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무심코 던진 한마디, ‘희귀질환자’에겐 마음의 비수
[극복해요! 희귀질환] 무심코 던진 한마디, ‘희귀질환자’에겐 마음의 비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5.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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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지난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이영목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모계유전이 원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하지만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모계, 부계 혹은 부모 모두에서 유전됐을 가능성과 유전자돌연변이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목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모계유전이 원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하지만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모계, 부계 혹은 부모 모두에서 유전됐을 가능성과 유전자돌연변이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귀질환은 발병빈도가 적은 질환과 진단이 어려운 모든 질환을 뜻한다. 이때 희귀질환의 약 80% 이상이 소아에게 발병한다. 소아에게 발병한 희귀질환 대부분은 신경성으로 운동·언어 등 전반적인 발달지연이 최초 증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가 주축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문제는 희귀질환은 특정부위가 아닌 전신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령 미토콘드리아질환은 시력, 청력, 식이, 감염, 소화기, 비뇨기, 골격, 근육 등 신체 모든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전반적인 증상에 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소아청소년과를 주축으로 다학제진료가 필수다. 희귀질환인 미토콘드리아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국내 유일 미토코드리아질환 전문가인 이영목 강남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만났다. 

-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매우 생소하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는 세포, 조직, 장기 등 나아가 인체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내부 복합체 중 일부가 손상되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능이 떨어져 전신에 영향을 준다. 그중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뇌, 심장, 근육 등의 기관이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아에서 발달지연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모계유전이 원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내 일부는 핵 유전자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모계, 부계 혹은 부모 모두에서 유전됐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질환이 반드시 모계유전이라 말할 수 없다.

- 희귀질환에서 ‘대물림’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표현이 주는 어감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 주로 ‘유전성’을 ‘대물림’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유전성이 꼭 대물림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성은 질환의 진행 과정이 정해져 있는 경우를 말하며 특정 유전자돌연변이가 질환의 원인이라면 이후의 진행과정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유전’이라는 말이 가족 간 대물림 된다는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전성질환이 가족성질환처럼 반드시 대물림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지만 자녀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처럼 유전이란 단어가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언론과 대중은 주의해야 한다.

- 미토콘드리아질환이 가족력이 아닌 돌연변이로 발생할 수 있다는데.

유전적 요인으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는 1차성과 약물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는 2차성이 있다. 예컨대 파킨슨질환으로 인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가 2차성이다. 2차성은 엄밀한 의미에서 미토콘드리아질환이라고 할 수 없다.

- 미토콘드리아질환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미토콘드리아질환은 임상증상과 진단기법을 통해 확진한다. 임상적으로는 신경근육증상과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퇴행성경과가 관찰되면 미토콘드리아질환을 의심한다. 이후 영상, 혈액, 생화학적검사를 진행한다. 현재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의료기술이 발달했지만 희귀질환 진단은 여전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유전자검사는 배타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즉 특정 유전자가 발견되면 진단의 정확도가 매우 높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단이 어렵다. 

- 미토콘드리아질환은 현재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안타까운 점이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를 증가시키거나 에너지를 덜 사용하게 만드는 대증요법을 시행한다. 대표적으로 코엔자임, 고용량 비타민B·C군, 카르니틴제제 등을 혼합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높이는 ‘미토콘드리아 칵테일’이 주로 처방된다. 이러한 대증요법은 미토콘드리아질환자의 증상과 생존율을 개선해준다.

다행히 최근 세계 각국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2003년 파리 생화학연구소에서 미토콘드리아질환의 진단법을 연구했다. 이후 2016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 미토콘드리아 센터에서 치료제 개발연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미토콘드리아질환에서 확실한 효과성을 입증한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선 ‘KL-1333’이라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해외에 라이선스아웃이 됐고 최근 임상연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 미토콘드리아질환자의 평균수명은 어느 정도인지.

미토콘드리아질환은 다양한 증후군을 포함하고 있으며 종류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멜라스증후군이 있다. 멜라스증후군은 일반적으로 5~6세에 발병, 뇌경색과 신경증상이 나타난다. 잘 관리하면 20~30대까지 생존한다. 반면 리증후군의 경우 1세부터 갑작스럽게 증상이 발생해 5세 이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발견해 대증요법을 실시하면 10세 이상까지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희망을 잃을 필요는 없다. 최근 정밀의료를 통해 유전자 정보를 파악해 태어날 때부터 개인별 질환의 발병과 경과 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에 질환이 진단되면 이에 대한 치료 계획을 수립해 장기적 생존이 가능해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역시 소아희귀난치성 신경질환 클리닉, 미토콘드리아질환 클리닉, 유전체 분석 정밀의료센터 등을 개설해 특정 돌연변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가능성 있는 치료제를 처방해 환자들의 장기생존을 꾀하고 있다.

- 최근 희귀질환치료제로 유전자치료제가 주목받지만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뉴시너센(제품명 : 스핀라자)과 최근 개발된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제품명 : 졸겐스마)등이 있다. 이 약들은 효과적이지만 매우 고가의 약이다. 이처럼 희귀질환치료제는 고가로 보험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따라서 고가의 치료제는 보험 적용이 이뤄진 이후에도 개별 환자 사례에 대해 보험 적용 가능 여부를 보다 철저하게 심의한다. 

일각에서는 고가의 희귀질환치료제를 국민의 세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10만분의 1의 확률로 희귀질환에 걸렸다면 나머지 9만9999명의 사람은 그 사람 덕분에 희귀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희귀질환치료제 보험급여는 열악한 치료환경에 놓인 만큼 최소한의 관심과 기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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