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언]더 나은 간호서비스를 위한 길
[현장 제언]더 나은 간호서비스를 위한 길
  •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
  • 승인 2013.11.2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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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이탈리아 교민이 입원한 적이 있다. 치료 차 귀국했다는 교민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창피해졌다. 가족들의 이야기는 이랬다.

이탈리아 병원에서는 일단 가족들이 병원에 상주할 수 없다. 가족도 당연히 면회시간에만 환자를 만날 수 있다. 병동에는 간호사와 수발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고용돼 있어 아침에 의사들이 회진 돌기 전에 환자들을 깨끗하게 씻겨준다. 여기에 식사수발은 기본이다. 침대는 환자 스스로 리모컨으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TV는 침대마다 배치된 개별모니터로 시청한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이탈리아 뿐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들의 병실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에 와보니 일단 병동이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너무 시끄러운데다 침대는 기계식인 탓에 보호자가 올리고 내려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일부 상급병실은 이탈리아처럼 좋은 침대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병실침대는 기계식이다. 무엇보다 힘든 점은 환자의 체위변경과 같은 간병을 보호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민의 경우 남편이 간병했는데 부부가 고령이다 보니 혼자서 휠체어를 태우거나 일으켜 세우기가 너무도 힘들었고 이런 병원서비스에 화가 치민다고 했다. 간병하느라 쩔쩔매는 남편을 보면서 정말 우리나라 병원서비스는 환자를 학대하는 수준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물리치료를 위해 오고갈 때 짐짝 던지듯이 나르는 것도 불안하고 병실에서는 남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병원은 이런 일들을 환자와 가족이 감내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이 교민은 조기퇴원했다. 교민은 화가 났겠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 감내해야할 현실이라 우리 국민들은 개의치 않고 살았는데 드디어 정부에서 간병서비스를 포함한 간호서비스 일체를 병원이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저수가체계에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우선 전초작업으로 간호 인력 개편부터 손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대형병원에서는 병동에 간호사만이 근무하는 체제가 됐다. 서구에서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인력이 한 팀을 이뤄 조화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정규간호사 인력밖에 없으니 이탈리아 교민이 원하는 서비스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효율적인 간호(병동)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최소 세 부류의 인력이 함께 팀을 이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간호조무사와 간병인력이 준비돼 있지 않다. 그래서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염두에 둔 간호인력 개편이 거론되고 있는데 자칫 직종 간 이해관계 때문에 다투는 양상으로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간호간병서비스는 단일 직종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의료를 지향하는 우리 의료답게 제대로 간호서비스가 실시되는 병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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