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다한증, 흉부외과에서 치료한다고요?
[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다한증, 흉부외과에서 치료한다고요?
  •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11.2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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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주변에서 땀이 유난히 많이 나는 분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 인구의 약 5%가 다한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니 대략 스무 명에 한 명꼴로 과다한 땀 분비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한증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겨드랑이 다한증부터 손발 다한증, 두피안면 다한증, 사타구니항문 다한증 및 전신 다한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장년기에 나타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들 중 병원을 찾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고 하니 의사들조차 다한증 치료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필자도 의과대학에서 공부할 때 다한증을 배운 적이 없고 흉부외과를 전공하면서 비로소 다한증 치료에 대해 알게 됐다.

왜 다한증을 흉부외과에서 치료할까. 흉부교감신경을 절제하면 손과 얼굴의 땀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거에는 신경외과에서 환자의 등쪽으로 접근해 척추 옆에 있는 교감신경을 절제했다. 하지만 절개부위가 너무 컸기 때문에 자주 시행하는 수술은 아니었다.

이후 수술기구의 발전과 더불어 흉강내시경이 보급되면서 필자의 스승이기도 한 이두연 교수님께서 1990년 2월 우리나라 최초로 흉강경을 이용한 흉부교감신경절제술을 성공하면서 다한증수술이 널리 보급됐다. 즉 흉강내시경을 이용해 가슴 안에 있는 흉부교감신경을 잘라주면 땀이 안 나기 때문에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혹자는 땀이 좀 난다고 수술까지 해야 하냐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 분비량을 넘어 과다하게 많이 나는 땀을 평생 감내하면서 사는 고통의 무게가 어떠한지 전혀 알지 못해서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겨드랑이 땀이 과다할 경우 냄새도 냄새지만 옷이 젖고 변색이 눈에 띄기 때문에 밝은색 옷은 평생 착용하기 어렵다. 특히 손 다한증은 긴장 상황에 처하면 더 많은 땀을 흘리게 된다. 일례로 학교 시험 시간에 종이 시험지가 다 젖어 난처한 경우가 다반사이고 컴퓨터 자판기나 피아노에 땀이 흘러 곤란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늘 손이 축축해 다른 사람과의 악수를 꺼리게 되며 연인과 데이트할 때조차 손을 잡지 않게 된다.

발 다한증이 있으면 여성은 발바닥이 땀으로 미끄러워 예쁜 굽 높은 구두는 그림의 떡일 뿐이고 늘 운동화를 신을 수밖에 없다. 남의 집에 방문할 일이 있어도 바닥에 발자국을 남길까 봐 신경 쓰여 방문을 꺼리게 되고 발냄새가 유난히 심해 감히 신발을 벗을 수조차 없다.

두피안면 다한증은 긴장하거나 운동할 때뿐 아니라 특히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머리와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러 연신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 등 만남을 꺼리게 된다. 심지어 추운 겨울에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을 탈 경우에도 온도차로 인해 땀이 더 많이 분비돼 목적지까지 한번에 못 가고 일부러 내려 땀을 식히고 다시 타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다한증환자만 이해할 수 있는 말 못 할 고통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필자가 폐암이나 식도암 등 중한 질환들의 수술 외에도 비교적 가벼운 질환에 속하는 다한증을 가벼이 보지 않고 주요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다한증수술 후 외래에서 다시 만난 환자들이 본인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진심으로 즐거운 표정으로 얘기해줄 때 묘한 만족감과 함께 가슴이 환해지는 행복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한편 다한증수술은 보상성다한증(원래 땀이 안 나던 곳에서 수술 후 과하게 땀이 나는 현상 )등 부작용이 일정부분 동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술 외에 다른 치료에 대해서도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수술 외에도 땀이 줄어들도록 바르는 약, 먹는 약이 있고 전기를 흘려서 일정기간 땀이 안나게 하는 이온영동법 또는 보톡스치료도 시행되고 있다. 또 겨드랑이 다한증에 대해서는 극초단파를 이용해 땀샘을 파괴하는 시술도 시행되고 있다.

다한증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평소 땀을 과다하게 흘려 다한증이 의심된다면 가까운 흉부외과를 방문해 꼭 상담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다한증을 잘 치료해 많은 환자가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한 환자의 감사 편지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께 다한증 수술을 받은 김00입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주신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고자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처음 손에 땀이 났을 때를 떠올리면, 아마 초등학생때인 것 같습니다. 햇살이 비치던 어느 날 교실에 앉아 손끝에 땀이 맺히는 걸 보며 어린 마음에 제게 신비한 초능력이 있는 줄 알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스파이더맨처럼요. 하지만 이게 얼마나 저주스러운 능력인지…. 사춘기를 지나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한때는 차라리 두 손을 잘라버리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두 손이 없다면 왜 연애를 하면서 손을 잡을 수 없는지, 왜 흔한 손등 때리기 게임도 할 수 없는지, 왜 악수를 할 수 없는지 등을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테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절 괴롭혀오던 고민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니 마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처럼 행복합니다. 저에게 새 삶을 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핸드크림은 제게는 평생 필요 없는 물건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 덕분에 처음 바르게 됐습니다. 제게 선물로 주신 따뜻한 손으로 제 예쁜 딸 더 많이 안아주고 손잡아주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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