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병실 늘리면 상급병실 안가도 되나
일반병실 늘리면 상급병실 안가도 되나
  •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10.2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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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실료제도가 환자들에게 부담되고 불합리하다는 주장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고라도 일반병실이 부족해 할 수 없이 상급병실로 가야 하는 부당함을 없애기 위해 일단 일반병실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의료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병상이 이미 OECD국가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는 사실과 일반병실이 전체 병실의 최소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이미 모든 환자를 일반병실에 넣고도 남을 만큼 병상이 많다.

문제는 일반병실이 절대적인 부족이 아니라 퇴원해도 되는 환자들이 ‘집에 가면 화장실 가기 불편해, 밥해줄 사람이 없어’ 등의 개인적인 문제로 입원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병실에 있는 경우 비용이 여관비보다도 못한 가격이니 전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그런데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않고 산술적으로만 계산해 일반병실을 늘리자는 것이 정책당국자나 전문가의 의견이다. 누군가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병실이 부족하니 병실을 늘리자는 것이 과연 고민한 것인가? 병원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의 과도한 병상이 조만간 병원경영에 있어 치명적인 부실덩어리로 대두될 것을 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의료수가가 현실화되면 지금과 같은 입원문화는 반드시 변화되고 그렇게 되면 빈 병실이 속출할 텐데 우리나라 병원 대부분은 빈 병실이 늘어날 경우 탄력 있게 운영할만한 조직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이 경우 병원의 즉각적인 부도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급병실제도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병실을 늘리자는 주장은 그야말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도 위험한데 위험요소를 더 늘리자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지 궁금하다. 추측컨대 이런 의견을 낸 분이나 동의한 분들 모두 실제 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분은 아닐 것이다. 만일 있다면 제정신이 아니거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반병실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잘못된 입원문화가 일으킨 병폐일 뿐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일반병실은 6인실이 아니라 최소 4인실로 가야하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병원이 간병을 책임지는 제도의 정착이 아닐까 싶다.

미국 의사들이 우리나라 의사들에 비해 실력이 월등하고 미국 환자들이 우리나라 환자들에 비해 유독 통증을 잘 참아 입원기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싸구려여관방 같은 6인실에 환자와 간병인을 합쳐 12명을 넣어두는 합숙소 같은 이런 환경을 더 늘리자는 주장은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인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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