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흉부외과에서도 외상을 다룬다고?
[이성수 교수의 흉부외과 바로알기] 흉부외과에서도 외상을 다룬다고?
  •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1.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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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필자는 흉부외과의 여러 영역 중 흉부외상을 좋아하고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열심히 환자를 돌본 만큼 그 결과가 정직하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흉부 손상은 외상으로 인한 사망이 20~25%를 차지하기 때문에 외상외과팀에 흉부외과가 꼭 포함돼야 한다. 외상은 일반 질병과는 달라서 처음 보이는 증상과 문제만 봐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숨어있던 새로운 증상과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매일매일 세심하게 환자 상태를 관찰하면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외상외과에서 전담인력으로 일할 수 있는 인원이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해당 분야에서 활발히 일하는 의료진들이 있지만 이들의 뒤를 이을 젊은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흉부외과 교수로서의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아주대병원은 지리적 여건상 외상환자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외상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동년배인 외과 이국종 교수, 정형외과 조재호 교수와 한 팀이 돼 환자를 가리지 않고 어떤 외상환자가 와도 열심히 돌봤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15세 여학생이었다. 당시 다발성늑골골절로 출혈이 너무 많아 혈압이 60mmHg 이하로 떨어졌고 수술 시에도 출혈이 지속돼 수혈만 50개 넘게 하고도 완전히 지혈할 수 없어 수술을 우선 종료하고 중환자실에서 밤을 새우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환자가 멀쩡하게 깨어나는 것을 본 순간, 역시 인체의 회복능력은 참으로 신비롭다고 느끼면서 지레 포기해선 안 된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훗날 우리 외상 3인방은 2018년 일본외상외과학회에 함께 참석해 주제발표도 하고 친목을 다졌다. 지금까지 참석한 학회 중 가장 재미있고 의미있는 학회로 기억에 남는다.

(왼쪽부터) 조재호·이국종 교수, 필자. 언론에서 엄하게만 보이는 이국종 교수의 표정이 환한 눈웃음으로 무장해제됐다.

흉부외상에는 크게 둔상과 관통상(자상, 총상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둔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둔상의 주 원인은 교통사고, 낙상, 구타 등이다.

흉부외상, 특히 둔상환자는 60% 이상이 늑골골절을 동반한다. 우리는 살면서 본인 또는 주변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것을 흔히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늑골골절(갈비뼈 골절)은 특히 아프다. 갈비뼈 근처의 늑간신경과 벽측늑막의 촘촘한 신경망이 자극되기 때문인데 숨을 크게 쉬거나 몸을 뒤틀기만 해도 아프고 웃거나 재채기할 때는 숨이 멎는 듯이 아프다.

다른 뼈는 골절 시 고정하면 통증이 조절되는데 갈비뼈는 숨을 쉴 때마다 움직일 수밖에 없어 고정할 수도 없다. 종종 복대를 가슴에 감아 갈비뼈의 움직임을 줄이고 고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우리 폐는 숨을 크게 쉬어 혈액을 통해 충분한 산소를 온몸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외상 후에도 숨을 크게 쉬어 폐를 충분히 팽창시켜야 하는데 골절 후 아프다고 숨을 작게 쉬면 폐가 충분히 펴지지 않아서 무기폐가 되고 이로 인해 가래가 차 결국에는 폐렴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늑골골절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통증 조절이다. 통증이 조절돼야만 숨을 정상적으로 크게 쉴 수 있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당분간 힘쓰는 운동은 제한해야 하지만 걷기 등 유산소운동을 계속 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늑골골절은 대개 약 2주간은 심하게 아프고 이후 점차 호전돼 한 달 반에서 두 달이 돼야 완전히 낫는다.

대부분은 보존적으로 치료하지만 골절로 인해 폐를 다치거나 늑간혈관을 다치는 경우 또는 3개 이상의 늑골에서 분절골절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보다 수술절개범위도 줄고 늑골을 고정하는 수술기구가 많이 개발돼 수술의 장점이 더 많아졌다. 수술을 적기에 받으면 입원일수 감소는 물론, 폐기능이 호전되며 특히 힘쓰거나 활동하는 데 제약이 줄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늑골골절 후의 부작용이다. 2~4주간의 급성기가 지나면 통증은 견딜 만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없어진다. 단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골절로 인한 늑간신경의 손상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간헐적 신경통은 어느 정도 남게 된다.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늑간신경이 관여하는 골절부위 근처 가슴이 띠 모양으로 돌아다녀 통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간간이 나타나는 이 통증은 은근히 아플 뿐 다른 데로 진행하거나 더 큰 문제로 발전하진 않기 때문에 골절로 인한 신경통이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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