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힘만으로 병이 낫는다고?
약의 힘만으로 병이 낫는다고?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0.2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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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약을 아무리 먹어도 왜 이리 병이 안 나아요? 약을 잘못 주신 거 아닌가요?

약을 먹어도 병이 안 낫는다며 약을 탓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이는 약의 잘못만은 아니다. 약의 힘만으로 병이 낫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일이 자연현상 때문에 일어난다. 그 한 예로 경사면에 공을 놓으면 아래로 굴러간다. 이는 자연현상인 중력 때문이다. 하지만 경사면에 울타리를 치면 공은 더는 굴러 내려가지 못한다. 울타리가 중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현상의 방해물을 없애면 자연현상은 바로 회복된다. 사람의 힘으로 중력을 더 강하게 할 수는 없다.

자연의 일부인 인체에서도 자연현상이 끝없이 일어난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 흡수, 대사 등의 자연현상이 일어나 생명이 유지된다. 심장과 호흡기 등 여러 장기가 잠시도 쉬지 않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이는 것이 바로 인체의 자연현상이다.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약을 먹어 병을 치료하는 것도 자연현상과 관계가 있다. 내분비물질이나 신경계 작용의 방해물을 없애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면 자연현상은 쉽게 회복된다.

약을 먹으면 방해물이 없어져 자연현상이 정상적으로 나타나거나 촉진된다. 이처럼 약으로 방해물을 없애거나 필요한 것을 채워도 자연현상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약을 한두 번 먹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래 먹어야 나타나는 이유다.

물론 같은 약을 먹어도 환자마다 치료기간이나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공이 아닌 주사위는 경사면을 잘 굴러 내려가지 못한다. 이처럼 방해물이 없어져도 몸 상태에 따라 자연현상이 잘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약으로 방해물을 없애도 자연현상을 회복할 능력이 부족하면 몸이 정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마다 약효도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학교,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해도 각기 성적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이는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데도 똑같이 적용된다. 스스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병이 낫기만을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평소 영양섭취를 고르게 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는 등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병에 잘 걸리지 않고 혹시 걸려도 약효가 보다 잘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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