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용 치료재료 ‘코리아패싱’ 왜?
흉부외과용 치료재료 ‘코리아패싱’ 왜?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8.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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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세계 톱…낮은 수가가 원인
심장수술은 의사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치료재료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흉부외과용 치료재료의 국내 보험가가 해외보다 30~60%정도 낮아 개발기업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심장수술은 의사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치료재료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흉부외과용 치료재료의 국내 보험가가 해외보다 30~60%정도 낮아 개발기업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17년 9월 인공혈관개발기업인 고어사가 국내에서 철수했다. 국내 수가가 20년째 똑같아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어사의 인공혈관대체품이 없다는 것. 이에 의료계가 고어사 철수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해외기업이 우리나라에 치료재료를 수출하지 않는 ‘코리아패싱’사태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 철수한 의료기기업체는 고어사만이 아니다. 흉부외과용 의료기기업체 모두가 해당된다. 근본적 원인은 낮은 수가 때문이다. 실제로 ▲체외순환용 카테터 ▲인공판막 ▲판막성형술용 링 등 흉부외과치료재료의 국내 보험수가는 해외보다 30~60% 낮다.

먼저 수술 중 장기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심폐수술용 캐뉼라의 국내수가는 2만~24만원으로 일본 44만원, 호주 35만원 등 외국에 비해 30~60%정도 낮고 ‘판막성형술용 링’ 역시 국내 81만원, 미국 450만원, 일본 280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일본은 보험수가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높고 치료재료의 특성에 따라 5%의 가산율을 부여한다. 대만 역시 안전성을 인정받으면 환자가 차액을 부담하는 부분지불제도를 도입했다.

해외에서는 수명을 늘린 판막이 개발됐지만

우리나라에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신기술이 반영된 치료재료의 보험수가를 일률적으로 낮게 책정해 결국 2016년 심폐수술용 캐뉼라를 개발하는 8개사가 제품공급중지결정을 내렸다.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는 “흉부외과수술의 경우 치료재료의 품질이 성공여부를 상당부분 좌우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까다로운 검증작업 역시 최신재료 도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제품 역시 국내 사용을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대규모 ‘무작위배정임상시험(RCT)’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일본의 경우 비교임상과 장기결과데이터가 없어도 단일군임상연구만으로도 효과개선이 입증되면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막치환술에 사용되는 ‘조직판막’은 구식모델로 수명이 7~8년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는 수명을 늘린 판막이 개발됐지만 우리나라에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술건수가 적은데다 허가를 받아도 보험등재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 결국 국내 흉부외과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계판막을 사용하고 환자는 평생 항응고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은 “심장수술환자 대다수가 고령층과 소아인데 아직도 구식모델을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불필요한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치료재료는 환자생명과 직결된 만큼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 ‘구모델 재고처리장’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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