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성장 방해하고 정서적으로도 영향
의심증상 숙지하고 조기진단·치료해야
몸의 대들보라 불리는 척추는 신체를 지탱하고 주요 신경들의 관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평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척추 역시 노화의 영향은 피할 수 없어 나이 들면서 척추가 점점 휘는 등 다양한 퇴행성변화가 찾아온다.
그런데 한창 성장이 왕성할 청소년기에도 척추가 변형될 수도 있다. 바로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다. 이는 척추뼈가 C자나 S자로 휘는 질환으로 실제 전체 척추측만증의 약 80~85%가 원인 없이 청소년기에 우연히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비록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척추측만증은 부모의 세심한 관찰을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외형적으로 척추뼈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아이가 ▲양쪽 어깨 높이가 다른 경우 ▲한쪽 날개 뼈가 더 튀어나온 경우(보통은 오른쪽) ▲한쪽 가슴이 튀어나와 가슴이 짝짝인 경우(대개 왼쪽가슴) ▲허리를 굽혔을 때 한쪽 등이 튀어나와 있는 경우 ▲한쪽 신발이 특히 빨리 닳는 경우 등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양재혁 교수는 “간혹 허리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척추측만증 외에 다른 질환 동반 가능성이 있어 MRI나 CT 등 척추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또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남아보다 여아에서 흔하다고 알려져 여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성장과정을 더욱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척추측만증이 의심될 때는 빨리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척추 만곡이 점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재혁 교수는 “만곡은 한 달에 평균 1도씩 진행되며 50도 이상의 만곡은 골격 성숙 후에도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게다가 특발성척추측만증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가슴 부위에서 척추뼈가 우측 방향으로 휘는 흉추 만곡이 많은데 이 경우 소화기관을 압박할 뿐 아니라 폐활량감소에 따른 호흡곤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척추측만증은 성장이 완료되면 더 이상 심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의 성장 잠재력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치료계획을 수립하면 만곡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료방법은 만곡의 크기 정도, 형태 및 위치, 환자의 성장 잠재력(연령, 초경상태 등)을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인 치료방법은 정기관찰과 보조기를 이용한 보존적치료가 있다.
척추만곡이 20도 미만이거나 성장이 종료된 경우에서 만곡 정도가 50도 미만이면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관찰만 시행한다. 단 골격 성장이 완료된 후에도 측만각의 진행이 발생할 수 있어 최소 1년 이상 경과를 관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운동치료를 통해 척추측만증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양재혁 교수는 “특히 운동치료는 경증 척추측만증(25도 미만의 척추 만곡)에서 변형 악화를 예방하고 중증도 척추측만증에서는 보조기 착용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기 착용의 목적은 척추 만곡의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시간 착용으로 인해 척추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외모적문제, 통증, 피로감 호소 등의 단점이 있어 22~23시간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양재혁 교수는 “무엇보다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외모에 한창 예민한 청소년들의 자신감을 저하시키고 보조기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 외형상 보이는 차이 때문에 또래를 만나기 꺼리는 등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의 건강한 성장은 물론,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조기 진단해 적극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