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유방암, 무조건 예방적 절제술 시행 안 돼”
“유전성유방암, 무조건 예방적 절제술 시행 안 돼”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4.1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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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준석 대림성모병원 병원장

· BRCA1·BRCA2 유전자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유방암’
· 단순한 가족력 아닌 유전자검사 결과 토대로 수술해야
· 적절한 운동, 식이로 유방암예방 가능...음주 절대금지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은 여성의 3대암으로 꼽히는데 이들 장기는 모두 여성성과 직결돼 여성에게 있어서는 매우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안젤리나 졸리가 사전 유전자검사를 통해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하면서 화제가 됐던 ‘유전성유방암’.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적 절제술을 누구나 받을 수 있는지, 또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하며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홍준석 대림성모병원 병원장(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예방적 유방절제술과 난소·난관절제술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홍준석 병원장은 “유방암예방을 위해서는 연령별 검진법을 숙지하고 실천해야한다”며 “특히 유전자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유방암은 유전자검사와 예방절제술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행동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홍준석 병원장은 “유방암예방을 위해서는 연령별 검진법을 숙지하고 실천해야한다”며 “다만 유전성유방암 예방을 위한 유전자검사 및 예방절제술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 ‘유전성유방암’은 일반인에게 아직까지 생소한 질환인데요.

다양한 유방암의 원인 중 특정유전자가 유방암의 주요원인인 경우 유전성유방암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체 유방암환자의 약 5~10%를 차지하며 매년 약 1000~2000명의 환자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BRCA1, BRCA2가 유방암의 원인유전자로 알려졌는데요. 일반여성의 유방암진단가능성은 약 5%인 데 반해 BRCA 유전자변이가 있는 경우 40∼8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 유방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변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유전자변이란 유전정보를 가진 DNA염기서열의 일부가 표준과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표준염기서열이 변화되면 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거나 기능을 잃게 됩니다. BRCA1, BRCA2 유전자변이가 있는 여성은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발생위험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국내 보고에 따르면 BRCA1가 변이된 여성의 경우 70세까지 유방암발생위험률 72.1%, 난소암발생위험률이 24.6%였으며 BRCA2 변이의 경우 각각 66.3%와 11.1%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 건강을 위한 필수 유방암검진시기는 언제입니까. 또 유방암검진 시 다양한 방법이 시행되는데 각 검진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유방암자가검진은 유방암예방과 조기발견의 첫 단추이기 때문에 만30세 이상부터는 유방암 자가검진을 습관화하는것이 좋습니다. 가슴에 특별한 증세가 없어도 만 40세 이상이면 자가검진과 함께 1~2년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아야합니다.

정기검진 시 유방영상검사에서 의심소견이 나오면 추가로 조직검사를 시행하되 20~30대 여성은 특별한 증상이 없을 경우 유방X선촬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0~30대 유방조직은 치밀해 유방X선촬영진단율이 매우 낮고 오히려 X선 노출이 유방암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유방암학회에서 유방X선촬영은 만40세 이상에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먼저 증상이 없는 유방암진단이나 기타 유방질환진단 시 기본검사법은 ‘유방촬영술(Mammography)’입니다. 유방촬영기에 유방을 한쪽씩 차례대로 놓고 특수고안된 플라스틱판으로 유방을 누른 후 촬영을 진행합니다. 이는 종괴나 초기유방암의 징후인 미세석회화를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미세석회화가 모두 암과 관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합니다.

만일 유방촬영 결과 이상소견이 보이면 초음파검사를 진행하는데 이는 손으로 확인할 수 없거나 매우 작은 종괴를 발견하는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초음파검사는 미세석회화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방촬영술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 검사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혹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시행하는데 혹의 세포나 조직 일부를 얻어 암세포가 있는지 확인해 유방암을 확진하는 방법입니다.

- 유방암환자는 유전성유방암검사를 꼭 해야 합니까.

유전성유방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BRCA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유방암 또는 난소암으로 진단되고 가족 및 친척에서 1명 이상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있는 경우 ▲유방암·난소암이 동시에 발병한 경우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진단된 경우 ▲유방암이 양쪽 유방에 모두 발병한 경우 ▲유방암과 함께 다른 장기에도 암이 있는 경우 ▲남성에서 유방암이 발병한 경우 ▲상피성난소암이 발병한 경우입니다.

유전자검사에서 유전자변이가 발견됐다면 부모, 형제, 자녀 역시 변이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50% 정도로 매우 높아 유전자검사를 받아야합니다. 하지만 검사결과에 따라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차별, 보험상 차별은 물론 자살, 이혼, 가정붕괴 등 만만찮은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무분별한 검사는 지양해야합니다.

- 예방차원에서 절제술을 결정하기 전 꼭 확인해야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예방적 수술의 종류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예방적 양측, 예방적 반대측 유방절제술), 예방적 양측난소절제술이 있는데 목적은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위험 및 사망률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예방적 수술 결정 전에 꼭 확인해야할 사항은 당사자가 특정암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한 객관적 증거입니다. 단순히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통해 특정유전자변이가 있고 이로 인해 난소·난관발생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만 시행해야합니다.

