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물 흐름처럼 소변 흐름도 자연스러워야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물 흐름처럼 소변 흐름도 자연스러워야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5.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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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상선약수(上善若水)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로 이상적인 삶은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사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기원전 6세기경 중국 도가를 창시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는 자연을 거슬리지 않고 순응하며 자연과 하나가 돼 살아가야 하며 물의 지혜를 배우고 물의 덕을 본받을 때 물처럼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 생체리듬, 혈액 흐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순환돼야 건강하게 생명이 유지된다. 특히 많은 장기 중에서 소변을 만들고 저장해서 내보내는 기능을 하는 요로기관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원칙인 대표 장기다.

소변은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다. 신장에서 혈액 내의 수분, 대사산물, 전해질, 무기질이 걸러지고 여러 차례의 배설과 흡수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최종 결과물이다. 소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혈액의 이온농도와 pH, 혈압이 조절된다. 하루에 신장을 통과하는 혈액의 양은 200L 정도이고 배설되는 소변은 2L 정도이다. 소변은 비뇨기계 건강의 척도이며 비뇨기계 건강은 삶의 질과 밀접하다.

수분 섭취, 식습관, 생활 형태,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소변 보는 횟수는 여름에는 6회, 겨울에는 8회 정도이다. 대변과 소변을 동시에 보는 경우도 있어 화장실에서 순수하게 소변만을 보는 횟수는 하루 평균 5~7회로 일 년에 무려 2000회 정도이다.

아이들은 방광의 용적이 작기 때문에 어른에 비해 더 자주 소변을 본다. 신생아들은 하루에 20회 정도 소변을 보고 자라면서 횟수는 서서히 줄어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는 어른과 비슷한 횟수가 된다.

류불탁수 적수역부(流不濁水 积水易腐)는 물은 흐르고 있을 때 더러워지지 않으며 고인 물은 썩는다는 뜻으로 변화가 없으면 부패하거나 퇴보한다는 의미이다.

소변의 흐름에서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뜻이 그대로 적용된다. 소변은 신장-요관-방광-요도로 흐르는데 폐쇄성 요로질환이 발생해 흐름이 막히면 소변이 고이고 고인 소변은 세균에 감염이 되고 염증이 생긴다. 폐쇄가 계속되면 신장에 소변이 고여 부풀어 오르는 수신증이 발생해 결국 신장의 기능을 잃어버린다.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은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들은 은혜를 입는다는 뜻으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의미이다.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요관을 거쳐 방광으로 이동하는데 상부요로인 신장에 염증이 있으면 자연적으로 중부 및 하부요로인 요관과 방광에도 염증이 파급된다. 윗물과 아랫물은 요로감염에 관련돼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신장에서 소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요독증(uremia)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진다. 소변이 방광에 저장됐다가 몸 밖으로 배설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생활이 불편해지고 삶이 고달파지는 등 삶의 질이 나빠지게 된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닌데 좀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자들의 심정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라고 할 만큼 심각하다.

배뇨장애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운동부족, 흡연, 과음, 비만 등 나쁜 생활습관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랫동안 앉아 생활하는 경우, 스트레스, 변비도 배뇨장애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비뇨기건강 역시 평소 늘 경각심을 갖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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