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 삶의 질 크게 저하…효과적인 치료제 개발 절실
· 소아원형탈모에도 효과 ‘경구용 JAK억제제’…신약 기대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보건의료에 관한 한 전 세계가 더 깊이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입니다. 헬스경향은 언론사 최초로 다국어판을 운영하면서 해외에도 빠르게 보건의료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세계 석학들과 함께 하는 의학 대토론회’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각종 질환에 대한 최신치료법부터 미래의학에 발맞춘 보건의료발전방향까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보건의료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께 더욱 폭넓은 정보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첫 번째 주제는 ‘소아원형탈모’입니다. 각국 모발학회 소속 석학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눈에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원형탈모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모낭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다른 탈모유형과 달리 모발탈락속도가 빠르고 많은 모발이 갑자기 빠져 조기진단·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원형탈모는 세계인구의 약 2% 이상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소아에서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소아원형탈모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17년 미국 플로리다 연구에 따르면 피부과 방문 환아의 0.9%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소아원형탈모는 대인관계 형성, 사회성 발달, 학업성취도 등에도 영향을 미쳐 아동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소아원형탈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토론참여자는 ▲최광성 대한모발학회 회장(인하대병원 피부과 교수) ▲안토넬라 토스티(Antonella Tosti) 미국 모발연구학회 회장(마이애미대학교 교수) ▲마나부 오야먀(Manabu Ohyama) 일본 모발과학연구회 회장(교린대학교 교수) ▲로드니 싱클레어(Rodney Sinclair) 호주 모발양모연구학회 회장(멜버른대학교 교수) ▲비앙카 마리아 피라치니(Bianca Maria Piraccini) 유럽 모발연구학회 회장(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교수)이다.
■토론주요쟁점
주요쟁점은 ‘소아원형탈모의 최신치료법’이다. 원형탈모치료는 보통 10세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10세 이하 어린이에서는 먼저 바르는 약물로 치료를 시도한다. 바르는 스테로이드제와 발모제 마이녹실을 병행하며 엑시머레이저 등 광선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이들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악화돼 탈모범위가 더 넓어지는 경우 DPCP(다이페닐사이클로프로페논)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권장된다. 10세 이상 어린이는 바르는 약과 함께 스테로이드 주사치료가 흔히 시행된다. 최근에는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로 잘 알려진 경구용 JAK억제제가 소아원형탈모에도 개선효과를 보여 신약승인을 위한 다양한 연구 및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 현재 각국의 소아원형탈모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한국 최광성 회장(이하 최) : 소아원형탈모는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한다기보다 이미 개발된 치료제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여러 치료법을 병합해 효과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기대되는 신약은 경구용 JAK억제제입니다. 머리카락 성장을 억제하고 모낭에 염증을 일으키는 JAK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모발증식을 촉진하는 원리입니다. 여러 해외 제약회사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경구약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바르는 약도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안토넬라 토스티 회장(이하 토스티) : 드디어 수많은 소아원형탈모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기대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특히 소아원형탈모는 신체성장뿐 아니라 대인관계 형성, 사회성 발달 등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더욱 효과적인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소아원형탈모치료제 개발을 위한 활발한 연구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일본 마나부 오야마 회장(이하 오야마) : 각국의 보건의료체계는 달라도 소아원형탈모치료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소스테로이드를 가장 먼저 시행하며 DPCP 등 접촉감각물질을 이용한 면역치료도 시행합니다. 스테로이드주사도 효과적이지만 통증 때문에 소아에게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각국의 활발한 연구로 그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는 해도 아직 소아원형탈모치료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주 로드니 싱클레어 회장(이하 싱클레어) : 지난 30여년간 원형탈모치료법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만큼 경구용 JAK억제제의 원형탈모개선효과 발견은 획기적인 전환점입니다. 특히 호주에서 두피의 50% 이상 침범한 원형탈모가 6개월 이상 지속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구용 JAK억제제의 제2a상 국제공동 임상시험 결과는 2018년 유럽피부과학회에서 발표됐는데 절반 정도가 탈모개선효과를 보였습니다. 현재 제3상 연구까지 마친 상태이며 결과가 분석되는 대로 FDA와 지역정부가 검토 후 승인한다면 한두 달 내에 환자에게 제공될 것입니다.
