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장질환 생물학제제, 꼭 최후의 보루만은 아냐”
“염증성장질환 생물학제제, 꼭 최후의 보루만은 아냐”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6.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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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남훈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초기에 효과적인 생물학제제로 합병증 조기 예방
· 관해 일찍 도달해 오래 유지…환자 삶의 질도 쑥↑

염증성장질환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치료전략을 선택해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면 충분히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염증성장질환이 서구화된 식습관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자는 2016년 5만7416명에서 2020년 7만3959명으로 28%나 늘었다. 

염증성장질환은 소화관 내 비정상적인 만성염증(보통 6개월 이상)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완치는 어렵지만 치료제가 다양해지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전략을 선택, 충분히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염증유발물질만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제제 개발로 보다 일찍 관해(환자가 염증성장질환과 관련한 불편한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도달,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김남훈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염증성장질환은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뉘는데. 증상도 각각 다른지 궁금하다.

궤양성대장염은 만성염증과 궤양이 대장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설사, 복통, 혈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 걸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염증이 어느 부위를 침범했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른데 대장에만 국한된 경우 궤양성대장염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소장까지 침범하면 흡수장애 등을 유발한다. 

특히 크론병은 항문 농양(고름)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항문 주변에 치루(항문 염증으로 구멍이 발생한 경우)가 자주 생기거나 잘 낫지 않는다면 크론병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현대인에게 흔한 과민성대장증후군도 염증성장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 점막에 손상이 없다는 걸 전제로 한다.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내시경검사를 통해 장 점막의 염증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생물학제제 개발로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들었다.    

기존의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와 달리 생물학제제는 염증물질에만 반응해 치료하는 기전의 약물로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과 예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생물학제제 효과가 입증되면서 치료전략도 차츰 변화했다. 즉 예전에는 항염증제나 스테로이드제 등 기존 약물에 효과를 못 보는 경우 생물학제제를 단계적으로 처방하는 이른바 Step-up 전략을 썼다면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효과적인 생물학제제를 사용하는 Top-down 전략이 선호되고 있다. 특히 크론병환자들은 소장 쪽에 염증이 침범하면 장협착이나 장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초기에 생물학제제를 사용해 합병증을 조기에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생물학제제도 기전이 다양한데. 초기에 개발된 생물학제제는 오히려 문제점이 많다고 들었다. 

항TNF-a제제(인플리시맙)는 1998년 크론병에서 처음 생물학제제로 FDA승인을 받아 사용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치료한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약 10~40%가 치료에 반응이 없었다. 또 항TNF-a제제는 전신의 면역을 억제시켜 결핵 같은 감염병 노출 위험이 크다는 한계점도 존재했다.  

다행히 여러 기전의 생물학제제가 개발되면서 이러한 문제들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는데 특히 항인테그린제제(베돌리주맙)의 경우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 염증을 유발하는 림프구가 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에 고령층이나 감염위험이 있는 환자 또는 젊은 환자 중 림프종 같은 위험성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다. 더욱이 베돌리주맙은 최근 1차 약제로 급여가 확대됐다.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제를 부담 없이 조금이라도 빨리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김남훈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에서도 생물학제제가 효과를 보이면서 환자들은 불편한 증상을 보다 일찍 완화하고 관해상태는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증상이 없더라도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치료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염증성장질환의 치료목표인 관해의 의미도 넓어졌다고. 

과거만 해도 단지 염증성장질환과 관련된 증상이 없어져 환자가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걸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증상은 없어도 내시경검사를 해보면 여전히 장 점막에 염증이 존재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것이 결국 장협착이나 장천공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진단방법과 치료제 발전으로 적극적인 검사·치료가 가능해진 만큼 이제는 장 점막이 완전히 치유되는 내시경적 관해를 치료목표로 삼는 추세다.   

- 염증성장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돼도 그에 대한 반응은 환자마다 다르다. 따라서 염증성장질환에서도 맞춤치료는 필수적이다.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통해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약제 변경이나 증량시기 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굳게 믿고 치료계획에 대해 충분히 공유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코로나19 백신접종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도 클 것 같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꼭 받아야 한다. 염증성장질환 치료제들이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염증성장질환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제때 백신을 접종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생물학제제로 치료 중이라면 발열, 통증 같은 일련의 염증반응들이 백신으로 인한 것인지, 생물학제제로 인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생물학제제를 맞고 1주일 정도 뒤에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길 권장한다. 

- 치료제 개발에 힘입어 완치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염증성장질환의 완치는 사실 모든 사람이 기대하는 바다. 아직 밝혀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생물학제제처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약제를 더이상 최후의 보루로 미뤄두지 않고 초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일상과 치료를 자연스럽게 병행할 수 있게 됐고 관해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함으로써 삶의 질도 훨씬 높아졌다. 

- 끝으로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염증성장질환은 그 특성상 환자와 의사가 한 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는 관계가 된다. 따라서 공통 목표(오랫동안 관해를 유지하는 것)를 가진 동반자로 생각하고 서로를 굳게 믿어야 한다.  무엇보다 염증성장질환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계획을 중간에 변경하는 경우들이 많이 생긴다. 그때마다 주치의는 변경된 치료계획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치료계획을 충분히 이해한 뒤 적극 치료에 임해야 한다. 현재로선 완치 불가능하지만 염증성장질환도 당뇨병, 고혈압처럼 일상 속 관리가 가능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절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말고 희망적인 변화에 발맞춰 치료의 끈을 놓지 말길 간곡히 당부한다. 

TIP. 김남훈 교수가 강조하는 염증성장질환 이것만은!

김남훈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되는 데다 혈변, 급격한 체중감소, 항문주변 문제 등이 동반되면 내시경검사를 통해 장 점막의 염증여부를 꼭 확인할 것.

- 의료진과 두터운 신뢰관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치료. 불가피하게 주치의가 변경되더라도 다른 의료진에게 계속 치료받아야 함. 치료단절은 염증성장질환 악화의 지름길.

- 급성 악화시기를 제외하곤 음식 제한 없이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 개인별로 식사일지를 써서 음식을 조절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

- 담배는 염증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 술은 한잔 정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잔이 두 잔, 세 잔으로 늘어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 만일 술 한잔으로도 증상이 재발·악화한 경험이 있다면 금주하는 것이 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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