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1회용 의료기기 ‘힐링어버트먼트’ 재사용 논란
치과 1회용 의료기기 ‘힐링어버트먼트’ 재사용 논란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4.07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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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세균, 이물질 내부침입 막는 힐링어버트먼트
· 임플란트시술 시 감염위험 있어 재사용 절대 안 돼
·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한 감시시스템 마련 시급

치과에서 사용되는 1회용 의료기기인 ‘힐링어버트먼트’ 재사용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힐링어버트먼트란 임플란트시술 시 환자의 잇몸치유를 위해 임시로 픽스처 상부에 고정하는 임플란트재료다.

최근 본지에 치과용 마취주사기기와 바늘뿐 아니라 임플란트시술 시 사용하는 부품 중 잇몸 안쪽에 들어가는 커버스크류와 잇몸이 맞닿는 부분에 사용되는 힐링어버트먼트의 재사용이 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취재 결과 실제로 다수의 치과에서 빈번하게 행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의 한 치과의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임플란트 1회당 재료비가 한정된 상황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임플란트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치과의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문제를 인정했다.

2016년 다나의원, 한양정형외과, 서울현대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사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에 따라 2020년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의료기관에서의 1회용품 재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나 빨리 바로 잡아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힐링어번트먼트 사용 전(왼쪽)과 사용 후
임플란트시술 시 사용되는 힐링어버트먼트. 왼쪽은 사용 전, 오른쪽은 한 번 사용하고 난 힐링어버트먼트.

임플란트는 크게 치아(크라운)와 기둥(어버트먼트), 뿌리(픽스처)로 나뉘는데 임플란트수술 시 1차로 픽스처를 심은 다음 2차 수술 시 크라운과 어버트먼트과정을 거치게 된다. 픽스처가 잇몸에 단단하게 유착되는 동안 픽스처의 구멍을 힐링어버트먼트로 뚜껑처럼 막는다.

이어 주변 뼈세포와의 골 유착과정을 거친 다음 힐링어버트먼트를 제거한 후 인공치아보철물 작업을 하게 된다. 이때 임시로 쓰이는 힐링어버트먼트는 입안의 각종 세균과 이물질 등의 내부침입을 막아 감염예방에 도움을 주지만 이를 재사용할 경우 교차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019년 ‘구강의학, 구강병리학 및 구강외과(Med Oral Patol Oral Cir Bucal)’ 학회지에 게재된 ‘소독된 임플란트 어버트먼트 재사용은 충분히 안전한가?-임플란트 어버트먼트 안전성(Is the re-use of sterilized implant abutments safe enough?-Implant abutment safety)’에서는 치과진료 시 힐링 어버트먼트의 빈번한 재사용배경을 설명하면서 실제로 환자에게 사용된 힐링어버트먼트의 경우 세척과 멸균 뒤에도 상당한 생물학적 이물질과 세균이 표면에 부착돼 있다고 발표, 힐링어버트먼트 재사용이 교차감염의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2016년 발표된 ‘치과치료에서 사용한 힐링어버트먼트를 세척하고 소독한 후 남아있는 오염물질에 관한 실험실연구(In-Vitro Study of the Contamination Remaining on Used Healing Abutments after Cleaning and Sterilizing in Dental Practice)’라는 논문에 따르면 사용된 힐링어버트먼트를 세척하고 멸균했어도 전체 99% 중 한 군데 이상 감염이 있었다며 경제성 때문에 재사용하는 힐링어버트먼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치과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로 등록된 제품의 표기사항. 엄연히 일회용 비멸균 의료기기며 재사용 금지라고 표기돼있다.

즉 구조적으로 힐링어버트먼트는 나사형태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세척은 물론 완전한 멸균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1회용으로 분류돼 있으며 절대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힐링어버트먼트 재사용 시 감염위험에 대한 경고는 수차례 다뤄진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치과의사협회에 현재 각 치과의 힐링어버트먼트 관리 감독에 대해 질의한 결과 협회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식약처 권고대로 협회는 일회용의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라며 간단히 협회 입장을 전달했다.

치과 임플란트시술 시 사용되는 모든 부품에 붙는 태그. 원칙적으로 재사용이 금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치과 임플란트시술 시 사용되는 모든 부품에 붙는 태그. 이 또한 상단에 재사용 금지라고 명확히 표기돼있다.

일반적으로 임플란트 1개를 심는 경우 크라운과 어버트먼트가 각각 1:1로 치과에 납품된다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닐 터, 이에 국내 임플란트업체의 1:1 납품내역을 확인하려는 본지의 수차례 요청에도 전혀 답변이 없어 납품과정에서의 투명한 관리체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치과에서의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치과용 1회용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인의 자의적 해석도 없어져야하며 의료관계자의 윤리 및 감염관리교육도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특성상 철저한 보안유지를 기본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특히 치과의 경우 환자가 일일이 1회용 의료기기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환자가 1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문제해결의 걸림돌이다. 현재 임플란트시술 시 치과에서 사용되는 1회용 의료기기로는 힐링어버트먼트, 커버스크류, 임플란트 본을 뜨는 데 사용하는 임프레션코핑, 랩아날로그 등이 있다.

특히 힐링어버트먼트 등 임플란트시술 시 임시로 사용되는 부품의 경우 임플란트 및 1회용 의료기기 공급사와 치과 사이의 투명한 유통관리체계를 기반으로 사후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등 즉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TIP.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에 대한 법령

2020년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보면 ‘의료인은 일회용 의료기기(한 번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되거나 한 번의 의료행위에서 한 환자에게 사용해야하는 의료기기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를 한 번 사용 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 개정안은 재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의료관련 감염감시체계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의약품, 혈액, 지방 등을 투여·채취하기 위하여 주사침, 주사기, 수액용기와 연결줄 등을 포함하는 수액세트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의료기기’나 ‘감염 또는 손상의 위험이 매우 높아 재사용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의료기기’를 말하며 이에 따라 1회용 의료기기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또 ‘의료법 개정에 따른 의료관련감염 자율보고 운영에 관한 규정 고시’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의료행위와 관련한 감염이 발생할 경우 질병관리청의 질병대응센터로 보고할 수 있으며 보고자는 ▲의료기관의 장 ▲의료인 ▲의료기관 종사자 ▲환자 및 보호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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