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남아있는 유치 꼭 뽑아야 하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남아있는 유치 꼭 뽑아야 하나요?
  • 김담 고래동물병원 외과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3.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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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담 시흥 은계지구 고래동물병원 외과원장
김담 시흥 은계지구 고래동물병원 외과원장

필자가 어릴 적 흔들리는 유치를 실에 묶어 이마를 탁! 치면서 이를 뽑았던 기억이 있다. 반려동물도 어린 시절에만 사용되는 유치가 먼저 나고 그 밑에서 영구치가 자란다. 영구치가 점점 자라면서 유치의 뿌리는 녹고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빠지고 그 자리에 영구치가 솟아난다. 일반적으로 유치는 날카롭고 영구치는 끝이 뭉뚝하다. 유치는 주로 6~8개월령 사이에 빠지며 아무리 늦어도 1년령 이내에 다 빠진다.

반려견의 유치는 앞니, 송곳니, 작은 어금니가 나오며 총 28개가 나온다. 영구치는 앞니, 송곳니, 작은어금니, 큰어금니를 포함해 42개가 일반적이다. 반려견의 유치는 3~4주령에 자라기 시작하고 영구치는 3~4개월령에 앞니가 나기 시작해 다른 영구치가 10개월령까지 나온다. 반려묘의 유치는 26개, 영구치는 30개가 일반적이며 앞니 유치가 2~3주령에 나오기 시작하고 영구치는 앞니가 2~3개월령에 나기 시작해 다른 영구치가 8개월령까지 나온다.

영구치가 나오고 유치가 빠지는 이갈이 시기에는 잇몸이 근질근질해 입에 물건을 물고 자꾸 깨물려고 한다. 이럴 때는 유치가 제대로 빠질 수 있도록 껌처럼 씹을 거리를 주거나 터그놀이를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치가 잘 빠져야 영구치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간혹 유치가 안 빠지고 남아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양이보다는 강아지에서 흔하며 특히 유치송곳니의 뿌리가 깊어 안 빠지는 경우가 많다. 유치가 남아있으면 보호자들은 ‘언젠가 빠지겠지, 이걸 꼭 빼야 해?’라는 생각으로 잔존유치를 방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치를 방치하면 영구치가 엉뚱한 방향으로 날 수도 있고 유치와 영구치 사이에 음식물이 잘 껴 치석이 금방 생길 수 있다. 치석은 치은염, 치주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져야 할 시기가 지나 잔존해 있는 유치가 있으면 발치를 하는 것이 맞다.

다음 사례는 5살 몰티즈로 집에서 입 주변을 만지지도 못해 양치질은 해본 적이 없고 밥도 딱딱한 것은 잘 먹지 못했다. 구강검사를 진행했는데 유치가 다수 남아있었고 유치와 영구치 사이에 치석이 심한 상태였다. 치아방사선촬영으로 남아있는 유치를 확인하였고 스케일링 및 유치발치가 진행됐으며 총 15개의 유치를 발치했다.

다음 사례는 8개월령 포메라니안으로 아래턱 유치송곳니를 포함해서 유치가 다수 남아있었다. 유치가 다 빠졌어야 할 시기가 지났고 영구치송곳니가 안쪽으로 자라면서 잇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상태로 병원을 찾았다. 이렇게 잇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상태의 치아를 매복치, 미맹출치라고 한다. 매복치의 경우 잇몸 안에서 염증 반응이 발생하기도 하고 심하면 치아 주변으로 낭이 생겨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때 유치를 발치해야하고 심한 경우 영구치도 발치해야한다. 이 사례는 치아방사선촬영을 하고 유치발치가 진행됐다.

유치는 적절한 시기에 빠져서 영구치가 제대로 나와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길잡이라고 볼 수 있다. 시기가 지나 남아있는 유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 발치를 해야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보호자가 어릴 때부터 치아를 유심히 관찰하고 구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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