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반려동물은 근본부터 다르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근본부터 다르다
  •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 교수
  • 승인 2013.10.16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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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어느 월요일 아침 병원 주차장에 고급 외제차 한 대가 들어온다.

이어 차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담요에 감싼 애견을 품에 안은 채 내리더니 행여 비라도 맞을까 애지중지하면서 연신 우산위치를 변경했다. 한눈에 봐도 부유해 보이는 아주머니 품에서 사랑 받는 복 많은 애견이 누굴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진료시간이 임박해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첫 진료가 끝나고 다음 진료를 준비하는데 피부과 선생님이 다음 동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준다.

“교수님! 이번 애견은 피부가 조금 예민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아주머니는 피부질환이 매우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이상은 아닌 듯해 보인다고 말씀드리니 오히려 화를 내시네요. 아무튼 모시고 오겠습니다.” 잠시 후 수의사선생님의 안내로 아주머니 한 분이 품에 애견을 안고 들어왔다. 조금 전 주차장에서 마주친 아주머니와 애견이었다.

“우리 제우스 피부가 아주 엉망이랍니다. 냄새도 심하고 비듬도 많고 어제는 미용실 다녀온 후 이렇게 배 부분이 빨갛게 돼버렸습니다.”

“우선 배 부분을 한번 살펴볼까요?” 배 부분에 발적이 있긴 하지만 심한 편은 아니었다. 단지 피부가 약간 건조해 피모가 푸석거리고 각질이 조금 발생한 정도였다. 처음 진단한 수의사의 말처럼 피부가 예민하고 건조할 뿐이지 딱히 문제될 질환은 없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애견은 야외에서 생활하는 애견과는 달리 피부가 건조하고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난방을 하는 아파트처럼 겨울철 실내습도가 극히 낮은 경우에는 애견도 피부건조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우스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 온 시기도 건조한 시기가 아니라 원인이 따로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목욕을 얼마 만에 하고 또 어떻게 하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제우스는 애견미용실에서 삼일에 한번 아로마 스파를 겸한 목욕을 하고 있고 향수는 제가 사용하는 제품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피부건조증의 원인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실내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에게 주기적으로 목욕시키는 일은 건강관리뿐 아니라 위생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극히 사람의 관점으로 해석해 애견을 자주 목욕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땀을 흘리지 않는 개와 고양이는 자주 목욕할 필요가 없는데 특히 스스로 털 고르기와 피부관리를 할 수 있는 고양이의 경우 장모종이 아니라면 굳이 목욕시킬 필요가 없다. 애견의 경우도 견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3~4주에 한 번 목욕시켜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너무 자주 목욕을 시키면 정상적인 피부보호막이 파괴돼 피부가 건조해지고 털도 푸석거리게 마련이며 자극에 약해져 피부가 쉽게 붉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반려동물의 목욕을 자주 시키는 원인을 물어보면 대다수는 몸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는 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 피부질환이 없는 개와 고양이의 몸에서 풍기는 기분 나쁜 냄새는 치주질환으로 인한 구취, 귀속이 지저분해 나는 냄새, 항문낭염으로 인한 냄새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특정부위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냄새를 몸 전체에서 발생한 냄새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부질환이 존재하지 않는데 반려동물에게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 동물병원을 찾아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보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불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은 근본부터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 차이점을 인정한다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해 나갈 수 있음을 명심하자.


* 황철용 교수의 ‘반려동물 이야기’는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지난 1년간 한 주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연재해주신 황 교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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