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진료위기시대가 온다] ②산부인과
[전 국민 진료위기시대가 온다] ②산부인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6.3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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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 없는 지자체 54곳
전문의 평균연령 50.3세

머지않아 ‘의료인’ 수입시대가 올 듯합니다. 이는 2022년 전공의 모집상황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인기과인 피부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은 모두 정원을 채웠지만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진료과는 ‘정원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흉부외과는 현재 60.3%를 차지하고 있는 50대 의료진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퇴직을 시작합니다. 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2024년부터 소멸돼 당장 밤에 아이가 아파도 진료해줄 전문의가 사라집니다. 산부인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부인과 중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는 이미 소멸 직전이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아예 분만실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말 그대로 전 국민의 진료위기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대안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전 국민 진료위기시대가 온다’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현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성시의 마지막 분만실이 폐업했다. 수년 전부터 지속된 저출산, 의료사고로 인한 분만기피병원 증가 등으로 산부인과가 직격탄을 맞은 것. 게다가 턱없이 낮은 분만수가는 산부인과 중 산과를 증발시키고 있다.

실제로 2003년 1373개에 달했던 분만병원은 2019년 541개로 급감했다. 16년 동안 60%가 넘는 분만병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분만병원 감소와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부인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무과실로 떳떳해도 죄인 되는 ‘산과 전문의’

산부인과는 크게 자궁질환을 진료하는 ‘부인과’와 임신부터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로 나뉜다. 둘 중 더욱 심각한 분야는 ‘산과’다. 지역 내에 분만실이 단 한 곳도 없는 지자체가 점차 늘고 있다.

산과가 전공의들에게 '기피과'가 된 이유는 먼저 빈번한 의료사고분쟁 때문이다. 분만사고 시 의사가 ‘무과실’로 떳떳해도 몇 년 이상 이어지는 법적 공방은 전문의를 지치게 만든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분만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고 있는 만큼 법적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2013년부터 분만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피해에 대한 보상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신생아 뇌성마비, 산모 또는 태아의 사망 등에 대해서는 병원개설자가 무조건 보상비의 30%를 부담해야 한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재원을 부담해 보상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이미 저출산쇼크를 겪은 바 있다. 또 의료소송, 분만 기피 등으로 2004년 산부인과 지원자가 101명에 불과했다. 이에 일본정부는 2006년 분만과 연관된 의료사고 시 의사와 환자의 분쟁을 최소화기 위해 ‘산과무과실보상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뇌성마비환아의 산모에게 정부가 3000만엔(한화 약 2억8500만원)을 보상한다.

동시에 일본정부는 약 20만~25만엔(190만~237만원)이었던 분만의료수가를 5만~10만엔(47만~100만원) 상향조정했다. 여기에 산과무과실제도 가입을 위해 산모가 병원에 지불한 3만엔을 추가 보조해 산모는 총 42만엔(398만원)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산과 전문의 124명, 평균연령 50.3세

산부인과의 지역불균형도 매우 심각하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기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산부인과가 없는 기초자치단체는 7곳이며 산부인과는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지역이 54곳에 달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급감은 더 큰 문제다. 실제로 2004년 259명이었던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20년 124명으로 47.8% 감소했다. 이는 산부인과 지정수련병원 감소로 이어져 2010년 106곳에서 2020년 88곳으로 18% 감소했다. 게다가 전국 41개 종합병원 중 산과 전임의가 없는 곳이 무려 26곳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정부 콘트롤타워 부재다. 현재 산부인과정책 주관기관은 복지부다. 하지만 복지부 내에서도 분만취약지 지원사업과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사업은 공공의료과가, 고위험산모 의료비지원사업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은 출산정책과가 담당하고 있으며 공공산후조리원사업은 각 지자체 소관이다 보니 효율적 업무진행이 어려운 시스템이다.

문제는 10년 후다. 지난해 기준 산부인과전문의는 총 5903명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70세 이상 259명(7.8%) ▲60~69세 1036명(17.5%) ▲50~59세 2024명(34.3%) ▲40~49세 1622명(27.4%) ▲30~39세 762명(12.9%) ▲30세 미만 3명(0.1%)이다. 이 중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는 124명뿐이며 평균연령도 50.3세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저출산문제는 지금도 심각하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2019년 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산부인과 전공의 57%가 전문의자격을 취득해도 분만은 하지 않겠다고 응답해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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