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건강 척도 ‘대변 vs 소변’, 그 미묘한 차이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건강 척도 ‘대변 vs 소변’, 그 미묘한 차이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1.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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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화장실에서 배출하는 대변과 소변은 같은 배설물로 취급되지만 성질과 역할이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위, 소장, 대장, 항문으로 구성된 소화기관의 최종 결과물이 대변이고 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남성), 요도로 구성된 요로기관에서 소변을 만들어 배출한다.

입으로 섭취한 음식물은 위에서는 3~5시간, 소장에서는 4~8시간, 대장에서는 10~20시간 머물면서 분해돼 영양분이 흡수된 후 남은 찌꺼기는 직장으로 이동한다. 전체적으로 대략 24시간 정도가 걸리며 직장에 머물렀다 새로운 찌꺼기가 내려오면 몸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 대변이다.

마신 물과 음식물에 포함된 수분은 장에서 흡수돼 피에 녹아 신장으로 이동해 전해질, 미네랄과 함께 소변으로 만들어진다. 방광으로 배설될 때까지는 30~150분 정도 걸린다. 지금 누는 대변은 하루 전에 먹은 음식물 찌꺼기가 ‘밀어내기’에 의해 나가는 것이고 소변은 3시간 전에 마신 물로 만들어진 배설물을 방광이 수축해 ‘쥐어짜기’로 내보내는 것이다.

대변은 요로기관, 특히 방광과 전립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 설사나 변비가 문제가 된다. 변비의 경우 직장에 머물러 있는 딱딱한 대변이 직접 방광, 전립선, 골반근육과 신경을 자극해 배뇨장애나 골반통의 원인이 된다. 설사로 인한 잦은 배변활동과 변비로 인해 대변을 볼 때 지나치게 힘을 주면 골반근육에 무리가 가고 방광 및 전립선에 허혈성 장애를 일으켜 배뇨장애나 골반통을 부른다. 

요로기관에 실질적으로 위험이 되는 것은 대변에 포함돼 있는 세균이다. 소화를 돕기 위해 대장에 존재하는 세균들은 대변에 섞여 배출된 후 항문 주변에 있다가 요로생식기계 침입, 요로감염의 원인균이 된다. 감염질환인 방광염, 전립선염, 신우신염의 가장 흔한 병원균이 바로 대변에서 나오는 대장균이다.

여성들에게 흔한 방광염 역시 항문 주변의 장내세균이 질 입구 쪽으로 이동해 증식, 군집을 이루고 성생활, 생리, 배뇨활동을 통해 요도를 거쳐 방광으로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 번에 누는 대변의 양은 100~200g으로 70~80%가 수분이며 소화되지 않는 음식물 찌꺼기, 세균, 섬유소, 무기질, 지방 등이 섞여 있다. 대변에 섞여 배출되는 세균은 100종류로 1g에 1011~1012개 정도가 들어있다.

장내세균은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나뉘는데 비율은 85:15 정도이다. 유익균에는 비피더스, 락토바실러스 등의 유산균이 있다. 유해균은 대장균, 포도상구균, 프로테우스 등이다. 유익균은 소화와 흡수의 보조, 비타민이나 단백질 합성, 병원균의 억제 작용을 하고 유해균은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하지만 장내 부패, 독소 생산, 발암물질 생산으로 설사나 장염의 원인이 된다.

현대인의 말 못 할 고민 중 하나인 변비 역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변비는 일주일에 3회 이하로 대변을 보는 경우로 다행히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해결방법은 우선 식사를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하고 섬유소가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다. 또 많이 움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장운동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좋다. 단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소변의 양만 늘리고 변비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광염의 빈도가 높은 여성은 변비 예방과 함께 배변 후 뒤처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앞에서 뒤쪽 방향으로 항문을 닦아야 세균이 질 쪽으로 이동하는 걸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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