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경제로 치부하는 현 정부
의료를 경제로 치부하는 현 정부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3.12.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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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격의료,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허용 등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발표하자 의료계가 총파업 불사를 선언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여의도공원에서 원격의료·영리병원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집회 도중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문 닫는 동네 병·의원들이 속출할 것이고, 의료의 질과 의사들의 고용여건이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원격진료는 날림진료를 남발하고 국민 건강권을 훼손하는 악법”이라며 의료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료기관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도 “의료기관이 진료가 아닌 부대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서라는 기형적 제도”라며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전초전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의료계가 실력행사에 돌입하자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원격의료는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해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일부에서 오해하는 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하다”며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병행해 문제점이나 보완점이 나타나면 본격적인 제도 시행 전 수정·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추진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라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정부는 또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허용과 관련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돼 의료법인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의료법인이 부대사업 활성화로 새로운 수익기반을 창출할 수 있게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원격의료 때문인 것 같다”며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와 관련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역대정권에서 추진할 생각도 하지 않은 정책을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삼성 등 재벌들의 집요한 요구를 정부가 수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50조원 매출을 목표로 헬스케어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삼성은 HME(Health&Medical Equipment)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의료계에서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재벌특혜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허용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함에 따라 장례식장, 매점, 산후조리 등 부대사업만 가능했던 의료법인들이 숙박업, 여행업, 의약품 개발,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온천, 목욕업, 체육시설까지 운영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병원간 인수합병도 허용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을 의료민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라며 “서울대병원도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대병원을 영리병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며 반박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주)헬스커넥트라는 자회사를 통해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 병원들이 진료보다 부대사업에 치중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환자를 상대로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의료상업화를 부추기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쏠림현상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병·의원에 비해 자본이 풍부한 대형병원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이용해 시장을 싹쓸이 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신하는 주군의 마음에 들어 총애만 받기를 구하지 말고 비록 총애를 잃더라도 가감 없이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는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질환을 연구해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창조경제라는 명목으로 의료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보건정책을 맡고 있는 인사 중 주군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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