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미토콘드리아질환’…체내 발전소 고장이 원인
[극복해요! 희귀질환] ‘미토콘드리아질환’…체내 발전소 고장이 원인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5.11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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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질환, 1만명 중 0.5~1명에서 발병
신경·근육증상, 발달지연 관찰되면 의심해야
‘미토콘드리아 칵테일’로 증상 완화 꾀해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 중입니다. <편집자 주>

과거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모계유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자체 DNA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무조건 모계 유전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거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모계유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자체 DNA 돌연변이의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에 무조건 모계유전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금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현재 우리 아이는 미토콘드리아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돌이 지날 때쯤 제 아이는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병명을 제대로 알고 있지만 질환을 알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확실치 않은 증상, 호흡이 가빠지는 아이를 볼 때면 제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작디작은 손으로 온정이 전해질 때마다 저는 의지를 바로 잡았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완치를 할 순 없지만 어제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도 힘을 냅니다.<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세포 내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 실제로 세포 하나하나에는 100~3000개 정도의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하며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생성 및 저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섭취한 음식물을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등의 영양소로 분해한 뒤 미토콘드리아가 흡수한 영양소를 이용, ATP합성과정을 거쳐 세포에게 에너지원을 공급해 대사활동을 이어간다. 즉 미토콘드리아는 인체가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해 세포, 조직, 장기를 유지시켜준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생기면 대사기능에도 문제가 발생,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미토콘드리아질환은 1만명 중 0.5~1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단 자체가 어려워 기존의 보고들보다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목 교수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작은 기관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뇌, 신경계, 근육처럼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부분에 이상이 발생한다”며 “국내에는 600~700명 정도가 있지만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질환, 모계유전이 주원인? ‘NO’

미토콘드리아질환은 유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어릴 때 발생해 천천히 악화된다.

미토콘드리아질환은 일반적으로 증상을 통해 질환을 의심하고 진단기법을 통해 최종 확진한다. 먼저 두 가지 증상을 바탕으로 미토콘드리아질환을 의심한다. 첫째 신경·근육증상이다. 중추신경계와 근육조직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생성기능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증상으로는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퇴행성경과다. 자녀가 어느 날부터 잘 걷지 못하고 호흡하는 것이 불안정해지는 등 발달지연증상이 발견되면 미토콘드리아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 두 증상이 관찰되면 영상, 혈액, 생화학적검사,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최종진단을 내린다.

과거 미토콘드리아질환은 여러 연구를 통해 모계유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혀졌다. 하지만 무조건 모계유전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 가령 미토콘드리아 내 복합체 일부는 핵 유전자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경우 부계, 모계 또는 부모 모두에게 유전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미토콘드리아 자체 DNA 돌연변이의 발생빈도도 높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질환이 반드시 모계유전이란 말은 틀리다.

이영목 교수는 “국내에서는 ‘유전’이라는 말이 가족 간 대물림이 된다는 막연한 인식으로 부정적으로 쓰일 때가 많다”며 “하지만 유전성질환이 가족성질환처럼 반드시 부모로부터 증상이 대물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질환처럼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는 질환에는 유전이란 말을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토콘드리아 센터, KL-1333 등 다양한 연구 선행돼

일반적으로 질환 치료에는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근본치료와 대증요법이라 불리는 보조치료를 적용한다. 안타깝게도 미토콘드리아질환은 근본치료가 개발되지 않았다. 이에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를 증가시키거나 에너지를 덜 사용하게 만드는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높이는 코엔자임, 고용량 비타민B·C, 카르니틴제제 등을 혼합한 ‘미토콘드리아 칵테일’을 처방하며 이를 통해 환자의 증상과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

또 다행스럽게도 최근 세계 각국에서 미토콘드리아질환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 실제로 미국 샌디에이고에는 미토콘드리아 센터가 존재하며 국내에서는 ‘KL-1333’이라는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돼 미토콘드리아질환자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이영목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다양한 증후군을 포함하고 있으며 종류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다”며 “대표적으로 멜라스 증후군은 보통 5~6세에 발병하지만 잘 관리하면 장기간 생존이 가능한 만큼 꾸준히 치료에 임하면 당장 100% 낫기는 어려워도 10~20%씩 나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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