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약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1.05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1 : 술, 담배를 많이 하는데 간이 좋아지는 약 좀 주세요.
약 사 : 술, 담배부터 끊으셔야죠.
환자1 : 술  담배를 안 끊고도 간이 좋아지게 하는 약을 주셔야죠.

환자2 : 한 번만 먹어도 병이 낫는 약은 없어요?

환자3 : 우리 아이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약 좀 주세요.

환자4 : 예뻐지는 약 좀 주세요.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병이 나으려면 환자도 노력해야 한다(10월29일자 칼럼 참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에 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약을 ‘금(金)나와라 뚝딱, 은(銀)나와라 뚝딱’하면 금이나 은이 쏟아지는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하는 것이다.

약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약이 직접적으로 몸의 기능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기능이 회복되도록 도울 뿐이다.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몸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면 약효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1처럼 몸에 해롭게 생활하면서 약에만 의지하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다. 필터를 빼고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것과 같다. 한쪽으로 빨아들인 먼지가 도로 나오는 꼴이다.

우리 몸의 기능회복을 위해 방해물을 없애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도록 돕는 것이 약이다. 환자2의 경우 방해물이 없어지고 몸의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 환자 스스로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 그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환자3과 환자4처럼 뭐든 약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도 많다. 약이 작용하는 방법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몸은 열이 나면 땀으로 체온을 내린다. 하지만 병에 걸리면 체온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체온유지가 잘 안 된다. 해열제를 먹고 열이 내려가는 이유는 해열제가 직접 열을 식혀서가 아니라 땀을 흘리게 하기 때문이다(2월19일자 참고).

혈압약도 예로 들 수 있다. 고무호스로 물을 뿌릴 때 호스 끝을 꽉 조이면 호스 안의 수압이 올라간다. 조인 것을 풀어주면 수압은 바로 내려간다. 약이 혈압을 내리는 원리도 이와 같다. 혈압약은 혈관을 넓혀 피의 압력을 낮추는 것이 많은데 이런 혈압약은 혈관을 조이는 신경과 근육작용을 억제해 혈압을 내려가게 한다. 이밖에 피의 부피를 줄여 혈압이 내려가게 하는 혈압약도 있다.

이처럼 약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라 몸의 기능을 이용해 몸이 자연현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몸의 기능이 정상을 유지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