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위협 ‘고혈압’…내 목표혈압 잊지 마세요
소리없는 위협 ‘고혈압’…내 목표혈압 잊지 마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5.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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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여러 장기 망가뜨려 전신에 합병증 유발
2명 중 1명 증상 못 느껴…정기적인 혈압 측정 중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있다면 더 강하게 혈압 관리
장기간 고혈압이 지속되면 몸의 여러 장기를 손상시켜 전신에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면 본인의 목표혈압을 확인한 후 꾸준한 관리를 통해 합병증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오는 5월 17일은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고혈압은 30세 이상 국민의 30%가 겪고 있을 만큼 흔한 만성질환이지만 아직 젊거나 불편한 증상이 없으면 딱히 신경 쓰지 않게 된다. 하지만 고혈압은 별다른 증상 없이 오랫동안 우리 몸을 공격하면서 전신에 여러 합병증을 유발,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이유다.

■젊은층, 진행속도 빨라 합병증 위험↑

혈압은 심장이 각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혈액을 밀어낼 때 혈관 내에 생기는 압력을 말한다. 보통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한 번의 혈압이 생기며 활동정도나 심리적변화 등에 따라 계속 변한다. 따라서 한 번의 혈압 측정만으론 고혈압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적어도 2회 이상 측정한 혈압의 평균치가 140/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혈압은 나이에 비례해 증가해 고혈압환자의 70~80%는 60세 이상이다. 노화에 따라 전신의 동맥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혈관도 딱딱해지면서 혈압이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혈압 발병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주변 환경, 생활습관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젊은층도 안심해선 안 된다. 

게다가 젊은층은 중장년층보다 고혈압 진행속도가 빨라 합병증 발생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젊은 환자일수록 장기손상 합병증 위험이 높다고 보고됐다. 35세 미만인 경우 고혈압이 발생하면 2개 이상의 장기손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두통, 손발저림 등 나타나…무증상일 수도

고혈압의 흔한 증상은 목덜미에서 뒷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뻣뻣하게 느껴지는 두통어지럼증이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순환기내과 고종훈 과장은 “간헐적으로는 안면이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 가슴 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폐경기 여성의 증상과 혼동될 수 있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반드시 혈압을 측정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호흡곤란, 손발저림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없어도 고혈압일 수 있다. 고종훈 과장은 “실제로 고혈압환자 2명 중 1명꼴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며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자신의 혈압을 알고 있어야 고혈압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장, 뇌, 눈 등 전신에 영향 미쳐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중요한 이유는 고혈압이 전신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홍순준 교수는 “고혈압은 그 자체론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뇌, 심장, 신장, 눈을 비롯해 몸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쳐 장기손상뿐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먼저 높은 혈압에 심장이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 벽이 두꺼워지고 심장 크기가 커진다. 이렇게 되면 심장이 혈액을 온몸에 보내야 하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

또 고혈압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병들게 만들어 협심증심근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 뇌혈관도 똑같이 영향을 받아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해진 혈관에 균열이 생겨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 위험도 커진다.

이러한 심뇌혈관질환 외에도 고혈압은 콩팥을 망가뜨려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게 되고 눈의 미세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고혈압성 망막병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홍순준 교수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일단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본인의 상태에 적합한 약물치료는 물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바꾸고 아침저녁으론 혈압 측정

고혈압 역시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 등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음식은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며 싱겁게 먹는다. 매일 적당한 운동을 통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담배는 그 자체로 혈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하고 술도 멀리해야 한다.

혈압도 정기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특히 외래 진료 시 측정하는 혈압 외에도 가정혈압을 꾸준히 측정해 자신의 혈압변화를 매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혈압은 아침, 저녁 각 2번씩 총 4번을 측정하며 아침에는 약물 복용 전과 식전에,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측정한다.

단 아침에는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5분간 휴식을 취한 뒤 측정하고 저녁에는 되도록 샤워 전에 혈압을 측정하되 측정 30분 전에는 흡연과 카페인 섭취를 삼가야 한다. 

*고위험도 고혈압: 무증상 장기손상, 동반된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가 3개 이상, 당뇨병과 2개 이상 동반된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 당뇨병과 만성콩팥병 3, 4, 5기 동반.
#고위험도 당뇨병: 무증상 장기손상, 동반된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가 2개 이상, 임상적 심뇌혈관질환, 만성콩팥병 3, 4, 5기 동반.

■내 목표혈압 확인 후 꾸준한 관리 필요

한편 고혈압 치료·관리는 환자가 보유한 위험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대한고혈압학회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2018년 이후 4년만에 진료지침을 개정해 발표했다.

개정된 2022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일단 합병증이 없는 단순고혈압은 기존과 동일하게 목표혈압을 수축기혈압 140, 이완기혈압 90 미만으로 혈압을 관리하면 된다.

하지만 합병증이 없어도 무증상 장기손상, 심뇌혈관 위험인자가 다발성(3개 이상 또는 당뇨병이 동반됐을 경우 2개 이상)으로 존재하는 경우 목표혈압을 수축기혈압 130, 이완기혈압 80 미만으로 좀 더 강화해 관리하도록 했다. 심혈관질환, 단백뇨가 동반된 만성콩팥병환자와 열공성뇌경색을 동반한 고혈압환자도 마찬가지다.

대한고혈압학회 측은 “고령 동양인 고혈압환자에 대한 목표혈압 연구결과 수축기혈압을 130mmHg로 낮춘 군이 140mmHg로 유지한 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발생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보유한 고혈압환자는 특히 좀 더 강화된 목표혈압을 제시해 관리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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