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환자 진료비 심사 문제 있다
자동차보험환자 진료비 심사 문제 있다
  •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12.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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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를 소위 ‘자보환자’라고 한다. 얼마 전부터 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비를 심사하는 심사평가원이 자보환자의 진료비 심사를 하고 있다. 자보환자의 진료비 심사를 보험사가 직접 하던 것을 심사평가원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어떤 합의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심사평가원으로 이관한 이후 의료계의 진료비 심사에 대한 민원과 원성이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자동차 사고로 아픈 환자의 진료를 일반 환자의 진료와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는 이 발상 자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예를 들어 보자. 자고 났더니 목이 아픈 환자가 있다고 하자. 이 환자는 자발적으로 생긴 통증이라 자기 스스로 어느 정도 상황을 판단하고 진료에 대해 평가 할 것이다. 처음 진료한 병원에서 대뜸 MRI와 같은 고가의 검사를 하자고 하면 아마도 과잉진료를 의심하고 의료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다. 다시 말해 자발적으로 생긴 질병의 경우 진료과정이라는 것이 있고 그 과정은 대체로 의료인과 환자의 상식에 맞아야 한다.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는 대개 이런 정황에 맞게 설정된 것이다.

하지만 운전 중 발생한 접촉 사고 후 목통증이 발생한 경우는 다르다. 어느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 경우 갑자기 발생한 사고로 인한 것이라서 당연히 환자는 집중검사를 요구할 것이다. 의료진은 이 환자를 일반 환자를 진료하는 기준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의학적으로도 외상환자의 경우 일반 환자처럼 진료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 진료비심사를 심사평가원에 위임했다. 당연히 심사평가원의 시각으로 보면 자보환자의 경우 상당부분 과잉진료의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엄청난 삭감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로서는 당장은 손대지 않고 코푸는 격으로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절약해 기분이 좋을지는 모르겠다. 당연히 심사기준이 달라야 하는데도 거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심사평가원으로 이관한 것은 정의롭다고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일일이 치료 행위마다 인정할 것인지 말지를 의료진이 심사평가원에 묻고 치료를 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24시간 콜센터 운영할 것인가 말이다.

언젠가 나는 보험사의 얄팍한 상술을 지적한 바 있다. 정관을 교묘하게 만들어서 가입자를 곤경에 빠뜨리고 그로 인해 자보환자의 의료가 왜곡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한 태도가 이제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뤄져야하는 자보환자의 진료비심사를 심사평가원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만간 또 다른 왜곡된 현상으로 발전할 것이다. 결코 보험사에 이롭지 않을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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