효능은 바로 각성작용이다. 미나리는 머리를 맑게 하는 작용을 한다. 보통 수험생들에게 저녁에는 수면유도효과가 있는 상추를 먹지 말라고 하는데 반대로 미나리는 오히려 먹는 것이 좋겠다. 깻잎도 뇌세포 보호작용이 있어 인지능력을 높이고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미나리와 깻잎 적당량을 갈아서 즙을 먹어도 좋다. 음양적으로도 궁합도 잘 맞아서 어느 체질에게도 부작용이 없겠다.

“미나리는 사람을 자애롭게 한다(能慈人)”. 본초습유에 나오는 구절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요즘 미나리를 먹어보자. 정말 미나리를 먹으면 자애로운 마음이 생길런지 궁금해진다. 요즘처럼 이래저래 답답한 날들의 연속에 먹는 미나리로 화를 풀어보자. 영화 미나리의 열풍에 이어 먹는 미나리에도 열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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