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버린 약, 내가 다시 먹는다
함부로 버린 약, 내가 다시 먹는다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1.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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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놓여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보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환자: 약을 왜 이렇게 버렸어요?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유행어는 시대상을 대변한다. 얼마 전까지 ‘웰빙(well-being)’이란 신조어가 유행했다. 잘 살고 싶다는 희망이 담긴 유행어다. 요즈음에는 ‘힐링(healing)’이 대세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유한다는 의미다. 이에 못지않게 꾸준한 유행어로 ‘그린(green)’을 들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면 우리 자신뿐 아니라 후손도 나빠진 환경 때문에 해를 입을 것이다.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그것을 되돌리려면 매우 오랜 세월이 걸린다.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어느 집이나 사용하다 남은 약이 많다. 그중에는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약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집에서 쓰다 남아 못 쓰게 된 약을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버릴 것이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약이 쓰레기와 함께 땅에 묻히면 약이 녹아 땅속으로 스며든다. 그러면 그 약 성분을 식물이 흡수하고 먹이사슬에서 그 식물을 먹은 동물이 약 성분을 먹고 그 동식물을 먹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약 성분을 먹게 된다.

또 생활하수와 함께 버린 물약은 하수도를 통해 강물로 들어갈 것이고 그 약 성분은 상수도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또 그 약 성분이 바다로까지 흘러가면 어류가 먹고 그 어류를 사람이 먹으면 결국 사람이 그 약 성분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약을 함부로 버리면 약 성분이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다. 실제 2006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사한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수질검사에서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의 약 성분이 다량 검출되기도 했다. 강물에 이런 약 성분이 포함된 것은 쓰고 남은 약을 함부로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 곳에나 함부로 버린 약 때문에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에게도 나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한약사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가정 내 폐의약품 수거사업을 벌이고 있다.

약국마다 ‘폐의약품 수거함’이 있다. 집에서 쓰다 남은 약이나 산 지 오래돼 뭔지 모르는 약을 이 수거함에 버리면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거둬들여 환경에 영향이 없게 소각 처리한다.

2009년 시범사업을 펼친 뒤 2010년부터 전국에서 확대 시행되고 있는 폐의약품 수거사업으로 서울시에서만 작년에 폐의약품 101톤을 회수해 처리했다.

한마디 더하자면 집안에 굴러다니는 약이 무엇인지,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할 때 가까운 약국에 갖고 오면 용도는 물론 사용할 수 있는 약인지 아닌지를 약사가 자세히 알려줄 수 있다. 약을 이용해 건강을 회복하는 일도 좋지만 함부로 버리는 것은 삼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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