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남성의 상징, ‘전립선’ 이야기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남성의 상징, ‘전립선’ 이야기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8.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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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여성에는 없고 남성에만 있다.

비뇨기계에 속하는 골반 장기이다.

소변보는 데 관여하지만 원래 기능은 따로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좀 묘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아니다. 남녀에 있어 형태나 기능은 다르지만 원형은 같은 상동기관이란 것이 있다. 고환-난소, 귀두-음핵, 음경-소음순, 음낭-대음순 등이 남녀 간 요로생식기의 상동기관들이다.

이러한 상동기관에 속하지 않아야 여성에게는 없고 남성만이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전립선이다. 전립선은 밤톨을 뒤집어놓은 형태의 장기로 치골 뒤, 직장 앞쪽, 회음부 부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방광과 연결되는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전립선은 기원전 300년, 이집트의 의사 헤로필스가 처음 발견했다. 영어로 ‘Prostate gland’인데 이것이 pro ‘앞 전(前)’, state ‘설 립(立)’, gland ‘샘 선(腺)’으로 해석돼 전립선이란 한자어 이름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어원에 따르면 전립선은 우리 몸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분비샘이란 의미다. 똑바로 서서 가장 앞에 서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확인해보자. 가장 앞으로 돌출된 음경에는 요도입구 분비선이, 젖꼭지에는 유선이 있으니 ‘전립선’의 앞에 서 있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묘한 이름이 되고 만 것이다. 즉 원래 장기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용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 때문에 그런 것이지 ‘Prostate’란 이름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리스어에서 Prostate의 어원은 ‘protector’ 또는 ‘guardian’으로 ‘방어자’나 ‘보호자’란 의미인데 바로 전립선(의학사전의 공식 용어)의 기능에 기인해 만들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전립선의 기능은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해 정액의 30% 정도를 구성하며 정자에 영양분을 공급해 활동성을 높인다. 또 외부 나쁜 환경으로부터 정자를 보호한다. 아연을 분비해 전부요도에 있는 세균이 정관이나 고환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예전에는 ‘다스릴 섭(攝)’ 도울 ‘호(護)’를 써서 섭호선(攝護腺)이라고도 하였는데 어떻게 보면 이것이 더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전립선에서 나오는 액에는 정자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각종 영양소와 효소가 들어 있다. 이 중 스퍼민(spermine)이란 효소가 정액 특유의 독특한 냄새를 만든다. 초여름 하얀색 밤꽃에서 나는 약간 비릿한 향기를 맡은 아낙들의 가슴이 뛴다는 말이 있다. 놀랍게도 밤꽃 향기를 내는 성분이 정액 냄새 성분과 비슷해 밤꽃과 정액이 비슷한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이다. 또 전립선액은 약알칼리성으로 여성 질의 약산성 환경하에서 정자가 파괴되지 않고 자궁까지 잘 이동할 수 있도록 산성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립선의 크기는 출생 직후 1g 정도로 작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호르몬 작용에 의해 조금씩 커져 성인이 되면 15g 정도가 된다. 크기는 좌우 4cm, 상하 3cm, 전후 3cm 정도이다. 40대 이후 다시 커지기 시작해 매년 0.4g씩 증가하고 50대가 되면 매년 1.2g씩 증가한다. 이렇게 크기가 커지면서 각종 불편함이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전립선비대증이다. 이밖에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립선질환으로는 전립선염과 전립선암이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60대 이상 남성 60% 이상이 겪는 흔한 질환으로 노령 인구가 늘면서 국내 전립선비대증환자는 10년 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전립선염은 우리나라 30~40대 남성의 30%가 고생할 정도로 흔하고 전체 남성의 약 50%가 평생 살아가면서 전립선염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립선암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았지만 최근 식생활 및 생활형태의 서구화로 인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질환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면 일차적으로 요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성기능 관련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성욕감퇴, 발기력 감소, 사정통, 조루, 극치감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립선염에서는 회음부, 아랫배, 골반 부위에 다양한 형태의 통증이 동반된다. 전립선암은 특유의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전립선질환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질환으로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상당수 환자에서 우울증까지 호소한다.

따라서 평소 전립선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운동,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배뇨 및 배변습관으로 골반의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 1시간에 5~10분 정도는 일어나 스트레칭이나 가볍게 걸으면서 골반을 풀어준다. 전립선이 자극받지 않도록 딱딱한 자리에는 오래 앉아있지 말고 자전거도 장시간 타지 않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전립선액을 배출하고 따뜻한 온수좌욕도 도움 된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알코올이나 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은 자제한다. 전립선에 도움 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토마토, 콩 관련 제품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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