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손쉽고 안전한 ‘냉동지방분해술’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손쉽고 안전한 ‘냉동지방분해술’
  • 글·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3.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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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판 장착한 부위 지방 사멸…신경조직 손상 없게 주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지난 칼럼에서 열뿐 아니라 한랭도 치료에 이용될 수 있으며 한랭손상에 예민한 정도는 조직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방세포가 더 예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늘 주제는 냉동을 이용한 지방세포파괴다.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2020년 발표된 미국피부외과학회에 따르면 ‘냉동지방분해술’은 연간 25만7868건으로 미국 피부과의 주된 시술 중 하나다.

냉동으로 인한 지방세포손상은 1902년 독일의 호씽어(Hochsinger)에 의해 처음으로 문헌에 기록됐는데 어린이들의 턱 아래에 발생한 결절을 급성냉동반응(Acute freezing reaction)으로 보고했고 이후에도 유사한 보고가 많았다.

1970년 미국의 엡스타인(Epstein)과 오렌(Oren)은 팝시클이라는 아이스캔디를 먹은 후 뺨에 붉고 딱딱한 결절이 생기고 지방괴사가 발생한 것을 관찰한 다음 같은 아이의 엉덩이에 얼음을 접촉해 유사병변이 다시 생기자 ‘아이스캔디 지방염(popsicle panniculitis)’이라는 이름으로 한랭에 따른 지방염과 지방괴사를 설명했다.

냉동지방분해술 시술 전(왼쪽)과 시술 후.

한동안 이러한 현상은 소아에서만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참(Beecham) 등이 추운 날씨에 말 타는 여성의 허벅지 내측의 지방 함몰을 1980년에 보고, 성인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를 눈여겨본 미국 하버드의대 만스타인(Manstein)과 앤더슨(Anderson)이 이를 활용한 의료기기를 개발, 2008년에 처음 소개했고 이후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거쳐 2010년 미국 FDA 인정을 받게 된다.

냉동지방분해술기기의 구성 

기기장치는 비교적 간단하다. 흡입장치가 달린 냉각판을 옆구리나 배에 위치시키고 흡인한 후 두 냉각판 사이의 피부를 영하의 온도로 몇 십 분간 유지하면 흡입으로 빨려 들어온 지방조직에 염증이 발생하고 지방염이 발생한 부위의 지방세포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사멸하게 된다.

비교적 안전한 시술이지만 신경조직도 냉동에 취약해 조심해야한다. 기기를 설치하고 수 십분 간 차고 있어야하지만 다른 시술과는 달리 시술받는 동안 독서나 음악감상은 물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불편함 정도다. 

기기를 장착할 수만 있으면 어디든 치료할 수 있으며 주로 허리나 배를 많이 시술하는데 필자는 이 기기를 비만남성에서 지방세포증가로 발생하는 ‘가성여성형유방’치료에 이용하기도 했다. 연구 당시 가슴둘레 평균 4.3%, 지방두께 25~26% 감소가 관찰돼 레이저의학회지(Lasers in Surgery and Medicine)에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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