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장질환, 꾸준한 치료가 관건…코로나19백신은 2차접종까지 꼭!
염증성장질환, 꾸준한 치료가 관건…코로나19백신은 2차접종까지 꼭!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1.08 0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장연구학회 부총무)

· 코로나19 감염 취약하다는 근거 X
· 과한 걱정 내려놓고 치료 지속해야
· 독감·폐렴백신접종도 철저히 챙기기

나수영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과한 걱정은 내려놓고 현재 치료를 꾸준히 유지하되 코로나19백신은 2차접종까지 꼭 완료해달라”고 당부했다.

끝 모를 코로나19 터널 속, 난치성질병을 앓는 환자들은 그 고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마스크와 백신이라는 무기가 있어도 본인의 질병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진 않을지, 백신접종으로 혹여 병이 악화되진 않을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특히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면역억제치료로 면역력이 불가피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누구보다 불안한 마음으로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 부총무이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나수영 교수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과거보다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인식은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장염,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복통, 설사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염증성장질환은 전혀 다른 질환이기 때문에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단 장염과는 구분하기 쉽다. 단순 배탈이나 장염이라면 발열을 동반한 복통, 설사 증상이 급성으로 나타났다 1~2주 정도 지속된 후 호전된다. 하지만 염증성장질환은 만성질환으로 복통, 설사 증상이 한 달 이상 오래 지속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증상만으론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또한 복통, 설사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증성장질환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장점막을 나쁜 물질로 오인, 공격함으로써 지속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즉 위장관 염증이라는 기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이러한 기질적인 문제가 없는 질병이다. 따라서 복통, 설사 증상이 한 달 이상 오래 간다면 내시경검사를 통해 장에 기질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차이점은 염증성장질환의 경우 복통, 설사 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빈혈과 혈변, 체중감소는 물론 치핵 같은 항문질환도 동반할 수 있다. 

- 염증성장질환은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둘의 증상도 다른지 궁금하다.  

궤양성대장염은 말 그대로 대장에만 국한해 염증이 발생한 경우다. 따라서 크론병보다 혈변이 두드러지고 특히 급박변, 뒤무직(장이나 방광을 비우기 위한 급박한 욕구)이 더 자주 나타난다. 이에 궤양성대장염 진단 시에는 설사횟수뿐 아니라 화장실을 얼마나 급하게 가는지도 평가한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로 궤양성대장염보다 증상이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설사와 혈변은 물론, 장폐색을 동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궤양성대장염보다 더 심한 복통이 발생한다. 특히 치핵, 치루 등 항문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자가면역질환은 코로나19 추가접종에서도 우선순위로 고려된다. 염증성장질환도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고 봐야 하는지.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다만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결핵이나 대상포진 같은 기회감염에 취약하다. 기회감염은 체내 면역기능이 떨어지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한 경우 이미 잠복해있던 바이러스가 기회를 틈타 창궐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코로나19에 더 잘 걸린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까지 축적된 데이터상으로도 일반인과 염증성장질환 환자 간 코로나19 발생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 그렇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염증성장질환이 악화될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나. 

염증성장질환이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수용체 역할을 하는 ACE2를 통해 몸에 침입하는데 하필 이 수용체는 폐뿐 아니라 위장관에서도 발현된다. 하지만 아직 실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즉 코로나19로 염증성장질환이 악화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현재까지 중증으로 악화될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위험인자는 ▲고령 ▲당뇨병,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자 ▲투석이나 항암치료 중인 환자 등이다. 

다만 염증성장질환 치료제 중 스테로이드제제는 코로나19 감염위험과 중증악화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통상 하루 20mg 이상의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면 위험성이 올라간다고 보고된 만큼 의료진은 용량 조절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스테로이드제제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도 증상을 호전시킬 만큼만 쓰고 증상 호전 후엔 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어떤 치료를 받든 상관없이 염증성장질환 환자들도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다만 주사제 형태의 생물학제제로 치료 중이라면 부작용 감별을 위해 치료일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접종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염증성장질환은 환자마다 치료방법이 다르다. 어떤 치료를 받든 상관 없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은가.  

