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기자의 먹거리 탐구생활] 소주는 왜 '설탕물'일까?
[김종수 기자의 먹거리 탐구생활] 소주는 왜 '설탕물'일까?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3.12.2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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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으레 술자리다. 모임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소주, 맥주, 양주, 막걸리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건 단연 소주다. 얼마전 영국 가디언지에서도 판매량 기준으로 소주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술이라고 소개된 바 있을 정도다.

소주가 향이 좋고 맛있어서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게다. 배부르게 마시지 않아도 빨리 취할 수 있고 다른 술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쓰디쓴 소주를 좀더 ‘맛있게’ 만들기 위한 소주 업체들의 다양한 노력이 소주 소비량을 늘린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원래 소주는 40도가 넘는 독한 증류주다. 가장 많은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진로’ 소주도 처음 시판 당시에는 35도였다.  대중화를 위해 증류방식 제조에서 주정에 물을 섞는 희석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소주의 도수는 낮아지기 시작한다. 지금은 19도 수준으로 순해져 소주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 알코올 도수뿐 아니라 맛에도 변화가 생겼다. 소주의 도수가 낮아진다손 치더라도 쓰디쓴 소주가 달콤해질 이유는 없다. 어젯밤 마신 소주가 쓰면서도 달달한 맛이 나는 것은 바로 소주에 감미료 같은 인공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소주 감미료 얘기는 간단치 않다. 발암 논란이 거셌던 사카린을 비롯, 아스파탐, 스테비오사이드 등 다양한 감미료가 소주에 사용됐다. 한결같이 식약처가 사용을 허가하고 있는 첨가물이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기준으로 봤을때 한결같이 발암성, 신경계부작용 같은 논란이 아직도 끊이지 않는 물질들이기도 하다. 특히 스테비오사이드는 알코올과 반응해 유독물질을 만든다는 보고가 있어 해외에서는 주류 사용을 금하고 있다.

논란은 논란일뿐이다. 첨가물과 관련, 어떤 문제가 거론되더라도 국내는 '무풍지대'다. 국내법은 주류에 이 같은 첨가물을 사용해도 표기하지 않을 수 있게끔 되어있다. 어떤 인공감미료를 얼마나 넣었는지 국민은 알 수가 없다. 기자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참이슬’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측은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입을 굳게 닫고 있다.

15세 이상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을 소주로 환산하면 123.6병이나 되는 양의 소주가 소비되는 상황이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고 먹고 싶다는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업체들이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씁쓸할 따름이다.

다행스럽다. 1년 뒤부터는 소주에 어떤 첨가물을 넣어 만들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26일 식약처는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내용은 이렇다. 2015년부터는 모든 소주업체들이 어떤 원료를 얼마나 넣어 소주를 만드는지 제품에 표기해야 한다. 남은 1년 동안 우리는 1인당 100병이 훨씬 넘는 소주를 마시면서도 어떤 유해성 논란이 있는 첨가물을 마시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정말 문제가 없다면 왜 소주업체들이 당당히 성분을 밝히지 않는 것인지, 혹시 표기 전에 다른 성분으로 바꾸려는 생각 때문인지 그건 알 수 없다. 달콤하든, 씁쓸하든, 그건 우리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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