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부터 치매까지…경두개자기자극술(TMS)로 삶의 질 ‘업(UP)’
우울증부터 치매까지…경두개자기자극술(TMS)로 삶의 질 ‘업(UP)’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3.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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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두개자기자극술은 우울증, 난치성강박증, 만성통증에 주로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치매인 알츠하이머치료에 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우울증, 난치성강박증, 만성통증에 주로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치매의 주요 원인질환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 치료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따뜻한 봄바람과 꽃내음’. 요즘 같은 날에 무척 어울리는 말이다. 사실 우리가 쓰는 모든 감각들은 뇌를 통해 인지된다. 뇌는 참 신비로운 기관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하고, 판단하고 이 모든 것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없다. 기분이 갑자기 울적해질 수 있으며 앞을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또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이 점차 사라질 수도 있다.

이에 지금까지 많은 의사·과학자들이 뇌의 구조를 파악,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항우울제, 치매치료제 등이다. 문제는 뇌에는 큰 관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혈액뇌장벽(이하 BBB)이다. 혈액뇌장벽은 뇌를 보호하는 특별한 혈관으로 약물, 독물, 바이러스 등 외부물질의 뇌조직 침투를 방해한다. 혈액뇌장벽은 특정 부위만이 아니라 뇌혈관 전반에 걸쳐 존재하기 때문에 뇌종양, 퇴행성뇌질환 등에 사용되는 중추신경계약물이 뇌까지 전달되지 못해 치료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치료기술이 속속히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두개자기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이다. TMS 숫자 8처럼 생긴 전자기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통해 두개골을 통과시켜 특정 부위의 뇌신경세포를 활성, 억제하는 뇌 자극술이다. 경두개자기자극은 우울증, 난치성강박증, 만성통증에 주로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치매의 주요 원인질환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 치료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약물 아닌 비침습적요법으로

우울증은 경두개자기자극이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질환군이다. 우울증은 정신치료와 함께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기본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우울증환자 대부분이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이에 방해되지 않는 치료제 위주로 처방된다.

문제는 약물처방이 듣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이 있다는 것이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충분한 기간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우울증환자의 약 30%가 치료저항성 우울증으로 진단된다.

이때 대안이 되는 것이 전기자극요법(ECT)과 경두개자기자극(TMS) 등 2가지다. 전기자극요법은 ‘전기’를 이용하며 경두개자기자극은 ‘자기장’을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전기자극요법은 전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경련을 발생시켜 우울증을 치료한다. 하지만 전신마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자기장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마취가 필요 없다. 또 경두개자기자극은 영국의 베이커 등에 의해 1985년 처음으로 시도된 후 여러 발전을 거듭해 2012년 미국 FDA에서 최초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우울증에서 경두개자기자극은 전두엽 부위를 자극해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증상을 개선한다. 수술이나 마취할 필요가 없어 시술 후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경두개자기자극은 인체에 무해하기에 우울증 청소년, 수유하는 산후우울증 여성 등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경두개자기자극은 자기장을 활용하기 떄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단 관건은 정확한 곳에 자기장을 전달하는 것이며 다행히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정확성이 매우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난치성이명에도 탁월한 효과 보여

경두개자기자극은 난치성이명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이명은 외부에서 어떠한 소리 자극 없이도 본인의 귀에서만 느껴지는 소리 자극이다. 성인의 21%가 평생 한 번 이상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아직 정확한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다양한 치료법이 연구 중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배성훈 교수 연구팀이 난치성이명에 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6개월 이상의 만성이명환자 69명을 대상으로 경두개자기자극술과 경두개 직류자극술을 나눠 치료결과를 분석한 것.

경두개자기자극은 숫자 8처럼 생긴 전자기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통해 두개골을 통과시켜 특정 부위의 뇌신경세포를 활성, 억제하는 뇌 자극술이다(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숫자 8처럼 생긴 전자기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통해 두개골을 통과시켜 특정 부위의 뇌신경세포를 활성, 억제하는 뇌 자극술이다(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두개자기자극 치료 환자 중 17명(47%)과 경두개직류자극술 치료 환자 12명(36%)에게서 치료 전 대비 20% 이상 이명 증상이 개선됐다. 흥미롭게도 치료 1개월 후 이명 증상이 더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 5일간의 치료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치료효과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신경과 및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흔히 시행하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명 치료에 활용하는 사례나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명은 귀 자체의 문제로 시작되나 만성화되면 오히려 청각피질을 비롯한 대뇌의 이상 활성까지 초래된다고 알려진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문인석 교수는 “이명은 귀 자체의 문제보다 뇌의 기능적 변화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지금까지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왔다”며 “경두개자기자극술을 활용하면 짧은 치료기간에도 효과가 장기간 유지돼 난치성이명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증 알츠하이머, 인지기능 유지한 채 일상 영위 가능

신체가 나이를 먹듯이 뇌도 나이를 먹는다. 따라서 고령층에서 추리, 공간지각,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이 조금씩 감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지기능 감퇴가 심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면 ‘알츠하이머’를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알츠하이머를 완전히 멈추거나 증상발현을 막는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치료옵션 개발이 시급하다.

이때 대안책 중 하나가 경증 알츠하이머부터 약물치료와 경두개자기자극을 병행하는 치료를 통해 인지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법이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연구는 주로 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남대병원 신경과가 주관, 2013년 연구자임상, 2015~2017년 식약처 확증임상 등을 통해 치료효과을 입증했다. 또 충남대병원에서 ‘경두개자기자극술+인지훈련치료’ 환자와 치료제 복용 환자를 대상으로 3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경두개자기자극 임상 환자의 ‘경증치매 상태’가 3년간 악화되지 않고 유지됐다고 발표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경두개자기자극술이 장기적인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현재 과거의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확증임상을 예정하고 있어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지만 객관성과 치료효과가 입증된다면 알츠하이머환자들의 삶의 질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는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경두개자기자극술 활용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확증 임상에서 객관성이 입증되면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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