염증성장질환 치료제에는 크게 항염증제(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 등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19백신은 사백신으로 치료제와 관계없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주사제 형태의 생물학제제로 치료 중인 환자라면 치료일과 예방접종일 간격을 대략 일주일 정도 둘 것을 권장한다. 혹시라도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것이 생물학제제에 의한 부작용인지, 코로나19백신에 의한 부작용인지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생물학제제로 치료 중인 환자는 면역억제로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가 잘 안 생길 수 있다. 항체도 기본적으로 면역반응이 발생해야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생물학제제와 면역조절제를 함께 사용하는 환자의 경우 항체 생성률이 더 낮았다. 하지만 생물학제제도 종류가 다양해서 베돌리주맙처럼 면역조절제를 함께 쓰지 않아도 되는 생물학제제도 있다. 더욱이 베돌리주맙은 전신작용이 아닌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염증을 조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항체 생성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가 잘 안 생기는데 굳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나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항체가 곧 그 사람의 방어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백신접종을 거부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B형간염 백신은 시간이 지나 항체 역가가 떨어지는데도 추가접종하지 않는다. 역가가 떨어져도 어느 정도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B형간염백신은 워낙 개발된 지 오래됐고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들을 통해 이렇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백신은 항체 역가가 바이러스 방어력 평가지표가 될 수 있는지도 아직 확실치 않다. 그래도 일부 생물학제제에서 항체 생성이 적은 것이 확인된 만큼 주의는 필요하다. 1차백신만 접종할 경우 항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2차접종까지 완료해 항체 생성률을 높이는 것이 현명하다.   

- 생물학제제는 보험급여기준이 까다롭고 복잡해 환자들이 늘 부담을 느낀다. 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접종으로 생물학제제 투여시점이 기존과 달라지면 보험급여 적용에서도 불리해지나. 

대한장연구학회 보험정책위원회에서는 환자들이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보험급여 적용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백신접종으로 인한 치료주기 변경이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도 보험급여 적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 보험정책위원회는 최대한 많은 환자가 보다 일찍 생물학제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항시 소통하면서 보험급여기준 개선에 힘쓸 것이다. 

- 최근 염증성장질환 의료진과 환자들을 위한 지침서도 발간했는데 이 중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과한 걱정은 하지 말 것 ▲현재 치료를 중단하지 말 것 ▲코로나19백신을 꼭 맞을 것. 이렇게 3가지는 꼭 강조하고 싶다. 

일단 염증성장질환 자체가 코로나19 감염위험과 중증악화위험을 높인다는 과학적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에 과한 걱정은 금물이다. 또 스테로이드제제를 제외하곤 염증성장질환 치료제 자체가 코로나19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치료를 중단해선 안 된다. 치료를 중단해 병이 악화되는 것이 오히려 더 치명적이다. 

어떤 치료를 받고 있든 코로나19백신은 꼭 맞아야 한다. 백신접종 후 부작용도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됐으며 백신접종 후 발열, 근육통 등이 발생하면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물론 이부프로펜, 나프록센성분 등의 해열소염진통제로도 열과 통증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는 염증성장질환의 악화요인으로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에게는 평소에도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해열진통제 복용을 권고한다. 

- 각종 호흡기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다. 환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의료진들은 평소에도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철저하게 강조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코로나19백신과 더불어 독감과 폐렴 예방을 위해 인플루엔자백신과 폐렴구균백신도 꼭 접종해야 한다. 염증성장질환 자체가 코로나19 위험요인은 아니지만 인플루엔자나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코로나19 감염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 나수영 교수는?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장연구학회 부총무)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염증성장질환 환자 진료에 매진하면서도 대한장연구학회 부총무로서 염증성장질환 인식 및 치료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진료철학은 환자와의 공감. 염증성장질환은 약에 대한 순응도를 높여 환자가 적극 치료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으로 의사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해선 안 된다는 주의다. 환자들이 현재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가 생활에 어떤 불편함을 주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해 그들의 동반자로서 함께 질병을 극복해나가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