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 보는 의사 한광협의 청진기] 내면의 소리 경청하면 소통에 아무 문제 없어
[간(肝) 보는 의사 한광협의 청진기] 내면의 소리 경청하면 소통에 아무 문제 없어
  •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5.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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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간질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도 저명합니다. 정년을 마친 후에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으로서 여전히 국민건강 증진에 앞장서고 있는 그가 못다 한 이야기들을 전하고자 독자들 앞에 섰습니다. 격주 수요일마다 연재될 ‘간(肝) 보는 의사 한광협의 청진기’. 의사로서 그가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들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의사라고 하면 하얀 가운과 목에 청진기를 걸친 모습이 연상된다. 실제로 의사에게 청진기는 진찰의 필수도구다. 환자를 진찰하는 방법은 시진(視診), 촉진(觸診), 타진(打診), 청진(聽診) 등 4가지다.

간(肝)을 보는 의사였던 필자는 환자 진찰 시 시진, 즉 눈으로 피부색이나 눈 흰자위에 황달이 있는지, 목 주변 거미모양의 혈관종이나 손바닥이 붉은 수장홍반을 보면서 간이 나쁜지를 진단하며 배를 만져(촉진) 배에 혹이 있거나 간이 만져지는지(정상적으로는 우측 갈비뼈 아래에 있어 잘 만져지지 않음)를 확인하고 배가 부른 경우 손가락으로 두드려(타진) 복수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 중 청진은 유일하게 청진기라는 도구를 사용해 뱃속의 소리를 듣는다. 청진기는 1816년 프랑스 의사 겸 음악가인 레넥(Lennec)에 의해 처음 만들어져 사용됐다. 여성환자의 가슴에 직접 귀를 대는 것이 서로 불편해 이를 대체하고자 관으로 듣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레넥은 간경변을 처음 이름 지은 의사다.

청진기는 미세한 내부의 소리를 들을 때 필요하며 심장과 폐 문제를 진단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돼 왔다. 선천성심장질환이나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을 때 청진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폐질환 진단에도 청진기로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별 보기에 매우 좋은 곳이 몽골이다. 하늘이 맑기도 하지만 불빛이 적어 빛의 방해가 적기 때문이다.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의 소리는 극히 미세해 주변이 소란스럽거나 경청하지 않으면 자칫 놓칠 수 있다.

필자가 미국 연수 중 영어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전문가에게 듣기(hearing)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청력검사 후 청력은 문제가 없는데 청취(listening)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줘 두 단어의 차이를 알게 됐다. 서로 대화하면서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최근 들어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공감력이 줄어들고 경청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 동안만이라도 듣는 데 힘 썼으면 한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주변에 많은데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고 미세한 소리를 잘 듣게 하는 사회적 청진기가 있어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빌게이츠는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글에서 세상이 서로 연결돼 있고 가족 간의 유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며 지구가 병들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성찰했다. 최근 그의 이혼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세계문제에 귀 기울이다 혹여 가족 내면의 소리를 듣는 데 소홀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가정의 달 5월에는 가족 내면의 소리를 청진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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