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이식술’ 염증성장질환 새 치료옵션으로 시선 집중
‘대변이식술’ 염증성장질환 새 치료옵션으로 시선 집중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11.25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한 사람 대변 이용해 마이크로바이옴 채취
전체성공률 90%…당뇨, 우울증 등으로 연구 확장
‘대변이식술’을 통해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주입하면 단기간 내 장내미생물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에 현재 염증성장질환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더럽게만 생각했던 ‘대변’이 차세대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용한 ‘대변이식술(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이 그 주인공. 대변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건강한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채취, 장내미생물 불균형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통해 이식하는 시술이다.

■건강한 환자 대변서 좋은 미생물 추출

우리 몸에는 약 100조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95%가 소화기관에 밀집해 있다. 장내미생물은 유익균과 중간균, 유해균 등으로 구분되며 평소에는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체내에 서식하면서 공생관계를 가진 미생물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오타’라고 하며 건강한 미생물정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정의한다.

마이크로바이오타가 무너지면 유해균이 체내염증을 유도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식습관을 통해 개선 가능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대변이식술을 통해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주입하면 단기간에 장내미생물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현재 대변이식술이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는 ‘염증성장질환’이다.

염증성장질환은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면서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을 일으킨다. 발병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지나친 면역반응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자는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항생제는 원인균을 파괴에 효율적이지만 정상미생물에게도 피해를 끼쳐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염증성장질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오타가 건강한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변이식술이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재발성 또는 난치성 염증성장질환치료 시 대변이식술의 전체성공률이 90%로 보고될 만큼 치료효과가 크고 안전하다.

대변이식술을 350례 이상 진행한 인하대병원 권계숙 마이크로바이옴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대변이식술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올 1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며 “최근에는 염증성장질환뿐 아니라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과 자폐증, 우울증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활발한 투자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성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18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가 좋은 환자의 대변과 치료반응이 없던 환자의 대변을 무균쥐에게 이식했더니 치료반응이 좋았던 환자의 대변을 이식한 쥐에서만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향상됐다.

이에 해외 각국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미국은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연관성을 찾아내기 위해 2007년 국립보건원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3385억원)를 투자했으며 내년에는 세계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치료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2008년에는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8개 국가가 연합해 ‘장내 메타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대변이식술 기반 만성난치성질환 극복 선도형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기술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한림대병원,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이 참여하며 2025년까지 ▲궤양성대장염 ▲비알코올지방간염 ▲천식 ▲우울·불안장애 등의 분야에서 차세대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총괄하는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연구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몇 해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은 암, 뇌신경계질환, 심혈관계질환, 간담도계질환, 장관계질환, 요로계질환, 피부질환 등과 연관이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