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건강음식기행] 어쨌든 봄, 꽃게도 개나리처럼 노란 내장을 품었네…‘간장게장’
[제철 건강음식기행] 어쨌든 봄, 꽃게도 개나리처럼 노란 내장을 품었네…‘간장게장’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4.07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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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러운 간장게장으로 한 입에 봄을 머금다
화해당 아일랜드리솜점(0507-1335-7160).
암꽃게는 4월이 제철이다. 밥도둑으로 불리는 간장게장의 주재료인 꽃게에는 칼슘과 키토산, 단백질이 풍부해 영양식으로도 만점이고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도 제격이다. 화해당 아일랜드리솜점의 꽃게간장게장.

제철음식을 맛보는 것은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엔 낙엽이 지듯 이치에 따라 음식도 제철을 맞았을 때 영양분이 가장 풍부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제철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그 맛집을 한 달에 한 번씩 선정해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안면도를 찾은 지난주 토요일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온종일 비가 내려도 바람 속에 옅게 배어든 온기가 살갗에 닿는다. 어쨌든 봄이긴 한가보다. 꽃지해수욕장에 다다를수록 소금기를 한껏 머금은 바닷바람이 자연스레 길을 이끌었다.

4월이면 암꽃게가 그야말로 제철이다. 꽃게는 안면도의 특산물로도 유명하다. 계절이 바뀔 때 제철을 맞은 음식을 맛보는 것. 보이지 않는 계절의 경계가 선명해지는 순간이자 새로운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식이다. 가뜩이나 감염병에게 계절을 빼앗겨 여행조차 쉽지 않은 지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안면도에서 꽃게를 맛본다면 봄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린 겨울을 지낸 나무가 봄이 되면 꽃을 피우듯 암꽃게도 산란준비를 마쳐 개나리처럼 노란 내장이 탐스럽게 차오른다. 우리가 흔히 알이라고 부르는 암꽃게의 노란 부분은 정확하게는 내장이다. 이 암꽃게에 삭힌 간장을 부어 만든 음식이 간장게장이다. 짜면서도 달콤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이질적인 감각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꽃게에는 칼슘과 키토산, 단백질도 풍부해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다.

꽃지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한 화해당 아일랜드리솜점에서는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리에 앉으니 금방 밑반찬과 달걀찜이 나왔다. 이 달걀찜이 의외로 별미다. 본격적으로 게장을 먹기 전 슴슴한 맛이 입안에 포근하게 담기면서 속을 훈훈하게 데운다.

밑반찬은 어리굴젓, 가지볶음, 묵은지볶음, 멸치볶음, 감자볶음, 게장을 싸먹을 수 있는 감태와 김이다. 식당에서의 밑반찬은 주요리의 맛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해주는 예고편이기도 한데 이 집은 간이 세지 않고 기분 좋게 상큼하다. 담백하고 깔끔할 것 같은 간장게장의 맛이 기대됐다.

드디어 게장이 나왔다. 잘려진 단면으로 살이 탐스럽게 꽉 찼다. 소복하게 내려앉은 노란 내장이 흘러내리기 전에 얼른 몸통 하나를 집고 싶지만 할 일이 있다. 돌솥에 담긴 밥을 공기에 덜어내고 따뜻한 보리차를 따라놓는 것이다. 숭늉이 만들어지는 시간, 이제 본격적으로 게장을 맛본다.

아그작하고 딱딱한 껍질을 무니 곧 부드러운 살이 입 안에 한가득이다. 마냥 무르거나 물컹하지 않고 적당히 단단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바다에서 건져져 식탁으로 왔을 것이 분명하니 싱싱함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아도 될 터이다. 

화해당의 간장게장은 신선함과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다.

간도 짜지 않고 담백하다. 단맛과 짠맛이 서로 자기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은은하게 조화를 잘 이룬다. 게다가 자극적이지 않아 자꾸만 들어간다.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데 밥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덕분에 고소한 게살맛이 더 잘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3년 연속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된 맛집이라고. 김과 감태는 바삭하게 부서지더니 곧 바다의 향기로움을 그대로 전해준다. 간장게장으로 바다의 봄을 입 안 가득 머금었다. 

살 한 점이라도 놓칠까 게딱지를 구석구석 열심히 긁어내는 순간 아차, 꽃지해수욕장에 온 또 다른 이유가 생각났다. 낙조다. 해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로 떨어지며 하늘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위로를 건넨다. 식사를 하면서 창 너머로 황혼이 짙어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비가 내리는 탓에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해는 바다 밑으로 떨어져 자취를 감추고 이제 저녁이다. 감염병이 봄의 생동감을 생경함으로 지워냈다고는 하지만 봄비는 내리고 꽃게는 이미 산란준비를 마쳤다. 어쨌든 봄이다. 본격적으로 제철을 맞은 꽃게로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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