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바로알기] “남아(男兒)·여아(女兒) 모두 좋은 부모 만나길”
[입양바로알기] “남아(男兒)·여아(女兒) 모두 좋은 부모 만나길”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3.11.01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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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에도 하나의 문화적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80년대에는 남자아이 입양이 90%에 달했는데 요즘엔 남자 아이보단 여자 아이들을 선호하다보니 늘 믿음방(5개월 이상 영아를 보호하는 곳)에는 남자아이들만 남아있게 되네요.”


햇살은 봄처럼 따뜻했지만 바람은 겨울 같기만 하던 10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남긴 30일,동방사회복지회 영아일시보호소를 찾았다.


동방사회복지회는 1972년부터 영아일시보호소를 운영하면서 위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입양전문기관이다. ‘우리 아기, 우리 손으로’라는 신념으로 국내 입양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6만여 명의 아이가 새로운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동방사회복지회 영아일시보호소에는 60여명의 아이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어난 지 이제 막 1개월 혹은 2개월 된 신생아가 있는 슬기방은 아침을 먹고 난 후라 잠이 오는 시간이었는지 대다수의 아이들은 곤히 잠에 빠져있었다.


몇몇 잠에 깬 아이들은 칭얼거리면서 따스한 손길을 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모두를 돌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아이들 울음은 이내 그쳤다.
 

동방사회복지회 영아일시보호소 제공.

아이들이 생활하는 침대에는 아이의 생일과 몸무게, 출생지역 등이 적힌 인적사항이 붙여 있었다. 인적사항 옆에는 ‘입양예정아’라는 표시가 있었는데 여자아이들에겐 입양예정아가 붙여진 명찰을 볼 수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남자아이들의 경우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이 거의 없어 본인의 인적사항이 적힌 명찰만을 갖고 있었다.


슬기방 앞에 위치한 믿음방은 5개월 이상이 머무르는 곳으로 아이들이 좀 더 활동적이고 감정 표현에 있어 확실해보였다. 오히려 더 잘 울고 웃는 등 감정표현을 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믿음방은 한 눈에 봐도 남자아이들만 있는 듯 했다. 실제 현재 동방사회복지와 영아일시보호소에 이날 현재 총 60명의 아이들이 머무르는 가운데 남자아이는 41명, 여자아이는 19명으로 남아아이가 20여명 더 많다.


동방사회복지회 입양사업부 김혜경 부장은 “지난 1983년에만 하더라도 남자아이를 입양하는 비율이 전체 입양의 90%에 달할 정도였다가 90년대 들어서면서 남녀 비율이 50대 50으로 비슷해졌다가 최근엔 여아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김 부장을 비롯한 입양기관 관계자들은 ‘남아’에 대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 짙은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아이가 예쁘고, 출생배경도 좋고 건강해도 ‘남자’라는 사실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 그렇다보니 입양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남자아이를 추천하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 부장은 “대다수의 입양을 상담하러 온 이들이 남자아이를 원치 않는 이유는 사춘기 때 반항의 문제부터 성인이 된 후 재산문제와 공개입양으로 인한 형제자매간의 성(性)에 대한 부분 등을 부담스러워한다”며 “하지만 남자아이를 입양해간 가족과 만나고 나서나 상담을 통해 이러한 생각이 선입견이었음을 알고 생각을 바꾸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에 바뀐 입양특례법이 입양을 활성화하고 남녀 입양 차이를 해소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입장도 개진됐다. 정부는 아이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고 입양절차를 강화한 입양특례법을 도입했다. 또 입양숙려제를 실시해 생모가 입양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도록 1주일의 기간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생모 양육을 1순위로 하고 입양을 보낼 경우엔 좋은 부모에게 갈 수 있도록 해 아이가 컸을 때 자신의 과거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명 아이가 본인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걸리다보니 대기자는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남자아이들의 일시보호소 체류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김 부장은 “종전에 한국에서 입양이 ‘비밀’로 여겨지던 것과 달리 공개입양이 활성화되고 양지로 많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입양에 대한 인식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입양에 대한 인식이 좀 더 개선되고 국내입양이 더 늘어날 때 남녀 차이 없는 입양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이별을 알아야했고 그 이별에 익숙해질 즈음 또 한 번의 이별을 겪었다. 한 번도 겪지 말아야할 일들을 두 번에 걸쳐 찾아온 나의 운명! 운명아, 사랑 앞에 녹아라! 운명이란 것도 사랑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을…’(김인자 시인 ‘운명아, 사랑 앞에서 녹아라!’ 중)


진정한 사랑 없이는 행할 수 없는 입양.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정에서 이별의 기억을 잊고 오직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채 건강하게 자라길 기원한다.


<헬스경향 이보람 기자 boram@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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