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위험하다...줄어드는 소아외과 전문의
아이들이 위험하다...줄어드는 소아외과 전문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7.22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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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업무 강도에 지원자↓
국내 100만명당 7.16명꼴
의료 수가 등 제도적 개선
전공의 지망 유인책 따라야
우리나라는 아동(만15세 미만) 100만명당 소아외과전문의 7.16명으로 이탈리아 51.8명, 독일 24.1명, 핀란드 105.2명 등 외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는 아동(만15세 미만) 100만명당 소아외과전문의 7.16명으로 이탈리아 51.8명, 독일 24.1명, 핀란드 105.2명 등 외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선천적 장폐색에 미숙아라 소아외과에서 수술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지역에는 소아외과 선생님이 없어 수술이 어렵습니다.”

모든 부모는 아이의 건강을 소망한다. 하지만 저출산 탓일까. 서혜부탈장, 선천적 장폐색, 식도폐쇄증 등 수술이 필요한 소아외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워낙 고된 업무강도 때문에 소아외과지원자는 전무(全無)하다시피하다.

■성인수술과 달라 소아외과전문의 꼭 필요

간담췌외과, 위장관외과, 대장항문외과, 유방외과 등 외과영역은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 외과전문의는 매우 적다. 그 앞에 ‘소아’가 붙으면 심각성은 더해진다. 현재 국내 소아외과전문의는 약 40여명, 지난해부터 2세대 소아외과전문의들의 퇴직하면서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주요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아동(만15세 미만) 100만명당 소아외과전문의 7.16명으로 이탈리아 51.8명, 일본 38.7명, 프랑스 19.8명, 독일 24.1명, 핀란드 105.2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소아외과전문의가 꼭 필요한 소아질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5월 고대안산병원 소아외과 오채연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2~2017년까지 소아수술은 124% 증가했지만 이 중 약 10.25%만이 소아외과전문의에게 수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외과영역인데 꼭 소아외과전문의가 필요할까라는 의문도 제기하지만 최근 5년간 소아외과전문의의 수술사망률이 일반외과에 비해 낮았으며 이는 소아체중이 낮을수록, 미숙아일수록 격차가 컸다.

소아수술은 성인수술과 달라 반드시 소아외과전문의가 필요하다.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기전이 다르기 때문. 성인은 후천적 원인이 대부분이지만 소아의 경우 ▲식도폐쇄 ▲항문폐쇄 ▲장무공증 ▲복벽기형 ▲선천성 거대결장 ▲선천성 담도폐쇄 ▲총담관 낭종 ▲새열기형 ▲갑상설하낭종 등 선천적 질환이 대부분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정민 소아청소년센터장(소아외과 교수)은 “선천적 소아질환자는 외과질환 외에도 동반질환이 있어 수술 후 몇 날 며칠을 붙어서 관리해야 한다”며 “이대로 소아외과전문의가 없어진다면 훗날 이들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정도로 사안이 위급하다”고 강조했다.

■고되고 힘든 작업, 처우개선 절실

소아외과가 몰락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저출산’이 한몫했다. 이로 인해 소아외과전문의들은 소아환자는 물론 성인까지 진료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2016년 고대안암병원 소아외과 부윤정 교수가 발표한 ‘한국 소아외과의사의 근무실태’ 연구에 따르면 진료실적 보충을 이유로 다른 과 진료를 병행해야 하는 소아외과전문의가 54%에 달했다. 또 주 100시간 이상 근무자는 21.1%, 홀로 매일 당직을 서야 하는 인원도 42.3%였고 타과의 협조문제로 갈등을 겪는 인원도 59.6%에 달했다.

소아외과는 ▲인력부족으로 인해 높아진 업무강도 ▲열악한 대우 ▲낮은 수가 등을 이유로 전공의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실제로 소아외과전공의 지원자는 2014년 25명, 2015년 32명, 2016년 23명, 2017년 28명, 2018년 25명, 2019년 27명에 그쳤다.

이에 전문가들은 왜곡된 의료수가를 개선하고 소아외과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이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소아외과를 공공의료로 규정, 재정·법률적 지원과 별도의 가산수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수도권을 뺀 대부분의 지역에 소아외과전문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상황을 고려, 권역지역거점병원을 지정하고 신생아중환자실 인증요건에 소아외과전문의를 포함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경희대병원 소아외과 장혜경 교수는 “인력이 모자라다 보니 담당의사 업무가 가중되고 휴식이 필요한데도 쉴 수 없는 현실”이라며 “결국 전공의가 소아외과를 지망하려면 무언가 확실한 메리트를 제시해야 하는데 현행 제도와 수가로는 불가능하게 느껴져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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