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월경성 기흉’이 뭐길래
[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월경성 기흉’이 뭐길래
  •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12.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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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메디컬드라마에서는 급작스런 흉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위독한 상태의 환자를 흉부외과 의사가 흉관 삽관을 하면서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만큼 기흉은 응급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기흉이란 폐를 싸고 있는 늑막(장측흉막)과 가슴벽 안쪽 늑막(벽측늑막) 사이 공간을 공기가 채움으로써 폐가 눌리는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기흉의 원인은 원발성 자연기흉으로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의 마르고 키가 큰 체형의 남자에서 흔히 발생한다. 두 번째로 흔한 기흉은 폐에 병이 있는 중년과 노년에 발생하는 이차성 기흉이고 그 다음이 외상으로 인해 생기는 외상성 기흉이다.

이렇듯 기흉의 원인은 다양한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30~40대 가임기 여성에게 호발하는 기흉이 있다. 바로 ‘월경성 기흉’이다.

자궁내막 조직은 원래 자궁 안쪽 표면에 있고 호르몬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자궁내막 조직이 증식 후 탈락하면서 월경(생리)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자궁내막 조직이 몸의 다른 부위에 부착해 증식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자궁내막증이라고 부른다.

가장 흔한 형태가 자궁 근육 안쪽에 뭉쳐 있는 자궁선종이고 그다음이 자궁에서 나팔관을 타고 역류돼 복강 내에서 발견되는 경우이다. 드물지만 자궁내막 조직이 복강과 흉강을 나누고 있는 횡격막에서 발견되거나 늑막 또는 폐 안에서도 발견이 된다.

자궁내막증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설이 있지만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어느 부위에 자궁내막 조직이 있는지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흉부자궁내막증증후군(Thoracic Endometriosis Syndrome)은 흉부에 생기는 자궁내막증을 총칭하는 개념인데 월경 주기에 따라 기흉, 혈흉, 객혈이 생기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중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경우가 월경성 기흉인데 사실 이 병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여성 기흉 중 상당수는 월경성 기흉일 수 있다. 따라서 월경성 기흉을 의심하면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월경성 기흉은 수술 후에도 흔히 재발될 수 있으며 여러 번의 치료 후에야 겨우 진단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까지도 드문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월경성 기흉을 400례 이상 수술한 권위자인 쿠리하라 선생님 초빙강연 후 국내 의료진도 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생각보다 월경성 기흉 사례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월경성 기흉은 주로 월경 전후 3~4일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 월경성 기흉 환자의 46%는 그 외의 시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가임기 여성에게 발생한 기흉이라면 우선 월경성 기흉을 의심하고 자세한 문진을 통해 생리주기 때의 증상이 어떠했는지 떠올려보게 해야 한다. 많은 여성이 자궁내막증을 동반하고 있으며 대부분 심한 생리통을 호소한다. 기흉은 흉통과 호흡곤란이 주 증상인데 생리통이 심할 경우 기흉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가끔은 다른 원인으로 병원 진료를 보던 중 흉부사진상 기흉이 진단돼 오기도 한다.

월경성 기흉은 수술 전 확실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아직 없고 수술하면서 횡격막에 구멍이 있는 경우 절제해 조직검사를 하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 자궁내막 조직으로 판독된다. 심한 경우 늑막에도 검은색 또는 갈색의 반점들이 관찰되고 일반 기흉의 호발부위와 다른 부위에 기낭(공기주머니)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들 모두 자궁내막 조직으로 인한 병변이라서 수술은 이런 자궁내막 조직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자궁내막 조직으로 인한 추가적인 재발을 막기 위해 늑막을 두껍게 만드는 추가시술을 시행,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종종 재발되기도 한다. 이는 수술적인 치료 부족이라기보다는 자궁내막증 자체의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전 산부인과에서 문진을 하고 초음파검사까지 하지만 복강 내의 작은 자궁내막 조직까지 다 발견할 순 없다. 일본에서도 수술 후 호르몬치료의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필자의 병원을 중심으로 국내 몇몇 대학병원의 흉부외과와 산부인과가 다기관 전향적 연구를 통해 월경성 기흉 수술과 동시에 복강경을 이용한 복강내 자궁내막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수술 후 호르몬치료를 통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흉부외과환자들은 대체로 본인의 병에 대해 많은 걱정을 안고 있다. 특히나 월경성 기흉환자들의 경우 수술 전 여러 번 재발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더구나 수술 후 호르몬치료까지 마쳤는데도 재발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어 그 걱정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술 후 재발해 응급실에 왔을 때 환자와 눈을 마주치게 되면 실망 가득한 체념의 표정을 보이는데 그 모습은 한동안 뇌리에 남아 의료인으로서 어깨가 참 무겁다. 많은 월경성 기흉환자들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병을 더 이해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현 치료의 한계를 환자들에게 최대한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 병을 치료하는 국내외 의료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월경성 기흉의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니 환자 분들도 의료진을 믿고 적극 치료에 임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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