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척수성근위축증, 조기진단만 되면 같이 숨 쉬는 세상 만들 수 있어
[극복해요! 희귀질환] 척수성근위축증, 조기진단만 되면 같이 숨 쉬는 세상 만들 수 있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1.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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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존수 충북대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김존수 교수는 “SMA는 단일 유전자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빠르다”며 “현재 3개의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존수 교수는 “SMA는 단일 유전자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빠르다”며 “현재 3개의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신생아선별검사 도입을 통한 조기진단·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고통과 인내 등이 요동치는 롤러코스터 같다. 그렇게 어떤 고난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산다면 우리는 빛을 맞이한다.

여기 고통 가운데에도 삶의 이야기를 꾸역꾸역 꾸려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희귀질환자들이다. 희귀질환, 인구 중 아주 적은 비중만 걸리는 질병이다. 희귀질환자들은 병마와 고군분투하며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들이 과연 다음날의 여명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많은 ‘편견’이 희귀질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날아가 꽂힌다. 차곡차곡 쌓인 편견은 결국 차별을 만들어냈고 그들은 음지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2019년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이 분리되면서 그림자 속에서 나올 기회가 생겼다.

대표적인 질환이 ‘척수성근위축증(이하 SMA)’다. SMA는 운동신경세포에서 중요한 SMN이라는 단백의 기능이 떨어져 신경세포의 퇴행과 손실이 유발되고 이차적으로 근육의 위축이 발생하는 진행성질환이다. 다행히 SMA는 발병원인이 SMN으로 밝혀져 여러 치료제가 개발됐다. 이에 김존수 충북대병원 소아신경과 교수와 SMA 최신 지료지견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충북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충북대병원 희귀질환클리닉은 2018년 개설, 2019년 1월 충북권 희귀질환거점센터로 지정됐으며 그해 9월 희귀질환센터가 정식으로 개소했다. 현재는 충북대병원을 포함한 전국 11개 병원에 희귀질환 권역별거점센터가 있다. 권역별거점센터를 통해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며 전국적으로 유기적인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해 지방에 있는 환자들이 직접 수도권까지 가지 않고도 치료와 상담이 가능하게 됐다. 또 지금까지 권역 내에 있는 개원의와 소통문제로 희귀질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협진하며 진단율이 높아졌다.

- 센터에서는 어떤 희귀질환을 주로 진료하는지.

대부분의 희귀질환이 소아신경분야와 관련이 있는 만큼 원인불명의 발달지연, 신경근육질환, 염색체이상질환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극희귀질환, 상세불명의 희귀질환, 기타염색체이상질환의 경우 정부에서 지정된 진단요양기관에서만 산정특례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충북대병원은 2020년도부터 산정특례 등록 진단요양기관으로 지정을 받았고 현재 4명의 의료진이 산정특례 등록 가능의사로 등록돼 있다. 희귀질환은 진단부터 치료까지 고비용이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정특례를 통해 의료비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여러 치료제가 개발되며 널리 알려진 SMA가 있다.

- SMA는 영유아 희귀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불과 10여년 전 전공의 시절에만 해도 SMA환자를 단 한 명밖에 보지 못했을 정도로 유전진단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하지만 최근 유전분석 기술발달로 진단이 확대되고 진단율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조기에 증상이 발현하는 SMA 1형의 진단율이 올라갔다. SMA은 유형에 따라 증상 경과가 다르지만 신생아에서 질환이 발병할 경우 저긴장증을 보이며 몸의 움직임이 줄어들거나 울음소리가 약하고 기침을 적게 하거나 사레에 들리기도 한다. 따라서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 가장 먼저 인지, 진단하는 케이스가 많다. 이때 생후 3~4개월에도 저긴장증이 나타날 수 있고 목을 잘 가누지 못하거나 개구리자세가 발견되기도 한다.

- SMA확진을 위해 어떤 진단방법을 사용하는지.

1차적으로는 여러 유전자의 복제수를 동시에 측정하는 MLPA(Multiplex Ligation Dependence Probe Amplification)법을 이용해 SMN1 유전자 동형접합 결실을 확인하고 SMN2 유전자 복제수 변이를 확인해 중증도를 예측한다. MLPA법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지만 임상증상이 SMA가 명확하다면 추가적으로 시퀀싱(Sequencing)을 통해 SMN1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한다. 특히 증상이 심한 SMA 1~2형의 경우 질환 발견 시기에 따라 아이의 최대 운동기능이 결정되며 심각한 경우 생사를 가를 수도 있어 신생아선별검사 도입이 시급하다.

- SMA는 희귀질환 중 지난 몇 년 새 3가지 치료제가 개발됐다. 치료제 개발이 빠른 이유는.

SMA는 단일 유전자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빠르다. 세부적으로 SMA는 5q 내 SMN 단백질의 문제로 발생한다는 점이 밝혀져 있어 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법을 개발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가령 직접 척수강 내 주사를 통해 치료제를 투여하면 눈에 띄게 증상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때마침 SMA 유전자가 밝혀지고 임상연구가 진행되던 시기에 유전자 치료 기술이 발전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희귀유전질환은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향후 더 많은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초격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각 치료제마다 기준과 투여방법이 다를 것 같다.

SMA치료제 중 가장 먼저 개발된 것은 뉴시너센(스핀라자)이다. 뉴시너센은 영구적인 호흡기를 달기 전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4개월마다 척수강 내 주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드물지만 척추측만이 심한 경우에는 투여가 어려울 수 있다.

유전자치료제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백(졸겐스마)의 경우 1번의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고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다만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요법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SMA 최초의 경구제 리스디플람(에브리스디)이 개발돼 보험 급여를 기다리고 있다. 척수강 내 주사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경구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산정특례, 권역별거점센터 등 희귀질환자들의 치료환경이 변했지만 개선돼야 할 점 역시 존재할 것 같다.

모두의 노력으로 희귀질환자들의 치료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현재 SMA 유지 치료를 위한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4개월마다 한 번씩 운동기능평가를 받아야 한다. 치료제가 처음 도입될 시기에는 효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해외의 프로토콜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많은 환자들이 이미 치료를 받고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에 제도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현재 SMA 환자 7명을 진료하면서 SMA가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크게 느끼고 있다. 환자들 중 뉴시너센 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전에 질환이 발생한 환자들은 이미 운동기능이 어느 정도 소실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반면 뉴시너센 보험 급여 이후 SMA 진단을 받은 신규 환자들은 조기부터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었고 해당 환자들은 현재 걷고 뛸 수 있을 정도로 호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임상의가 희귀질환을 인식하고 조기에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 아이의 일생을 좌우할 정도로 큰 문제다. 희귀유전질환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앞으로 신생아선별검사 등을 통해 희귀질환자들의 조기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구성하는 것이 하나의 바람이다.

- SMA 이외에 혹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희귀질환이 있다면.

특정질환이 더욱 알려지길 바라기보다는 희귀질환 전반에 대해 인식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 가령 치료제가 개발된 신경섬유종증은 겉으로 나타나는 피부증상 때문에 감염병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신경섬유종증환자가 대인기피와 우울감을 경험한다. 신경섬유종증뿐 아니라 많은 희귀질환이 그렇다. 따라서 권역별희귀질환센터에서는 심리상담사가 함께 근무하며 가족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희귀질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겪는 우울감 등이 개선되려면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에 희귀질환 연구가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희귀질환 진단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주기 위한 연구사업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중 유전자 진단 지원 사업에 서울대병원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할 기회가 있다면 연구에 함께 참여해 도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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