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남용사고로 인해 프로포폴은 전 국민이 다 아는 가장 유명한 수면마취제가 됐다. 대체 왜 이런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이번 칼럼에서는 건강검진이나 수술 시 흔히 접하는 마취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마취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마취는 크게 전신마취와 부위마취로 나뉜다. 전신마취는 다시 마취제를 어떻게 몸안에 넣느냐에 따라 흡입마취와 정맥마취로 분류한다.

먼저 드라마나 영화에서 환자의 입에 마스크를 씌우고 나중에 입에 관이 물려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흡입마취다. 의식도 자극에 대한 반응도, 호흡도 전혀 없어서 기계로 인공호흡을 시켜주는 상태다.

환자의 정신이 멀쩡한데 입에다 관을 꽂을 수는 없기 때문에 환자를 미리 수면상태로 유도하는데 이때 정맥으로 주입되는 약이 정맥마취제이다. 이때 잠은 자는데 스스로 숨도 쉬고 아프면 반응도 있는 상태를 진정상태라고 한다. 이 진정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진정마취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수면마취다. 즉 수면마취는 정확히 말하면 정맥마취 중에서 진정마취를 말한다.

■왜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걸까?

감마아미노 뷰티르산, 흔히 GABA라고 부르는 물질은 깊은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프로포폴은 뇌에서 이 GABA의 수치를 높여서 뇌의 기능을 억제시켜 잠들게 만드는데 이때 뇌의 도파민 조절기능도 함께 마비되면서 많은 양의 도파민이 나오게 된다. 도파민은 사랑에 빠졌을 때,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행복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따라서 프로포폴 때문에 도파민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마약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마약류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프로포폴은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바로 잠이 들기 때문에 기분 좋은 느낌을 느낄 새가 없다. 느껴도 기억이 안 나서 신체적 중독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프로포폴을 반복적으로 조금씩 맞으면 잠들기 직전에 기분 좋은 느낌을 약간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이건 모든 사람이 느끼는 것도 매번 느끼는 것도 아니다. 이보다는 GABA의 작용으로 인해 잠을 아주 깊게 자고 난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프로포폴은 푹 자고 난 개운한 느낌을 못 잊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남용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수면마취 할 때 왜 헛소리를 하는 걸까?

우리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뇌의 복잡한 연결망에 의해 뇌의 각 부위가 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면마취 상태에서 깨어날 때는 뇌의 부위별로는 기능이 슬슬 살아나기는 해도 완전히 통합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즉 헛소리를 막 하게 된다. 

가끔 필자에게도 “헛소리할까 봐 부끄러워서 수면마취를 못하겠다”라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의료진들은 환자들의 헛소리가 너무나 당연한 생리적 현상임을 알기에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취를 많이 하면 치매가 온다?

마취를 많이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말이 나온 이유는 마취가 다 깨기 전에 나타나는 저의식 상태, 즉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논문을 봐도 마취에 의해서 뇌에 손상을 받거나 기억력에 장애를 가져왔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마취제는 뇌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도, 학습장애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수면마취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다수의 논문에서는 평소 술을 많이 마실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가 젊을수록 수면마취가 쉽게 되지 않는다고 나온다. 실제로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젊은 여성환자의 경우 체중에 비해 더 많은 마취제를 사용해야 마취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취 위험하지는 않나요?

전신마취는 의식, 호흡, 움직임도 전혀 없어서 호흡마저 기계에 의존하는 깊은 마취에 속한다. 따라서 그냥 무서워서 또는 아플까 봐 전신마취를 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전신마취는 절대 움직이면 안 되는 세밀하고 중요한 수술에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전신마취와 달리 수면마취는 호흡과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가능한 진정상태이기 때문에 마취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덜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수면마취 중에서 특히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은 호흡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속적으로 호흡을 모니터링하는 의료진이 상주해야한다. 호흡 억제로 인한 마취사고는 의료진의 충분한 주의로 예방 가능하다.

■프로프폴을 왜 우유주사라고 부를까?

프로포폴에는 콩기름과 달걀성분이 들어가서 하얀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관상으로 봐도 우유와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프로포폴은 주재료인 콩과 달걀로 인해 부패되기 쉽기 때문에 매우 철저하게 관리돼야 하며 상온에 노출된 약물은 바로 사용하거나 폐기해야한다.

■프로포폴 말고 다른 수면마취제는 어떨까?

흔히 사용되는 대표적인 수면마취제에는 미다졸람, 케타민, 프로포폴이 있다. 미다졸람은 프로포폴의 대안으로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가장 큰 장점은 과용량이 투입됐을 때 해독할 수 있는 해독제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깨고 나서 숙취처럼 한참 어질어질하고 몽롱한 느낌이 있다는 점, 호흡을 억제하는 단점이 있다.

케타민은 통증을 없애는 장점이 있다. 다른 수면마취제는 진정효과는 있지만 통증을 없애는 효과는 없어서 국소마취를 함께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케타민은 그 자체로 진통효과가 있다. 하지만 진통효과와 함께 환각작용이 있어서 마약으로 분리리되고 악몽을 꿀 수 있다. 

■마취 도중에 깰 수도 있을까? 

마취 도중에 의식이 깨서 통증을 느끼는 것을 수술 중 각성이라고 한다. 전신마취는 근이완제를 쓰기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어서 깨어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가 없는데 의료진은 환자가 깨어있는 줄 전혀 모르고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부분적인 기억을 하는 부분 각성은 실제로도 아주 가끔 일어난다고 한다.

수면마취의 경우에는 약물을 줄이면 서서히 진정상태에서 벗어나 잠에서 깨고 환자는 움직이거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깨었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즉각 알 수 있다. 

좋은 수술결과를 위해서 일부러 수술 중에 환자를 깨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각성수술이라고 한다. 가령 뇌종양수술을 할 때 중간에 환자를 깨워서 신경학적 증상을 확인하며 수술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환자의 중요한 부위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수술할 수 있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수면마취 전후 주의사항은?  

수면마취의 경우는 전신마취만큼 금식을 철저하게 지킬 필요는 없다. 수시간 전 가볍게 식사하고 소량의 음료나 물 정도는 그 이후에도 괜찮다. 금주는 적어도 2~3일 전부터는 하는 것이 좋다. 마취 후 의식이 돌아온 후에는 가벼운 음료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당일에는 운전을 삼가는 것이 좋다.

모든 약은 독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약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취는 통증이라는 공포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해준 인류 최고의 의학적 발명 중 하나다. 하지만 용도에 맞지 않게 남용해선 절대 안 된다. 마취제는 모든 체계를 갖추고 안전하게 절제해서 사용했을 때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도구다.  

권병소 대한비만미용체형학회 기획이사(엔비유 성형외과 대표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