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③심혈관중재시술 전문의 부족…대책 마련 시급
[특별기고] ③심혈관중재시술 전문의 부족…대책 마련 시급
  • 최동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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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수의료 붕괴가 심각한 보건의료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특히 흉부외과, 심장내과, 신경외과 등은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필수의료 확보 필요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에 앞으로 3차례에 걸쳐 대한심혈관중재학회의 특별기고를 통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최동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

<2편에 이어 계속>

우리나라의 보험제도는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전문의와 직원들이 집에서 꼼짝없이 대기하는 대기당직(온콜이라고도 함)에 대해 전혀 보상이 없는 상황이다. 직원들도 대개 일 년에 120일 정도를 밖에서 지내며 식사도 못하고 집에서도 휴대전화 볼륨을 최대로 하고 선잠을 자는 상황이다. 

또 전문의의 급여구조가 의원, 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낮은 상황이라 고강도 업무, 번아웃, 의료악결과에 의한 소송, 낮은 임금에 시달리던 대학병원 교수들이 결국 주간근무 중심의 병원급으로 이직하거나 아예 개업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중증 응급시술을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 심장내과의 인력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례로 강원도 영동지방에서 유일하게 응급 심혈관중재술을 담당하던 병원의 중재시술교수 6명 중 4명이 사직하는 일이 이미 발생해 영동지방의 응급 심혈관중재술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 2022년 8월 ‘응급심뇌 네트워크 보상수가 구조(안)’ 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중심으로 권역 내 종합병원을 연계해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의 응급심뇌혈관질환 환자의 이송경로를 만들어 사전고지 및 최적이송, 신속치료팀 준비 등의 최종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병원 단계에서는 권역센터와 참여 의료기관이 협조해 치료성과를 향상시키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운영하면 권역센터에 3억5000만원, 참여병원에 2억1000만원의 수가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며 사전 보상의 50%, 또 사업성과를 평가해 사망률 감소가 있다면 추가로 나머지 50%의 수가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일견 보기에 상당히 좋은 사업으로 보이나 원천적으로 몇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권역센터의 국립대병원의 교수들이 지역 병원을 설득해 사업에 참여하게 해야 하고 119구급대를 설득해 중증도 평가도구를 만들고 운영해야 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참여 병원을 설득해 특정요일에 특정 병원만 당직하게 하는 순환당직제 등을 운영해야 한다. 이때 특정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다 발생할 수 있는 치료의 악결과에 대해 이송한 구급대원이나 이송을 결정하고 치료한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 등 정부나 지자체에서 선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전혀 손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권역센터의 교수들이 알아서 해보라는 식으로 정책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사망률 감소 등의 지표 향상이 없다면 추가 50%의 수가는 아예 받지 못해 사업에 투입된 의료진이나 행정직의 비용은 전혀 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대한심장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2023년부터 이미 심장내과 의사들의 부족이 시작되고 2028년에는 60명에 가까운 심장내과 의사들이 부족해지며 특히 충북, 전남 등의 취약지역에서 이같은 상황이 두드러져 심근경색증에 대한 응급시술을 수행할 심혈관중재전문의가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응급심뇌 네트워크 보상수가 구조(안) 같은 정부 정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중재시술전문의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분포 불균형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정책이다. 

이미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해져서 환갑이 돼야 당직에서 빠질 수 있는 권역심뇌혈관센터의 현실을 볼 때 현재는 중재시술 전문의의 숫자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심혈관중재술 시술시간이나 중증도에 맞춘 행위재분류를 통해 중재시술 수가를 현실화함으로써 병원에서 더 많은 중재시술 전문의와 의료보조 인력을 고용할 숨통을 터줘야 한다. 

나아가 권역심뇌혈관센터를 더 늘리고 지역심뇌혈관센터를 신설, 보조해야 하며 이를 통합 운영할 중앙심뇌혈관센터도 구축해야 한다. 또 이를 운영할 가칭 심뇌혈관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현재 식물상태인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사회로의 이행이 가장 빠른 나라다. 이는 심근경색증, 뇌졸중의 큰 파도가 곧 덮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막을 방법은 심뇌혈관질환분야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재정지원을 통해 전문의료진을 절대적으로 늘리고 강력한 심뇌혈관센터를 전국에 잘 배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같은 심혈관중재의사가 모인 전문학회와 지속적이고 깊은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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