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영화로 알아보는 전립선질환 ②중년남성에게 다가온 세월의 무게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영화로 알아보는 전립선질환 ②중년남성에게 다가온 세월의 무게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9.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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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영화로 알아보는 전립선질환 1편(2022.08.24. 칼럼 참고)에서 외화를 소개했다면 2편에서는 전립선질환과 관련한 우리나라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화장’은 임권택 감독,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 주연의 영화로 2015년도에 개봉됐다. 원작은 2003년 발표된 김훈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이다. 뇌종양을 앓던 아내의 죽음과 회사의 젊은 여직원에 대한 사랑이 교차하면서 중년남성이 갖는 정신적 갈등과 육체적 스트레스가 주제이다. 중년이 돼 겪는 남성의 고뇌와 피로를 사실감 있게 잘 표현한 영화다.

영화 제목 화장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이제 죽은 아내의 화장(火葬)과 매일 마주치는 젊고 매혹적인 여직원의 화장(化粧)은 각각 죽음과 삶, 허무함과 욕망이다. 특히 영화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겪어야 하는 갈등과 세월의 버거움은 ‘방광의 불편함’으로 표현된다. 소변 보는 문제가 매 순간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고 삶이다.

화장품회사의 중역인 주인공은 55세인데 영화에서는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중년남성이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소변을 보지 못해(주인공 스스로 전립선염이라고 한다) 비뇨기과 의원을 찾아 도뇨관으로 소변을 뽑는다. 주인공은 질 세척제와 질 방향제의 개발 책임을 맡고 있으며 여름철 광고카피로 내면여행과 가벼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다. 모처럼 퇴원한 아내와 잠자리를 가지면서 비아그라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 결국 추은주라는 부하 여직원의 벗은 모습을 상상하고서야 성관계를 마친다.

주인공은 모처럼 아내와 관계를 하려고 비아그라를 복용했는데도 효과가 없다. 비아그라는 세계 최초의 발기유발제인데 항생제나 소화제처럼 먹으면 저절로 작용하는 약은 아니다. 남성 발기의 생리를 보면 성적으로 흥분 시 음경에서 GMP효소가 분비돼 해면체를 팽창시켜 발기가 일어나고 성적 자극이 사라지면 PDE5효소가 분비돼 GMP효소를 분해함으로써 발기가 풀린다.

발기유발제는 분해효소인 PDE5를 억제해 GMP효소가 계속 해면체를 팽창시키게 한다. 발기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발기가 풀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적 자극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현실에서 중년남성의 무거운 짐은 배뇨장애이고 원인은 전립선이다. 소변 보는 불편함을 일으키지만 전립선은 배뇨기관이 아니라 남성 생식기관이다.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을 생산해 정액의 일부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방광 입구에 위치해 요도를 감싸고 있어 비대해지면 요도를 눌러 소변 보는 데 불편함을 일으킨다. 

주인공이 찾아간 병원의 의사는 전립선비대증을 병이 아닌 일종의 노화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은 불편함을 그냥 감수해야 하는 단순한 노화현상이 아니라 의학적 도움으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노인성질환이다. 전립선은 40대 이후 커지기 시작해 50대 중반이 되면 정도가 심해져서 여러 가지 배뇨증상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전립선비대증이다. 60대에는 60%, 70대에는 70% 이상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영화에서 의사는 주인공의 배를 만져보고 ‘엄청나게 커졌네’라면서 마치 전립선의 상태를 진찰한 듯 말한다.

하지만 아랫배를 만져서는 방광의 팽만 정도만 알 수 있고 전립선은 만질 수도 없으니 전립선비대증의 상태 파악은 불가능하다. 전립선의 진찰은 항문으로 검지손가락을 넣어 시행하는 직장수지검사로 하는데 정확한 전립선의 크기는 경직장 초음파촬영으로 측정한다. 남성들이 전립선질환을 민망해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항문을 이용하는 검사 때문이다.

영화만 보면 전립선비대증은 노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노화가 원인이어도 전립선비대증은 반드시 의학적치료가 필요한 노인성질환이며 꾸준히 치료·관리해야 남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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