난소·난관절제술은 복강경을 통해 시행하기 때문에 외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임신이 불가능하고 폐경되기 때문에 더 이상 임신계획이 없어야합니다.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 후 시행하는 여성호르몬치료는 유방암발생위험을 높이지 않고 폐경증상을 완화시키고 심혈관질환 및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때문에 권장합니다.

폐경에 대해 우려가 많은 환자의 경우 난관절제술만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난소암은 대부분 난관에서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어 난관만 절제해도 일정 부분 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관만 절제했어도 폐경 후에는 남아있는 난소를 추가수술을 통해 절제해야 최적의 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난소·난관절제술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난소·난관절제술은 산부인과 수술 중 매우 쉽고 간단한 수술에 속해 대부분 복강경으로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배꼽구멍을 약간 더 크게 만들어 이를 통해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함께 넣어 수술하는 단일공복강경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 수술시간은 보통 30분 이내이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수술 다음날 퇴원하고 하루 뒤에는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습니다.

- 난소·난관절제술이 불가능한 사람도 있습니까.

먼저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은 출산 후 시행해야합니다. 또 수술목적이 암 예방이기 때문에 전신마취수술이 위험한 사람들에게는 강권하지 않습니다. 암 예방을 목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복강 내 유착이 심한 경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골반염과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보통 난소·난관이 주변조직과 강하게 붙어있어 이를 제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주변조직이 손상될 수 있어서입니다. 따라서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다음에 진행해야합니다.

- 난소·난관절제술 후 회복기간 동안 주의해야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수술부위의 통증은 보통 하루만 지나면 절반 이하로 줄고 상처합병증발생확률도 낮습니다. 만일 수술부위가 부풀어 오르고 눌렀을 때 안으로 들어가면 배꼽부위탈장을 의심해야합니다. 또 복강경수술 시 복강에 넣었던 가스에 의해 복부나 어깨 불편감이 있을 수 있지만 수일 내로 사라집니다. 수술부위에 출혈이 뒤늦게 발생해 복통이 발생할 수 있지만 매우 드뭅니다.

이미 폐경된 사람들은 수술 후 신체변화가 없지만 폐경 전이라면 난소·난관절제술 후 약 1주부터 폐경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치의와 호르몬치료에 대해 상의해야합니다. 하지만 현재 유방암환자이거나 유방암치료 후 재발위험이 높은 사람은 수술 후 여성호르몬치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는 항우울제와 골다공증예방약을 써야합니다.

- 평소 유방암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아직까지 유방암의 정확한 발병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완전한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방암위험을 증가시키는 생활습관을 피하고 운동, 식이조절 등을 함께 진행한다면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성인병 등 다른 질환의 원인인 비만은 유방암위험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식이조절은 필수입니다. 또 주 5일 이상 45분~1시간 정도의 운동도 좋습니다.

유방암으로 수술한 직후에는 4~6주간을 준비기로 잡고 스트레칭, 가벼운 맨손 체조 등을 실시하고 6개월까지는 2~3주마다 운동시간을 늘리며 적응과정을 거칩니다. 6개월 이후에는 운동량을 늘리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고 계단 오르내리기 등으로 생활 속 운동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림프부종위험이 높은 여성은 운동 중 팔에 의료용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식이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입니다. 조리할 때는 튀기거나 볶기보다 찌거나 삶는 것이 유방암예방과 치료는 물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간혹 암에 좋다는 음식 등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아직 명확한 효과가 보고되지 않아 특정식품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해야할 것이 바로 음주입니다. 술의 종류와 상관없이 하루 알코올 10g을 섭취하면 7~10% 정도 유방암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는데 알코올섭취 시 체내 여성호르몬수치가 증가해 유방암발병위험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유전자변이가 있어 유방암발병위험도가 현격히 높은 여성은 약제를 투여하거나 예방적 절제술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이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예방적 시술을 무조건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 예방적 차원에서 난소·난관절제술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BRCA유전자가 변이됐다고 해서 모두 유방과 난소를 절제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조기발견을 위해 BRCA 변이 보인자는 18세부터 매달 유방자가검진을, 25세부터 6개월 간격으로 전문가에게 유방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25세부터는 1년 간격으로 MRI촬영을, 30세부터는 매년 유방MRI와 유방X선촬영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예방을 위해 타목시펜 및 피임약 등의 약물복용 또는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난소암예방을 위해서는 40~45세 사이에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암에 대한 지나친 염려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수술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BRCA유전자변이가 있더라도 정기검진, 약물복용, 예방적 수술 등 어떤 방법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지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한 다음 결정하시기를 당부합니다.

자가검진은 생리가 끝난 다음 사흘 후에 실시하는 것이 좋은데 이 시기에 유방이 가장 부드럽기 때문에 정확한 검진이 가능합니다. 자가검진방법은 거울 앞에서 육안으로 유방에 작은 덩어리가 보이거나 유두가 함몰되지 않았는지 잘 관찰합니다. 다음으로 서거나 앉은 자세에서 가슴을 촉진해보고 이전에 없던 증상을 발견했다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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