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도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건강검진 필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도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건강검진 필수!
  • 신성우 화성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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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우 오산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신성우 오산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통계상 우리나라는 현재 4가구 중의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이제는 가족으로 자리 잡은 우리의 반려동물. 하지만 아직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기준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늘은 반려동물 관리 중에 가장 중요한 건강검진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있다. 즉 편하게 말해서 마음적인 부분에서나 재정적인 부분에서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예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오산에 사는 한 보호자가 필자가 일하는 동물병원을 찾아 상담을 요청했다. 반려견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더 살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 반려견은 이미 심부전 말기였다. 필자는 심부전으로 진행되기 전에 건강검진을 통해서 일찍 심장병을 발견했더라면 적절히 관리해서 생존기간을 크게 늘릴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관리하기 힘들고 치료효과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얘기에 보호자는 크게 낙담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학에 다닐 때 지인이 키우던 2살짜리 고양이 ‘두부’를 입양했다. 두부는 고양이답게 동물병원을 워낙 싫어했다. 예방접종 해줄 때 말고는 동물병원에 두부를 데려간 적이 거의 없다고. 두부는 밥도 잘 먹고 건강히 자랐다. 그러다 10살이 되기 전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동물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때 필자는 정말 충격을 받았다. 우리 고양이 두부가 신장피질 부분에 다수의 낭포가 관찰되는 ‘다낭성신장병증(PKD)’에 걸린 것이다. 다낭성신장병증은 선천적이며 유전적인 질병이라 미리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조기에 발견했다면 시기·단계에 맞춘 관리를 통해 10살까지 살 수 있는 것을 13살까지 살게 할 정도로 수명연장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사실 고양이가 9살이라고 하면 아직 창창한 나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1년에 1번씩이라도 두부에게 건강검진을 해줘서 두부가 7살이나 8살일 때 이 질병을 발견했다면 11살에 별이 된 우리 두부와 조금은 더 같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

그렇다면 건강검진 주기는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

1~5세 사이에는 1년에 1번씩 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6살 이후부터는 6개월에 1번씩 체크하면서 질병에 대해 미리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낭성신장병증(PKD), 심근비대증(HCM) 등 고양이 유전병은 막을 수도 없고 치료할 수도 없다. 다만 조기에 발견했을 때 치밀한 관리를 통해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수명연장은 반려동물이 아픈 채로 ‘연명’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건강한 상태로 나와 더 오래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KB경영연구소에서 펴낸 <2021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고양이가 동물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는 ‘건강검진’이다. 필자는 수의대 학부생일 때부터 고양이를 키워봐서 아는데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건 우리가 치과를 싫어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엄마가 돈가스를 사준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정작 간 곳이 치과였을 때와 같은 느낌일 것이기 때문이다. 치과를 가는 것은 나에게 정말 필요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려가 없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갈 때 고양이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케이지에 밀어 넣어지고 멀미하게 하는 차를 타고 힘들게 도착했는데 그곳에는 강아지들의 냄새와 소리, 내가 모르는 사람(수의사와 동물간호사)의 말소리와 손짓이…. 아마 고양이도 ‘내가 돈가스를 생각하며 치과를 끌려(?)갔을 때’의 배신감과 같은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지난주 칼럼에서 얘기한 ‘피어프리(Fear Free)’가 다른 진료보다도 건강검진에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건강검진도 고양이나 강아지의 습성을 미리 파악한 후에 공포(Fear), 불안(Anxiety), 스트레스(Stress)를 콘트롤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섭고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가득 찬 상황에서의 건강검진은 오히려 더 건강해지려고 동물병원에 왔다가 더 큰 상처를 받고 갈 수도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피어프리에 기반해 반려동물의 종과 나이, 과거의 병력을 파악한 상태에서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피어프리 건강검진’은 보호자와의 충분한 상담이 있어야 하고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른 맞춤 설계가 있어야해 한정된 시간에 많은 건강검진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지금은 고양이별에 있는 ‘두부’에게 줄 수 있는 내 마음을 담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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