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날씨에 감기보다 더 조심해야할 ‘치질’
추워진 날씨에 감기보다 더 조심해야할 ‘치질’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3.11.11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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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날에는 말 못할 고민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바로 치질 환자들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에 노출된 항문의 피부와 근육의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치질이라고 부르는 ‘치핵’은 남녀 모두가 걸릴 수 있는 흔한 질병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치핵·치열·치루 등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2007년 74만 명에서 2012년 85만 명으로 매년 약 2.7%씩 느는 추세다. 하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약 50% 정도가 치질로 인한 통증과 출혈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항문에 중압감 있고 가려우면 치핵 의심


치질이란 항문질환을 통칭하는 일반 용어다. 치질은 항문이 감염돼 고름이 터져 나오는 항문주위농양과 치루, 항문 부위가 찢어지는 치열, 항문의 혈관이 부풀어 생기는 치핵을 통틀어 부른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외과 윤상남 교수는 “치핵은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증상이 악화된다”며 “항문에 중압감이 있고 가려움증이 느껴진다면 치핵을 의심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핵은 항문관 벽을 이루고 있는 항문쿠션조직에서 발생한다. 미세한 혈관 덩어리로 구성돼 있는 항문쿠션조직은 항문이 잘 닫히도록 하는 수도꼭지의 고무패킹과 같은 역할을 한다. 즉 배변 시 대변의 덩어리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오고 배변이 끝나면 다시 항문관 안으로 다시 들어가 더 이상의 대변이나 액체가 직장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노출된 상태를 치핵이라고 부른다.


치핵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구분한다. 항문 입구에서 2~3c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이빨 모양처럼 생긴 치상선이 있는데 치상선 위쪽에 생기는 경우를 내치핵, 치상선 아래쪽에 생기는 경우를 외치핵이라고 한다.


내치핵의 경우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치핵이 항문 밖으로 뒤집어져 나와서 피가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붓고 아픈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증이 없다.  반면 외치핵은 때때로 혈액이 뭉쳐 혈전을 이루어 팽창되므로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


가족 중 치핵 있으면 더 조심해야


치핵은 항문쿠션조직의 노화에 의해 발생되므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된다. 하지만 체질·유전적 소질 등에 따라 다르다. 가족 중에 치핵으로 고생한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가족들도 치핵의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부모에게 치핵이 있다면 자녀들도 치핵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데 이런 경우에는 특히 젊고 활동적으로 일할 연령에서 주로 발생해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치핵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변비가 있으면 과다하게 힘을 주게 되고 굵고 딱딱한 변이 항문관을 지나가면서 항문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항문질환이 생기게 된다. 설사를 하게 되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소화액이 항문부위를 자극해서 항문에 염증을 일으키고 상태를 악화시킨다.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서 장시간 대변을 보게 되면 항문쿠션조직이 확장되어 탈출이 심해지므로 배변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직업, 특히 앉아 있는 자세, 지나친 음주, 임신, 출산 등이 원인 및 악화요인이 될 수 있다. 간경화, 복강 내 종양 등도 치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핵은 그 정도에 따라 수술이나 비수술적요법을 선택하게 된다. 윤 교수는 “항문쿠션조직과 점막, 피부는 정상적인 항문기능을 위해 모두 필요한 인체조직”이며 “무조건 수술을 하기보다는 항문협착이나 항문실금이 생기지 않도록 전문의를 찾아서 효과적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혹 치핵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핵에서 나타나는 증상인 항문 출혈이나 항문을 포함한 회음부의 불편감이 ‘대장암’의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항문출혈의 원인은 다수에서 치핵이지만 대장암의 초기 증상도 항문직장 출혈인 경우가 있으므로 치핵이라고 자가진단하지 말고 반드시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며 “치핵과 대장암이 혼재돼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으므로 치핵이 재발되거나 잘 낫지 않는 치핵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이 없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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