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피지 못한 꽃, 여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레트증후군’
[극복해요! 희귀질환] 피지 못한 꽃, 여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레트증후군’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4.0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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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증후군, 신경발달장애질환 유병률 1만명당 1명
X염색체질환 MECP2 유전자 돌연변이가 주원인
‘운동기능 퇴행’ 유아자폐증과 가장 큰 차별점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레트증후군은 MECP2유전자 돌연변이로 신경발달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여아에게 발병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MECP2유전자 돌연변이로 신경발달장애를 유발하는 레트증후군은 여아에게 발병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첫딸이라 기뻤습니다. 늦게 얻은 자식인 만큼 그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보기 위해 서둘러 퇴근했고 아이의 칭얼댐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만큼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의 두께가 얇았는지 와장창 깨져버렸습니다. 어느 순간 저의 아이는 잘 걷지 못하고 반복적인 손놀림 등이 관찰됐습니다. 이상해 병원을 방문하니 ‘레트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얘기해줬습니다.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늘을 많이 원망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미소를 보니 말라붙었던 맘에 한 줄기 희망이 샘솟았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아직 아빠가 해주고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많으니 포기하지 말자” <내가 넘어지고 어두운 밤을 헤맬 때 네가 나의 등대였단다-아버지의 속마음>

레트증후군은 여자 아동에게 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레트증후군은 1993년 안드레아스 레트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된 신경발달장애질환으로 전 세계 유병률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만큼 발생빈도가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1000~2000명 정도의 레트증후군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레트증후군이 여자 아동에게 발생하는 이유는 성염색체질환이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X염색체 중 MECP2라는 유전자돌연변가 주원인이다. 따라서 레트증후군에 걸린 남아는 대부분 출생 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MECP2유전자는 뇌의 발달에 필요한데 레트증후군의 경우 유전자 돌연변이로 MECP2유전자가 없거나 점차 사라져 신경발달장애를 유발한다. 하지만 레트증후군은 항상 MECP2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만이 아니다. CDKL5와 FOXG1 등 다른 유전자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유전자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레트증후군환아는 생후 6~18개월까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만 이후 갑자기 발달이 정지된다. 이때 두위 발달의 감소와 함께 인지 및 운동능력 상실, 언어기능의 상실, 특징적이고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손놀림 등이 나타나면서 점차 손의 기능도 상실한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김세희 교수는 “희귀난치성질환의 일종인 레트증후군은 출생한 지 오래되지 않은 아이들에서부터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레트증후군은 대부분 가족력과 연관없이 산발적 돌연변이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레트증후군 진단법(출처=질병관리청 희귀질환헬프라인)
레트증후군 진단법(출처=질병관리청 희귀질환헬프라인)

■레트증후군 ‘운동기능 퇴행’으로 유아자폐증과 차별돼

레트증후군은 뇌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지, 감각, 감정, 운동 및 자발적인 행동이 어렵다. 이런 까닭에 레트증후군은 대부분 유아자폐증, 뇌성마비, 규정되지 않은 발달지체로 오해한다. 하지만 유아자폐증의 경우 언어적 퇴행은 나타나지만 운동기능의 퇴행은 나타나지 않는 점에서 레트증후군과 차별점을 갖는다.

또 레트증후군은 서서히 머리크기가 작아져 2~5세 사이에 머리둘레가 정상 아이에 비해 작아지는 소뇌증이 관찰된다. 더불어 손의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손을 입에 넣거나, 박수를 치거나, 손을 쥐어짜는 모양, 손을 씻는 행동 등 무의미한 행동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이때 임상적으로 레트증후군환아의 70%는 뇌전도상에서 경련활성이 관찰되며 25%는 발작 증세가 발생한다.

레트증후군은 진행성 신경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전신적으로 소두증, 호흡불량, 척추기형, 보행실조, 척추측만, 발의 기형, 성장지연, 말초혈관 운동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유전자 알아도 대증적치료만 존재

과거 레트증후군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검사방법은 없었다. 이런 까닭에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병명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유전자검사의 발달로 레트증후군 진단은 상대적으로 간단해졌다. 하지만 MECP2 변이로 발병되는 타 질병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경학적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레트증후군이 의심되면 MECP2변이 유전자검사로 최종 확진한다.

레트증후군의 원인이 유전자 이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완치를 위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각 증상에 맞춰 대증적인 치료가 이뤄진다.

가령 발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항경련제가 사용되며 숙면을 돕기 위해 진정제 또는 수면제가 처방된다. 또 레트증후군환아는 물리치료를 통해 관절의 강직을 예방하고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음악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김세희 교수는 “레트증후군은 영아기에는 발육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뇌의 특정영역 발달에 필요한 요소가 부족해져 뇌의 특정부분이 미성숙하게 발달한다”며 “혹시 여아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언어적퇴행과 발달지연이 관찰된다면 레트증후군을 의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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