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 나쁜 진행성간암, 치료성적 점차 향상돼
예후 나쁜 진행성간암, 치료성적 점차 향상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1.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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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고 효과적인 치료요법이 없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 연속치료, 면역항암제 등 여러 치료제가 개발되며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진행성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아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 연속치료, 면역항암제 등 여러 치료제가 개발되며 생존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암은 우리나라 전체 암 중 사망률 2위에 해당하는 난치성질환이다. 간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비특이적 증상으로 조기진단이 어렵기 때문. 실제로 2015년 기준 초기 간암으로 진단되는 환자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실제로 간은 절반 이상이 망가져도 증상이 잘 나타나질 않는다. 만일 체중감소, 복수 등 자각증상이 발생했다면 간은 이미 많이 악화된 상태다. 이런 까닭에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간암, 다른 암종과 차별화된 전략 필요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초기 ▲중간 ▲진행성 등으로 병기가 나뉜다. 초기 간암은 종양이 3개 미만이면서 가장 큰 덩어리의 크기가 3cm 이하일 때, 중간은 암 덩어리가 3개 이상이지만 간 내부 혈관침윤이나 전이가 없는 경우, 혈관침윤이나 전이가 나타나면 진행성간암에 해당한다.

초기 간암은 ▲절제수술 ▲고주파열치료 ▲간이식수술 등으로 완치를 꾀할 수 있다. 이때 절제수술은 전체 간암환자 중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고주파열치료를 진행한다. 고주파열치료는 초음파로 종양을 확인, 주삿바늘을 통패 종양을 태우는 치료법으로 간기능이 떨어져 수술위험성이 큰 환자에게 진행한다.

중간병기의 간암은 간동맥화학색전술을 고려해야 한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간동맥에 약물을 투입, 암세포에 혈액과 영양공급을 차단해 암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암의 진행상황에 따라 항암요법, 방사선치료 등이 추가된다.

문제는 간암은 아직도 간이식을 제외하면 근본적인 완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초기에 발견할수록 완치가능성이 높지만 간암은 5년 내 재발률이 60%에 해당하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성간암은 종양크기가 크고 혈관침윤과 간 외 전이를 동반하기 때문에 수술 자체가 어렵다. 이에 진행성간암의 표준치료 목적은 치료가 아닌 완화다. 종양 크기가 줄어야 수술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고 간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간암은 간기능을 고려해 치료를 진행하는 만큼 고려사항이 많은 암종에 속한다”며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만성B형간염, C형간염, 간경변증 등으로 서서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기검진으로 예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진행성간암, 그동안 별다른 치료옵션 없어

진행성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아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2006년 세계 최초 간암 표적치료제 ‘소라페닙(넥사바)’가 국내 승인을 받으며 진행성간암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소라페닙은 진행성간암환자의 생존기간을 3개월 정도 연장시켰다.

하지만 진행성간암에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2016년에 탄생했다. 바로 ‘레고라페닙(스티바가)’의 허가다. 소라페닙-레고라페닙 연속치료는 현재 허가된 간암 전신치료제 중 생존효과가 가장 높은 치료조합이다. 실제로 리버위크에서 발표된 리얼월드 데이터에 따르면 소라페닙-레고라페닙 연속치료 시 28.5개월의 전체생존기간이 확인됐다.

또 지난해부터 진행된 면역관문억제제 아테졸리주(티쎈트릭)맙과 신생혈관억제제인 베바시주맙(아바스틴)의 병합치료 역시 환자생존율을 개선시켰다. 하지만 베바시주맙은 식도정맥류나 간경화 등을 앓고 있는 환자와 면역계통이상환자에서는 쓸 수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팀이 진행성간암에서 신호전달 단백질 YAP/TAZ의 발현을 조절하면 항암약물 전달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매커니즘을 발견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팀이 진행성간암에서 신호전달 단백질 YAP/TAZ의 발현을 조절하면 항암약물 전달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표적치료제 효과 높이는 기전 발견

진행성간암은 여전히 예후가 나쁜 암종이다. 하지만 새로운 표적항암제 및 면역치료제의 임상 도입과 병합 또는 연속치료를 통해 생존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행성간암에서 표적항암제의 약물전달률을 높일 수 있는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되면서 항암치료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박준용 교수와 의과대학 의과학과 조경주 연구원이 진행성간암에서 신호전달 단백질 YAP/TAZ의 발현을 조절하면 항암약물 전달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

연구팀은 유전자조합을 통해 간암에서 나타나는 병리학적 특성을 모방한 마우스모델을 YAP/TAZ의 발현량에 따라 2가지 형태로 제작해 비교·분석했다. 연구결과 신호전달 단백질 YAP/TAZ의 발현이 낮은 마우스모델에서 암세포 기질의 활성도가 낮고 약물투과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종양미세환경을 모방한 3D다세포 간암 오가노이드모델을 이용해 YAP/TAZ의 발현량에 따른 약물투과도를 비교했다. 연구결과 YAP/TAZ 발현이 낮은 오가노이드모델에서 암 조직 중심부로의 약물투과도가 YAP/TAZ 발현이 높은 모델보다 약 8배 높게 나타났다. 

김도영 교수는 “간세포암종에서 YAP/TAZ 발현양 조절이 암세포 기질의 활성화 정도를 조절하고 약물투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간암에서 표적치료제 전달을 향상시키기 위한 임상연구를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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