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피나스테리드제, 자살연관성 해석오류 가능성 있다”
“탈모약 피나스테리드제, 자살연관성 해석오류 가능성 있다”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5.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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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진 탈모약부작용 반박서한, 미 피부과학저널 게재
탈모약물-부작용 간 연관성 일반화하기엔 여러 한계 존재
5월 5일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 온라인에 게재된 피나스테리드 복용과 자살경향 및 심리적 부작용 연관성 분석 논문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서한.

이달 5일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 온라인판에는 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복용이 자살경향 및 심리적 부작용과 연관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논문을 반박하는 국내 교수들의 서신과 이에 대한 원 저자들의 답변이 나란히 실렸다.

처음으로 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원 논문은 전 세계 153개국의 약물부작용데이터를 수집하는 비지베이스(VigiBase)에 수집된 데이터분석결과를 기초로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 복용으로 356명이 자살과 연관된 부작용을, 2926명이 정신적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를 분석한 결과 ‘탈모치료를 위해 피나스테리드 1mg을 복용하는 젊은 남성은 자살과 연관이 많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반박서신에 참여한 아주대학교병원 피부과 최지웅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 인하대학교병원 피부과 최광성 교수는 자살경향과 심리적 부작용은 약보다는 탈모 질환 자체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며 크게 3가지 근거를 들어 해당 연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먼저 국내 의료진은 비교군으로 내세운 미녹시딜은 경한 탈모에서 주로 사용되며 심한 탈모에서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원 논문의 첫 번째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만일 피나스테리드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라면 같은 기전으로 더 강하게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는 두타스테리드에서도 같은 보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원 논문에서 특히 젊은 탈모환자에서 보이는 ‘피나스테리드 복용 증후군(Post-finasteride syndrome)’이라는 현상이 영향을 많이 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정의가 명확하지도 않고 연관성을 확정 짓기 어렵다는 점을 두 번째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끝으로 원 연구가 미국, 유럽에 한정된 결과라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의료진은 본 연구 역시 아시아의 환자는 포함되지 않았고 다른 논문에서도 지금까지 ‘피나스테리드 복용 증후군’과 관련된 아시아권의 보고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인종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약물과 부작용의 연관성을 일반화시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선행논문의 원 저자인 응우옌(Nguyen) 박사 등은 국내 의료진의 반박 서한에 대해 당시 연구는 약물감시(PV)분석을 바탕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제제와 부작용의 연관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신호만 줄 뿐 직접적인 생물학적 인과성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연구의 한계점을 인정했다.

또 ‘피나스테리드 복용 증후군’이 미디어에서 자극적으로 다뤄지면서 이로 인한 보고편향이 있을 수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세분화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지웅 교수는 “지난해 논문이 발표된 다음 병원을 찾는 탈모환자들의 많은 문의가 많았던 데다 약물 복용과 심리적 부작용은 명확한 연관성을 밝힐 수 없는데도 미디어 등에서 자극적으로 다뤄지고 있어 전문의로서 올바른 의견을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반박서신 참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허창훈 교수는 “연구결과를 보고 간혹 두타스테리드가 피나스테리드보다 안전한 치료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두타스테리드는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탈모치료제로 허가받지 못해서 원 논문의 결과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타스테리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에서는 탈모치료제로 허가 받았지만 미국 FDA에서는 전립선비대증치료제로만 승인받았으며 남성형 탈모치료에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최광성 교수는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형탈모치료제로 20년 넘게 안전하게 사용된 약물”이라며 “환자들은 안심하고 치료받아도 되며 혹시라도 약 복용 후 이상반응이 있다면 의료진과 빨리 상담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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