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식후 30분에 꼭 먹을 필요 없는 이유
약, 식후 30분에 꼭 먹을 필요 없는 이유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2.2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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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1: 밥을 안 먹었는데 이 약 지금 먹어도 돼요?
약사: 그럼 병 다 나은 다음에 드시려고요? 하하 드셔도 됩니다.

환자2: 이 약 어떻게 먹어요?(식전에 섭취하는 건지 식후에 섭취하는 건지 물어봄)
약사: 물로 삼키시면 되죠.
환자2: 1시간 전에 밥을 먹었는데 이가 아파요. 다음 식후 30분까지 기다렸다 약을 먹나요?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사람들 철석같이 믿는 것 중 하나는 ‘약은 식후 30분에 먹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식후 30분이 아니면 약 먹기도 꺼리고 약 때문에 억지로 밥을 먹기도 한다.

약 설명서에도 대부분 ‘식후 30분 복용’이라고 쓰여 있다. 식후 30분엔 무슨 뜻이 있을까? 그에 관해 두 주에 걸쳐 정리한다.

식사 후 30분이 지나면 음식물이 위에서 반쯤 비워진다. 약은 대개 빈속에 먹어야 빨리 흡수되고 효과도 강해 약효가 빨리 나타난다. 하지만 그만큼 위장장애 등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 배부를 땐 약이 늦게 흡수돼 약효도 늦지만 위장장애는 가장 적다.

식후 30분엔 위에 음식물이 반쯤 남아 공복 때와 배부를 때의 중간시간쯤 약효가 나타나고 위장장애도 반으로 준다. 사실 약은 이때(식후 30분의 위 상태) 가장 잘 녹도록 만든다. 하지만 최상의 조건만 찾다가 때를 놓치는 것보다는 차선책이라도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축구에서도 최상의 기회만 노리다 보면 골을 놓칠 수 있다.

끼니때가 되면 영양분이 몸에서 거의 사라져 배가 고파진다. 약이 약효를 내는 과정도 음식물 소화 과정과 비슷하다. 끼니때 배가 고프듯 약 먹을 때쯤 약효도 없어진다. 약 먹는 시간 간격은 식사시간 간격과 비슷하다. 식사시간을 기준으로 약도 잊지 않고 꾸준히 먹도록 식후 30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약을 반드시 식후 30분 후에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듯 병이 나서 약이 필요할 때 약을 먹으면 된다. 식사 때문에 간섭받을 필요는 없다. 식사가 약을 먹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정식 식사가 아니어도 뭔가를 조금 먹고 약을 먹어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빈속에 약을 먹으면 속이 아플까 염려한다. 식후에 약을 먹어도 위장장애가 다 없어지지는 않는다. 위장장애가 많은 약을 먹거나 빈속에 약을 먹을 때는 물을 많이 마시거나 위장 보호제 등을 함께 먹으면 위장장애는 대부분 예방된다.

물론 약을 복용할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위에서는 약이 묽어진다. 하지만 약 성분은 피를 타고 세포로 가서 약효를 내기 때문에 약효가 떨어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물이 많아야 약이 잘 녹고 효과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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