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타이레놀, 간독성 걱정돼 못 먹겠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타이레놀, 간독성 걱정돼 못 먹겠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4.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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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안녕하세요. 타이레놀 있나요? 병원에서 백신 맞았는데 열날지 모른다고 사 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요즘 타이레놀이 완전 품귀현상이네요. 아마 병원에서 상품명을 지정해줘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것 같아요. 저희 약국에는 동일성분 제제로 이지앤6에이스1) 연질캡슐(대웅제약)이 있어요.”

“타이레놀 대신 복용해도 되나요?”

“그럼요. 동일한 성분이에요. 백신 접종 이후 열이 날 때 사용하는데 항염효과가 없어서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타이레놀 그냥 막 먹어도 돼요? 간독성 있다고 위험하다고 하던데…먹지 말고 버틸까요?”

“그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1일 용량과 용법을 맞춰 드시면 간독성은 크게 문제 되지 않거든요. 그보다 열나고 몸이 아픈 게 훨씬 안 좋을 것 같네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 시행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표 증상은 발열, 근육통, 오한 등입니다. 그런데 어떤 백신을 맞아도 이 반응은 나타납니다. 면역반응이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이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백신이 서로 다른 기술로 만들어진 만큼 반응이 나타나는 시기도 다르다”며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항체가 생성되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언급했어요.2) 이러한 증상은 중증알레르기반응으로 꼽히는 아나필락시스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3)

그렇다면 현재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유발하는 부작용은 얼마나 보고됐을까요?

YTN이 3월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돼 신고된 사례는 약 1.5% 정도인데 이 가운데 99%가 근육통, 두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의 사례였다’고 합니다.

해외 사례도 발표됐습니다.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이 2월 19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두통, 발열 등의 증상들을 보인 환자들의 72%는 24시간 안에 회복됐다고 합니다. 통계자료만 보면 생각보다 이상반응이 많지 않은 듯하지만 주변에 백신 접종 후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웬만한 증상으론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대국민권고안4)에도 ‘아스트라제네카백신 접종 후 근육통의 빈도는 20~30%로 알려져 있다’고 나와 있는 것을 보면 발열, 통증 부작용은 흔히 나타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백신을 맞고 나서 발열(심하면 고열)과 근육통 등의 증상이 이틀 정도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이런 상황에서 정말 흔했는데 요즘은 구경하기 힘든 약이 있습니다. 바로 ‘타이레놀’입니다. 이는 방역당국과 대부분 언론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타이레놀 복용을 권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죠.

사실 방역당국이 타이레놀을 언급한 것은 특정 상품을 복용하라는 것은 아니었어요. 해열진통제로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NSAIDs, 항염진통해열제)를 복용하지 말고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 해열진통제)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이것은 부루펜 같은 NSAIDs가 항염효과로 면역반응에 관여하면서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5) 아마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품명을 언급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타이레놀’이 아니면 안 된다고 이해하는 분들도 있다 보니 약국에서는 동일성분을 권해드려도 거부하는 상황이 생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약사회에서는 방역당국에 ‘특정상표를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6)하기까지 했죠.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해열진통제는 백신접종 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발열, 근육통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아세트아미노펜은 간독성 등의 위험이 있어 반드시 복용법과 복용량을 지켜야한다. 특히 주기적으로 음주하는 사람과 간질환이 있는 경우 등은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약 복용 전 의사, 약사와 상의해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쨌든 이렇게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또 하나 언급되고 있는 것이 간독성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갖고 있는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바로 스티븐스존스증후군과 간독성입니다.

그중 아세트아미노펜의 간독성은 중간 대사물질 엔-아세틸파라벤조퀴논이민(NAPQI) 때문에 발생합니다. NAPQI는 간에서 대사돼서 체외로 배출되는데 만일 너무 많은 양이 생성되거나 간 대사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문제가 됩니다. NAPQI는 독성이 강해서 간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매일 3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간대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어 복용 시 의사, 약사와 반드시 상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아세트아미노펜 4000mg이하이기 때문에 1일 이 복용량을 초과하지 않아야합니다.

약품 주의사항에 나와있지 않아도 ▲만성간질환자 ▲항경련제, 일부 항균제, 결핵약 등 간 효소 유도 약물 복용자 ▲오랫동안 금식한 경우 등 아세트아미노펜 독성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7) 따라서 복용 전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용량 내에서는 간독성이 나타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즉 1일 한계 용량만 넘지 않으면 된다는 거죠.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간독성 유발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도 합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아세트아미노펜과 간독성 인과율이 미국은 46%, 영국은 43% 정도로 매우 높지만 스페인은 2%, 일본은 0%로 거의 관계없는 나라도 있습니다.8) 즉 의약품의 구매나 복용형태에 따라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도 간독성 보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원에 보고된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9) 아세트아미노펜 관련 부작용 중 간독성 관련 부작용은 2013년 2.4%, 2014년 1.6%, 2015년 1.88%로 매년 1~2% 정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작용이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우발적 사고라는 점을 볼 때 복용량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204명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건강한 성인이 하루에 복용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용량을 알고 있는 질문에 88.2%가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알고 있다고 대답한 20여명 중에서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어요.

같은 연구에서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을 알고 있는 경우는 4.9%에 불과했으며 감기약이나 복합진통제에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66.2%나 됐습니다.10) 이런 조사들을 통해 의약품 허용 용량에 대한 부주의로 인해 약물사고가 일어나고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어요.

아세트아미노펜은 위장장애와 신장애가 적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입니다. 더구나 항염효과가 없어 면역반응에도 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용법 용량을 지킨다면 말이죠.

일반적으로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일 4000mg(500mg-8알, 8시간이알서방정650mg-6알, 325mg 액상 연질캡슐-12캡슐)이하로 복용하면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한다는 점도 기억해주세요. 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주기적으로 음주하거나 다른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영양상태와 몸 상태에 따라 간독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약사와 상의해야합니다.

세상에 무조건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상반응을 침소봉대해도 안되겠죠. 적절한 약의 사용은 질병을 치료·예방해 줄 뿐 아니라 불편한 증상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사소한 부분도 약사와 상의하면 보다 안전한 복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고자료

1) 타이레놀과 이지엔6에이스 등 상품명 언급은 독자의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2) ‘AZ백신 발열, 근육통 심하다? 화이자백신도 마찬가지’ 청년의사 2021년 3월 15일 기사

3) ‘전문가들 화이자, 모더나 백신 부작용 원인으로 PEG 성분 지목’ 동아사이언스 2020년 12월 22일 기사

4) ‘의협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 백신 접종 후 타이레놀 복용 권장’ 의협신문 2021년 3월 6일 기사

5) 백신 접종 전 이 약은 피해야… 면역력 생성↓’ YTN 2021년 2월 14일 기사

6) ‘백신접종후 ‘타이레놀’ 복용안내… 약사회 “특정상표 언급말라”’ 동아사이언스 2021년 4월 6일 기사

7)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정성필, 김승호, 이한식. 대한임상독성학회지(2008)

8) Acetamiophen(APAP or N-Acetyl-p-Aminophenol) and Acute Liver Failure(2018)

9)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스티븐스 존슨 증후군, 쇼크, 간손상 중증 부작용도 나타나’ 데일리메디팜 2017년 12월 26일 기사

10) 지역약국 방문 성인 환자의 아세트아미노펜 사용 현황 평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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