유럽 비앙카 마리아 피라치니 회장(이하 피라치니) : 유럽에서는 소아원형탈모치료에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우선 도포합니다. 더 어린 경우 안스랄린(anthralin)면역요법을, 14세 이상 소아에는 스테로이드 국소주사요법을 시행합니다.
83(1): 123-130. (8p)
- 경구용 JAK억제제의 소아원형탈모 신약적용가능성 및 안전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 : 경구용 JAK억제제는 면역억제기능이 있어 매우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아환자에 경구용 JAK억제제를 적용한 논문들을 보면 현재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단 좀 더 대규모 연구를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해야합니다. JAK억제제를 바르는 약으로 조제해 소규모 소아환자에 투여한 연구도 있었는데 바르는 스테로이드제에 비해 효과가 썩 좋진 않았습니다. 바르는 약으로 개발되려면 효과적인 약물농도와 바르기 적합한 제형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추가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토스티 : 경구용 JAK억제제는 중증원형탈모 청소년환자들에게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논문에 따르면 소아환자들에게도 효과를 보였으며 일반적인 치료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서도 선별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오야마 : 경구용 JAK억제제는 심한 원형탈모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치료법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소아환자에서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경구용 JAK억제제는 복용중단 시 재발할 수 있어 원형탈모가 심한 소아환자들은 수십년간 약을 복용해야합니다. 단 경구용이 아닌 효과적인 국소제형태의 JAK억제제가 개발된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습니다.
싱클레어 : 경구용 JAK억제제를 소아에게 오프라벨(의약품을 식약처 등 규제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용도 외의 적응증에 처방하는 행위)로 사용한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성인과 다름없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호주 정부는 공식적인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인한 후 소아용으로 허용할 예정입니다.
피라치니 : 경구용 JAK억제제는 병원마다 쉽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아직 소아원형탈모환자에게 사용한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논문들을 살펴보면 소아원형탈모치료제로서 경구용 JAK억제제의 효과와 안전성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 DPCP 면역치료의 효과는 어떻게 보십니까. 또 각국에서는 얼마나 많이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 : DPCP 면역치료는 접촉성피부염을 유발하는 항원물질인 다이페닐 사이클로프로페논을 피부에 발라 습진 같은 두피피부염을 일부러 발생시키는 치료법입니다. 면역세포가 새로운 염증세포에 눈길을 돌려 모낭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원리로 중등도 및 중증원형탈모환자에서 전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하지만 DPCP는 의약품이 아닌 화학물질로 분류돼 공식적인 사용이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활발한 적용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다수의 나라에서는 많은 논문과 교과서에서 DPCP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점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DPCP의 인체적용을 승인하고 있습니다.
토스티 : DPCP 면역치료는 효과가 세계적으로 입증된 만큼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반의원급보다는 대학병원 등 큰 병원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오야마 : DPCP 면역치료의 효능은 임상기간과 기타요인(장소, 탈모부위크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 소아원형탈모환자군의 13~25%에서 머리가 완벽하게 다시 자랐습니다. 단 환자군의 주변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수치자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효능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소아원형탈모, 특히 넓은 탈모부위를 가진 환자들에게는 DPCP 면역치료를 대체할 만큼 좋은 치료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싱클레어 : DPCP 면역치료는 원형탈모치료를 위한 오프라벨 국소요법으로 1980년대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이 치료에 반응한 소아환자들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DPCP 면역치료가 효과적이었던 경우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효과가 지속됐습니다. 또 이 치료법은 안전하지만 부작용으로 아토피피부염 악화와 색소침착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DPCP 치료제는 대부분 전문병원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피라치니 : DPCP 면역치료는 특히 만성 소아원형탈모환자에서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치료를 준비·시행하는 데 충분한 교육이 필요해 유럽의 모든 피부과 의사가 DPCP 면역치료를 시행하지는 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